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스위스, 프랑스 16

감동적인 파리

메트로 13선을 타고 Varenne역에서 하차, 로댕미술관에 왔습니다. 이 집은 로댕이 죽기 1년 전인 1916년에 자신의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사후에 미술관으로 개조된 곳입니다. 넓은 정원에서 제일 눈에 띄는 작품은 '지옥의 문'으로 세로 635m, 가로 400m의 이 대작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주제로 하여 그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표현한 작품이었지만 작품을 의뢰했던 프랑스 정부가 만국박람회를 계획하면서 주문을 취소, 미완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옥에서 일어나는 비참한 광경을 내려다보며 상념에 잠긴, 작품 상단의 '생각하는 사람'과 단독으로 등장하는 조각도 보입니다. 13세기 이탈리아에서 황제파와 교황파의 세력 다툼 와중에 감옥에 갇혔던 우골리노가 그 옆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자식들을 ..

베르사이유와 퐁텐블로 궁전

베르사유 궁전에 왔습니다. 교외 고속철도(RER) 역에서 판매하는 열차 승차권과 궁전 입장권 세트를 사들고 파리 오스테를리츠 RER역에서 C5선으로 30분 만에 Versailles-Rive Gauche 역에 도착, 10분 정도 걸으면 궁전이 나옵니다. 궁전 앞, 아르므 광장에는 루이 14세의 기마상이 서 있습니다. A2 게이트로 입장, 입구부터 화려한 정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금빛 찬란한 궁전. 루이 14세는 50여 년, 수 많은 예술가와 노동자를 동원하는 대규모의 공사 끝에 이 화려한 궁전을 건설하지만 막대한 국고 낭비에 사치스러운 궁정 생활은 결국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이어지면서 왕가는 몰락하게 됩니다. 이 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2층에 있는 이 '거울의 방'으로 1783년의 미국 독립..

프랑스 생 말로와 르아르의 고성들

몽생 미셸에서 열차를 이용, 퐁토르송을 거쳐 Dol de Bretagne에서 환승하여 프랑스의 서쪽 끝, 브르타뉴 지방의 항구도시인 생 말로에 도착하였습니다. 열차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곧 구시가로 이동. 길가, 프랑스 최대의 항구답게 수많은 요트가 정박한 모습이 장관입니다. 닻 조형을 보며 생 뱅상 문(St-Vincent)으로 들어가면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 미로 같은 골목골목마다 해적과 선박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간판은 이 도시의 성격을 알려줍니다. 4km의 성벽길(앵트라뮈)로 구시가를 한 바퀴 돌면서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과 해변을 바라보며 영화 '라스트 콘서트'를 생각했습니다. 그 영화의 촬영지였거든요. 우리의 감성은 시한부 여주인공, '스텔라'가 되어 펑펑 울었던 그 옛날로 돌아갔네요. 물이 빠..

프랑스 최고의 관광지, 몽생 미셸

루앙에서 기차를 타고 몽생 미셸로 가는 길에는 넓고 아름다운 프랑스의 농촌 풍경이 펼쳐집니다. Caen에 도착, 환승하여 퐁토르송 열차역으로, 거기서 몽생 미셸 행 셔틀버스로 갈아타는 곡절 끝에 오후 늦게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산책길에 나서니 호텔 앞 멀리 바닷가에 외딴 성처럼 우뚝 서 있는 수도원, 몽생 미셸이 보입니다. 기원 전, '시시이 숲이 해일의 영향을 받아 섬이 되면서 8세기의 성자 오베르 주교가 이곳에 수도원을 세웠답니다. 그 후 900년 세월 동안 계속 증축,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재되면서 수도원은 이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지요.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서 만조 때에는 우리나라의 서해안의 간월암처럼 수도원이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는 멋진 풍경도 있었지만 제방을 쌓고 주차장을 만드..

에트르타, 루앙

에트르타 도착, 시내를 지나 꾸르베와 모네가 그림으로 남겼던 에트르타 해변에 왔습니다. 높이 100m가 넘는 아발과 아몽, 두 개의 절벽 사이에 있는 이 '코끼리 바위'는 꾸르베와 모네의 그림에도 등장합니다. 해안가 오른쪽의 아몽 절벽, 그 위의 작은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교회'도 많은 인상파들의 그림 소재였지요. 해변에서 계단을 지나 언덕에 서면 망망대해, 대서양이 펼쳐지고 코끼리 바위와 마을도 멀리 보입니다. 길 따라 내려가면 해안. 거친 바람이 불면서 꽃도 한쪽으로 쏠려 피었습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날카로운 수직의 하얀 절벽들도 그들이 즐겨 그렸던 풍경으로 모파상 소설, '여자의 일생'의 배경이 되기도 했었지요. 그 소설의 후반에서 작가는 주인공 잔느의 독백을 통하여 '인생이란 사람들이 말..

