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코카서스 3개국과 동, 남부 터키 9

남부 터키와 사프란 볼루

마르딘을 떠나 미디아트를 거쳐 하산케이프에 도착했습니다. 이정표 뒤에 있는 건물이 우리 숙소로 이 마을의 유일한 호텔입니다. 뜨거운 낮동안 달구어진 콘크리트 건물은 밤이 되어도 식지 않아 내내 잠을 설친 곳이지요. 이 지역은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수메르 문명' 발생지입니다.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과 시리아와 이라크, 이란 서부를 잇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의 이 강변, '메소포타미아'에는 수메르를 비롯한 많은 도시 국가들이 등장하면서 최초의 문자를 만들어 점토판에 기록하고 신전을 지으며 인류 문명의 역사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도시 국가의 왕조를 양분, 통합한 제국인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가 등장, 고대 세계를 평정하며 1500여 년의 주도권을 다툰 끝에 제3의 제국인 페르시아가 ..

동부와 남부 터키

반에서 야간 버스로 이동, 말라티야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견과류의 집산지. 한 보따리 싸들고 1박 2일의 현지 투어에 합류, 미니버스인 돌무쉬를 타고 거친 돌산을 여러 개 넘으면서 넴룻으로 갑니다. 번성했던 콤마게네의 왕 안티오쿠스는 넴룻의 깊은 산속, 해발 2150m의 이 돌산 위에 높이 50m, 길이 150m에 달하는 거대한 봉분을 쌓아 자신의 묘를 만들게 하였습니다. 그는 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들과 자신이 동등하다고 생각, 생전에 이 묘를 만들면서 그 네 면을 제우스와 아폴로, 헤라클라스와 자신의 석상으로 장식하게 하였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 거대한 석상은 바람과 지진으로 무너지면서 그 모습을 잃었고. 오늘날, 동쪽과 서쪽에 일부 남아있던 조각을 잇고 형태를 맞추면서 이 넴룻의 봉..

조지아에서 터키의 트라브존과 동부 지역

아르메니아에서 돌아와 조지아의 평화로운 산골마을, 메스티아 여행 후 마슈르카(합승 미니버스)를 타고 우리는 이제 터키로 갑니다. 아침 8시, 여기저기에서 승객을 모아가며 출발한 마슈르카는 5시간 30분 만에 주그디디를 거쳐 국경 마을 바투미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른쪽으로 흑해를 보며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입니다. 바투미에서 터키 트라브존으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하고 곧 승차, 30분 만에 국경 도착. 간단한 출입국 수속을 밟고 다시 그 버스로 이동, 5시간 만에 흑해에 인접한 도시, 터키 북부의 트라브존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부터는 트라브존을 시작으로 터키의 동남부를 돌게 됩니다. 이 도시의 중심지, 메이단 공원의 한가로운 풍경을 지나 숙소의 추천으로 찾아간 레스토랑에서 지역 명물이라는 작은 생선 함시를 튀긴,..

아르메니아 - 2

예레반 숙소, 'Envoy hostel' 근처에 있는 KFC 앞에서 31번 보라색 시내버스를 타고 벤츠 매장 앞에서 하차, 골목 안의 정거장에서 가르니 행 미니버스 마슈르카로 환승, 주상절리의 가르니 계곡에 왔습니다. 입구에는 이들의 고대 신앙인 태양신, 미트라를 모시는 파간 사원이 있습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것을 재건축한, 그리스 신전 같은 열주가 특징입니다. 구내 스피커에서 나오는 마음을 허허롭게 만드는 소리, 그 두둑 연주를 들으며 그늘진 기둥에 기대앉아 더위를 식힌 다음 아르메니아 국기를 들고 있던 현지인들과 사진 한 장 찍고 마을 골목에 있는 이정표, 'Symphony of Stones'를 따라 파간 사원 왼쪽의 비탈길을 지나고 군인 초소를 거치면서 계곡 아래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주상절리를 찾..

