블로그 325

스페인의 카세라스, 론다

스페인 도착 후, 간단한 입국심사를 받은 다음 알제시라스 항구 인포에 문의, 택시를 타고 '코메스 에스타시옹'으로 이동. 곧 말라가행 버스(1인 3.6유로)에 승차했다가 스페인의 첫 목적지인 카세라스가 가기 위하여 중간 에스떼뽀냐에 내렸습니다. 지중해 바닷가 마을, 에스떼보냐 거리에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설치해 놓은 장식들이 아직도 걸려 있습니다. 여기에서 1박 후,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카세라스는 계속 고지대로 올라가던 버스가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나타난, 하얀 집들이 산 중턱에 모여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동화 속 그림같이 비현실적인 풍경이었지요.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마을이지만 성당과 학교, 종합 운동장이며 호텔 등 생활 여건은 모두 갖추어진 곳이며 언덕 위에는 로마 시대 유적인 요새의 폐..

메크네스와 라밧

끝없는 이어지는 올리브 밭을 지나 메크네스에 왔습니다. 고대 로마 유적인 술탄 이스마일의 거대한 마구간과 기독교를 탄압하면서 교인들을 가두었던 지하 감옥 유적을 돌아본 다음 궁전의 거대한 성벽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중입니다. 오후에 이 나라의 수도, 라밧에 도착하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찾아온 모하멧 5세 무덤의 지붕은 이슬람에서 신성함을 상징하는 초록색. 그의 생전에 완공했다네요. 위병이 서 있는 이 묘소에는 금빛 찬란한 천장과 대리석과 구리, 타일의 장식이 화려했습니다. 빨강 바탕에 초록색 별 한 개의 모로코 국기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저 아래의 대리석 관이 모하멧 5세의 묘입니다. 모로코의 모하메드 5세, 핫산 2세, 모하메드 6세로 이어지는 왕정은 부와 권력의 세습으로 빈부격차가 유..

페스

다시 눈이 쌓인 하이 아틀라스 길을 달립니다. 도중에 Midelt의 초입인 Kasba Hotel에서 점심을 먹고 제다의 시장에서는 양꼬치구이도 사 먹으면서 도착한 대망의 도시, Fes입니다. 숙소 Fes Inn에서 따뜻한 물로 사하라의 모래를 씻어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도시에 울려 퍼지는 스피커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하루 다섯 번의 예배시간을 알리는 무에진(Muezzin)의 낭랑한 목소리입니다. 산뜻한 기분으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모방했다는 핫산 2세 거리를 걸어 알 마크젠 왕궁에 왔습니다. 오늘 1월 10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거리마다 모로코 국기가 펄럭입니다. 나무와 구리, 대리석의 아라베스크 장식이 아름다운 왕궁은 내부 관람 불가. '부 줄루드 문'을 지나..

토트라 계곡과 에드푸르. 메르조가의 에르그 체비

에잇 벤 하두에서 토트라 계곡으로 가는 길은 3시간 30분 거리입니다. 타로리트 카사바 등 길가의 폐허가 된 성채들을 지나 알 만수르 댐, 야자수 우거진 다데스 밸리와 다데스 강가의 부말린 마을을 지났습니다. 적갈색 황토로 사각형 상자처럼 지은 베르베르인의 집이 인상적입니다. 길가에는 홀치기 염색의 다양한 스카프를 파는 가게도 있었지요. 모로코 최고의 천혜 장관이라는, 초록색 종려나무가 무성한 티네히르 마을 옆의 토트라 계곡에 왔습니다. 160m 높이의 적갈색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서 있는 거대한 협곡입니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베르베르인들의 색, 인디고 블루. 절벽 사이의 너비는 겨우 9m.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계곡에는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었지요. 당나귀를 타고 가는 현지인도 이 장엄한 ..

에잇 벤 하두와 와자잣

마라케시의 기분 좋은 숙소를 떠나 눈 쌓인 하이 아틀라스 산맥을 옆에 두고 해발 2000m가 넘는 타진티쉬카를 넘어갑니다. 그 옛날 대상들이 다녔던 높은 고개의 저 계곡 아래쪽에는 몇 채의 집이 보이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밭을 일구고 있었지요. 프랑스 식민시대에 잘 닦아놓은 설산 길의 환상적인 드라이브였습니다. 이민족의 오랜 지배가 이들에게는 체념과 동화의 시간이었는지 이브라힘에게는 지배자였던 프랑스에 대한 미움이 없어 보입니다. 그는 나라 이름도 영어식의 모로코가 아닌 불어식의 마로크라 불렀네요. 착취와 탄압, 저항으로 점철된 스페인의 중남미 지배나 일제의 우리나라 통치와는 격이 달랐던 것일까요? 4시간 정도 걸려 오늘의 목적지, Ait Ben Haddou의 카사바(성채) 마을에 왔습니다. 오래전부터..