노르망디의 르 아브르, 옹플뢰르

인상파들이 주로 활동했던 노르망디 지역으로 갑니다. 신화, 종교를 모티브로 하는 그림에 가치를 두던 시대에 그들은 평범한 주변 사람과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면서 세간의 혹독한 비평을 받게 됩니다. 그림은 전혀 팔리지 않았고 생활을 위하여 그들은 파리 교외나 노르망디 쪽으로 나갔습니다. 그중에서 르 아브르에는 부댕의 작품이 많이 소장된 '마를로 미술관'이 있습니다. 큰 캔버스를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부댕은 작은 소품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러나 수없이 반복된 스케치를 통하여 쌓인, 탄탄한 기본을 보여주는 그림들이었지요. 부댕은 인상파의 선구자로 그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화가로는 세잔느, 르노와르, 고흐, 밀레, 모네, 마네, 꾸르베 들이 있습니다. 르 아브르에서 버스를 타고 싱그러운 들판을 지나 ..

고흐의 오베르 쉬즈 와르

파리 생 라자르 역에서 이렇게 좌석이 알록달록 예쁜 열차를 타고 Pontoise에서 환승, Auvers sur oise 역에 하차하여 고흐(1853~1890)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 파리 북부의 오베르 쉬르 와즈에 왔습니다. 기차역에 내려 동네의 四季가 화려한 벽화로 장식된 지하도를 건너서 마을로 들어갑니다. 이곳은 고흐와 피사로, 세잔느 같은 화가들이 살았던 작은 농촌 마을. 마을 입구의 '고흐 공원'에서 화구를 메고 스케치 다니던 모습의 그의 동상을 만난 다음, 그의 그림 배경을 찾아 마을을 지나서 밀밭으로 올라 갔습니다. 고흐의 마지막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입니다. 그가 보았을 이 밀밭 앞에 서니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일생에 마음이 먹먹해져서 오랫동안 들판을 돌아 다녔습니다. ..

바르비종의 밀레

파리에서 활동하던 밀레(1814~1875)는 그 당시 위세를 떨치던 전염병 페스트를 피하여 가족을 데리고 시골마을, 바르비종으로 떠났습니다. 거기서 25년 동안 터를 잡고 농촌과 농민을 소재로 그림을 그립니다. 농가풍의 두 칸짜리 작은 집에 일곱 명의 아이들은 태어나고 자라지만 그림은 팔리지 않았고. 그는 아이들의 급식비를 걱정해야 한 정도로 늘 가난하게 살았답니다. 그의 사후, 이 초라한 집은 기념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밀레'라 부르는 미국식 이름을 프랑스에서는 '미예'라 발음합니다. 돌 포장길이 반들거리는 오래된 동네, 바르비종의 초록색 나무를 덧댄 창이 있는 작은 집에서 밀레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그림을 그렸지요. 좁은 실내에 전시된 밀레의 그림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언니의 자료 ..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이동. 인상파 화가들을 찾아서 - 지베르니의 모네기념관

쿠어에서 취리히로 열차 이동 중입니다. 도착 무렵의 취리히 호수는 석양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거렸습니다. 고풍스러운 건물, 취리히 역에서 리마트 강변의 프라우뮌스터 교회와 성 피터 교회를 바라보며 찾아간 우리 숙소. 다음날 떼제베를 타고 프랑스로 넘어가면서 이 멋진 취리히를 그냥 지나치게 된 것이 너무나 섭섭했지요. 파리에 도착하여 '일드 파리', 근교부터 돌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파리 서부, 1시간 거리에 있는 지베르니의 모네(1840~1926) 기념관에 가는 날입니다. 파리에서 살던 어린 모네는 부모를 따라 북부 노르망디의 '르아브르'로 이사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인상파의 선구자인 '부댕'을 만나 그의 영향을 받으면서 실내가 아닌 야외로 나가 실제 '빛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과 사물'의 모습을 그립니다...

스위스의 하이디 마을 - 마이엔펠트

베르니나 특급이 출발하는 쿠어에서 보통 열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마이엔펠트는 요한나 수피리가 쓴 소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배경이 되는 산촌입니다. 인포에 들러 하이디의 자취를 찾아가는 트래킹 지도를 받고 2코스로 들어섰지만, 길을 놓치고 산속을 돌아다니다가 '할아버지와 하이디가 염소를 방목하며 살았던 그들의 여름집'은 찾지 못하고 되돌아온 왔지요. 쿠어에서 다음날 출발하는 베르니나 특급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에 많은 미련을 남기면서 몇 시간의 산책으로 끝내야 했습니다. 정갈함과 여유, 평화로움이 가득한 마을의 풍경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소설 속, 하이디는 티 없이 자랐겠지요? 산촌의 겨울을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디에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