아르메니아 - 1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야간열차로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 왔습니다. 한밤중에 국경 지역에서 잠깐 하차, 출입국 사무실로 들어가서 입국 수속을 밟고 도착 비자를 받았습니다. 대 홍수가 끝난 후, 방주에서 내린 노아가 '예레 바트(찾았다)'라 했던 외침이 이 도시, 예레반의 어원이 되었답니다. 전통음식점 '올드 예레반'에서 공연을 보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뒷줄, 두 번째 사람의 피리 같은 악기는 이 나라의 전통악기 '두둑'으로 건조한 바람결, 호소력 있는 음색을 띄면서 '영혼의 소리'라고도 부른답니다. 내 마음까지도 허허롭게 만들었던 특별한 소리였습니다. 주말 밤, 국립미술관 앞에는 분수 쇼가 벌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네요. 아르메니아를 찾게 만든 관광포스터, 아라랏 산을 배경으로 한 코르비랍 수도원..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왔습니다. 아래 보이는 곳은 '스탈린 광장'에서 이름을 바꾼 '자유광장'은 2003년의 무혈혁명으로 독재자를 몰아내고 자유를 되찾았던 '장미 혁명'의 근원지였지요. 광장 한가운데에 삼성 로고가 보여서 흐뭇했습니다. 고풍스러운 번화가를 지나 요새 '나리 칼라'로 올라가면 시오니 성당과 메데키 성당 등 크고 작은 성당이 보입니다. 곡선이 아름다운 평화의 다리도 있습니다. 시내 어디서든 산 정상의 '마더 상'이 보입니다. 한 손에 포도주 잔, 다른 한 손에 칼을 든 이 어머니상에는 '친구는 포도주를 대접하며 환영하지만 적에게는 끝까지 대항한다'는 이 나라 사람들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네요. 기독교가 국교인 이 나라는 이슬람 국가에 둘러싸이면서 파란 많은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강변..

조지아 - 2

미니버스인 마슈르카를 타고 온천 휴양 도시, 보르조미에 왔습니다. 트빌리시에서 2시간 거리입니다. 관광안내소에서 '하라가울리 국립공원'의 트레킹 안내를 받은 후 택시로 이동, 입구부터 솔향 짙은 숲길을 걸었습니다. 무너진 성터를 지나 완만한 산길을 오르며 그늘에서는 점심도 먹었지요. 그러나 행복했던 걷기는 그것으로 끝.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엉뚱한 산간 마을로 들어섰거든요. 동네 할머니들에게 묻고물어 찾아온 보르조미의 미네랄 워터 파크입니다. 여기에서 '에카테리나의 샘물'을 마시며 나무가 울창한 공원 안을 걸어 다녔습니다. 이 보르조미 광천수는 위장 질환과 당뇨에 약효가 인정되면서 전 세계로 수출되는, 조지아 인들의 자랑이랍니다. 평일인데도 가족 단위의 행락객들이 많았습니다. 환율이 좋지 않아 버스..

조지아 - 1

아제르바이잔에서 택시와 버스, 4륜 구동의 짚까지 대절하면서 국경을 넘어 하루 종일 이동. 쉐키와 자카라타, 아제르바이잔의 국경마을 바라라켄을 넘어 조지아의 국경마을인 라고데끼를 거쳐 텔라비, 알바니에서 깊은 산골, 투세티 지역의 오말로까지 왔습니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비포장 길을 달리며 2692m의 아바노 패스도 넘어야 하는 험한 길이라서 연중 6월에서 9월까지 그 기간에함 통행이 가능하답니다. 6월 초, 아직도 눈이 쌓인 산길에서는 이동 중에 굶어 죽거나 낙오된 소의 사체를 뜯는 독수리 무리도 볼 수 있었지요. 긴 오르막에 지친 차도 잠깐 쉬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코카서스의 크고 작은 산들로 둘러싸인 산촌, 오말로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여행 시즌이 아니어서인지 마을에는 빈 집이 많습니다. 설산으로 ..

코카서스의 세 나라, 아제르바이잔

2013년 5월 31일 출발, 7월 1일 돌아온 33일의 일정, 코카서스의 세 나라,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와 동남부 터키를 세 친구와 돌아본 여행입니다. 바쿠로 들어가 이스탄불로 나오는 여정이었지요.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 동서로 길레 뻗은 코카서스 산맥 아래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세 나라가 있습니다. 이웃인 소련 연방에 합병되었다가 1991년에 독립한 이들 세 나라는 실크 로드와 함께 번성했던 곳이지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하여 강대국들의 침략이 많았던, 굴곡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입니다. 비자받기가 아주 까다로웠던 나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구시가. 이곳은 실크로드 최고의 중계 무역지였습니다. 지금은 서민들이 살고 있는 구시가의 칼라디 바랄리(카라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