Morocco의 카사 블랑카와 말라케시

앗살람 알레이쿰?(안녕하세요?) 2007년 1월 2일부터 2월 3일까지 33일 동안 모로코와 스페인, 포르투갈을 6명이 돌아다닌 기록입니다. 파리를 거쳐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들어갔다가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나왔지요. 먼저 모로코의 카사 블랑카(아랍어로는 다르 엘 베이다, Dar el Beida)로 시작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지방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기에 우리나라의 '신발끈 여행사'에 의뢰, 차량과 기사, 가이드가 제공되는 7박 8일의 현지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들을 묶어 부르는 '마그레브(해 지는 서쪽)'의 하나로 아프리카의 서북단에 있으면서 유럽과 중동의 문화가 혼재된 지역. 기원전 이곳에 정착한 베르베르인은 카르타고 멸망 이후 로마에 합병되어 기독교를 받..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모스크바에서 시작, 블라디보스토크까지 7박 8일 동안 시베리아 벌판을 횡단하며 9288km를 달리는 장거리 열차입니다. 우리는 3박 4일의 일정으로 중간의 이르쿠츠크에서 승차, 종점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4100km를 갔습니다. 횡단 열차의 중간 지점에서 승차한 탓에 우리 일행은 한 군데로 모이지 못하고 각각 다른 쿠페로 흩어졌지요. 한 쿠페에는 2층 침대가 두 개씩 모두 네 개의 침대가 있습니다. 북경을 중심으로 단일 시간을 운영하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광활한 지역별 시차를 인정,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시간을 계산합니다. 열차 안 복도에는 그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습니다. 열차는 자작나무 숲을 지나 바이칼을 옆에 두고 넓은 초원을 달렸습니다. 중간중간 쉬는 작은 역에는 현지인들의 좌..

바이칼 호수에서 보낸 날들

울란바타르에서 이르쿠츠크까지 밤 열차로 10시간 이동. 이르쿠츠크에 아침 7시 도착, 필요한 여행 서류를 받기 위하여 이쪽 여행사 직원의 출근을 기다리면서 바이칼 호수, 그 안의 알혼 섬에서 먹을 간식을 샀지요. 거기서 다시 차로 이동 6시간, 바이칼로 들어가는 선착장, 사휴르따 정션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우리와 비교가 안 되는 큰 나라, 엄청난 이동 시간은 그 단위가 우리나라와 전혀 달랐습니다. 훼리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 여유가 있기에 근처에서 이 고장의 특산품인 훈제 생선, '오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바람이 차가워서 두툼한 옷 꺼내 입고 섬에서 나온 배에 승선, 15분 정도 달려 바이칼 호수에 있는 20여 개 섬 중에서 가장 큰 유인도, '알혼 섬'(Olkhon Island)으로 들어왔습니다...

울란우데, 이르쿠츠크, 리스트비앙카

이제 우리는 몽골의 일정을 마치고 러시아로 이동합니다. 울란바타르 역에서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종점인 몽골의 국경, 수하바타르에 아침 7시 도착. 정차된 4시간 동안 출국 수속을 마치고 여권을 돌려받은 다음 출발, 러시아의 국경인 나우쉬키에서 입국 수속을 했습니다. 입출국 신고서와 세관 신고서는 모두 키릴 문자,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안산에서 잠시 일했다며 우리말을 조금 하는 이웃 칸의 남자 승객 도움으로 두 장의 입출국과 세관 신고서를 작성해서 제출, 후에 출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한 장씩 돌려받았습니다. 지니고 있다가 러시아를 떠날 때 공항에서 제출해야 합니다. 군인을 대동한 여자 관리 1명은 밀입국자를 찾는다며 객실과 복도를 샅샅이 수색하고 다니더군요. 두 ..

몽골 - 2

흡수굴을 떠나서 무릉을 거쳐 울란바타르로 돌아가는 중간 마을인 '쿤닥 운두르'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넓은 평원에 숙소인 겔은 달랑 세 채. 한적한 곳이라서 좀 무서웠지만 밤 하늘에서 별이 마구 쏟아졌던 날입니다. 먼 산들, 강물 위에 피어오르는 안개, 낮은 구름 하며 자작나무 숲에 비치는 햇살로 아침의 들판은 몽환적이었네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초원에 드문드문 보이는 뗏장을 덮은 목조가옥, 통나무 울타리, 넓은 초원에서 풀 뜯는 야크며 소, 말과 양들은 겔과 함께 몽골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여기 아이들이 과자처럼 들고 다니며 먹던 간식, 몽골리안 보드카인 '아르키'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아롯'은 집 안에 널어 말리던 고기처럼 이들의 저장 식품이었습니다. 짧은 여름 동안 그들은 부지런히 긴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