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 10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회

'미타쿠예 오야신(Mitakuye Oyasin)'이 말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가 담긴  북미 원주민들의  인사말입니다.'모든 생명은 땅의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형제이고자연은 다음 세대와 나눠야 하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인식이 담겨 있었지요.  대지를 잘 보살펴라그것은 네 선조가 준 것이 아니라네 후손이 빌려준 것이니우리는 선조로부터 대지를 물려받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후손에게서 빌려올 뿐이다. (원주민 잠언) 대지가 네 말을 듣고 있고하늘과 숲과 우거진 산이 너를 지켜보고 있다. 네가 이 사실을 믿는다면너는 온전한 어른이 될 것이다.(루이세뇨 족이 아이들에게) 원주민들에게 자연은 이렇듯 위대한 스승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아이의 요람에도 담겨 있었지요. 갓난아기 때..

문화 산책 2024.10.16

과천현대미술관 전시, '이신자, 실로 그리다'

작가 이신자(1930~)는 '여자들의 가사'로 취급하던 '자수'의 폭과 깊이를 확장, 50여 년간의 활동 끝에 새로운 예술영역으로 승화시키면서 당당하게 우뚝 선 우리나라의 1세대 섬유공예가입니다. 섬유예술의 한계를 극복하려 치열하게 노력했던 한 예술가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장대한 전시회, '이신자, 실로 그리다'를 보려고 다시 과천현대미술관에 왔습니다. 미술관에서는 작가의 작품활동을 작품의 변화에 맞춰 대략 1, '새로운 표현과 재료(1955~1969)' 2. '태피스트리의 등장(1970~1983)' 3. '날실과 씨실의 율동(1984~1993)' 4. '부드러운 섬유-단단한 금속(1994~)'의 4개 섹션으로 구분해 놓았지요. 작가는 처음부터 일반적인 자수가 아닌, 자연과 정경을 단순한 구도의 ..

문화 산책 2024.01.04

과천현대미술관 전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추상미술은 난해하여 접근하기 어렵지만 유영국의 '산' 시리즈는 좋아하는 내게 집 가까운 과천현대미술관의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발전 과정과 당대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까지도 되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기하학적 형태,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회화의 한 경향'으로 서구에서는 피에트 몬드리안('브로드웨이 부기우기'), 바실리 칸딘스키('노랑 빨강 파랑') 등의 작업을 통하여 세상에 등장, 20세기 내내 현대미술의 중요한 경향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기하학적 추상 미술의 역사를 1, 새로움과 혁신, 근대의 감각 2. 한국의 바우하우스를 꿈꾸며, 신조형파 3. 산과 ..

문화 산책 2024.01.01

창덕궁, '달빛 기행'

고요한 달밤의 창덕궁에서 청사초롱을 들고 걸어 다니며궁궐과 왕실에 관련된 이야기를 전문가의 안내해설로 듣는 '달빛 기행'은전통차를 곁들인 전통예술공연으로 이어지면서 눈과 귀, 입이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돈화문 기와지붕 위로 보름을 갓 지난 둥근달이 떠 있던 날,            창덕궁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던 '달빛 기행'에 참가하려고    정문인 돈화문에 왔습니다.   이 문은 왕이 행차를 하거나 국가 행사를 치를 때 드나들던 2층의 목조 건물.창덕궁은 남쪽의 종묘를 의식, 궁궐의 남서쪽 끝에 이 정문을 세우면서인정전을 비롯한 중심부로 가려면 동쪽의 금천교를 건너야 했지만 조선 시대의 5대 궁궐인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창..

문화 산책 2023.10.08

'서울 라이트 DDP', 빛의 축제

예전 동대문야구장 자리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2023년 가을맞이, '서울라이트' 행사가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D3 게이트, DDP 잔디언덕에서 열리는 중입니다. 며칠 미루다가 날 잡아 전철 타고 일찍 나왔더니 행사장에는 벌써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은 사람들, 아예 누운 사람들로 가득했었네요. 곡선의 DDP 건물, 222m 길이 외벽에 지상에서 쏘아 올린 화려한 빛이 전면을 가득 채우면서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프랑스의 미구엘 슈발리에 작품, '메타-네이처 AI'가 등장하였습니다. 실제의 자연과 인공지능, AI가 만들어낸 '기술적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가상의 정원'으로 꽃과 나무 등 수많은 식물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본으로 AI가 만들어낸 이미지의 세계, 디지털로 표..

문화 산책 2023.09.10

한 점 하늘, 김환기 회고전

호암미술관의 '김환기 회고전'에 가려고 나섰다가 이 시기, 연꽃으로 유명한 시흥시 하중동의 '연꽃테마파크'부터 들렀습니다. 오전에 활짝 피었던 연꽃이 오후가 되면 오므라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조선 전기의 관료였던 강희맹(1424~1483)은 세조 9년, 사신으로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전당홍'이라는 새로운 품종의 연꽃을 들여와 여기 사위 가문의 고택 안에 있는 작은 연못, '官谷池'에 심었답니다. 시배지가 된 그 연못부터 먼저 구경하고 싶었지만 고택은 '종중 사정'으로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방한다기에 오늘은 그 담 너머로 들여다볼 수 밖에 없었네요. 뜰 가운데, '蓮池史蹟'이라 쓰인 비석이 보입니다. 이 연꽃이 재배되면서 당시 이 일대는 '연꽃의 고을'이라는 뜻의 '蓮城'으..

문화 산책 2023.07.22

추사를 찾아서

추사를 찾아서예산의 생가와  제주의 유배지, 말년의 과천을 찾았던 여정을 정리한 것입니다.먼저 충남 예산에 있는 그의 생가입니다.     추사는 1786년 (정조 10년) 6월 현재 충청남도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냈던 경주 김 씨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지요. 안으로 들어가면  댓돌 앞에 추사의 글씨에서 각자한  '석년'이라는 이름의 해시계가 서 있는 사랑채에  '차를 끓이는 죽로가 있는 방',  '죽로화실'과 주련,   방 안의 병풍에도 추사의 글씨가 보입니다.  안채를 지나 수선화 꽃밭이 있는 뒤뜰로 올라가면   영당. 그의 평생 친구, 권돈인은 추사 사후 영당 세우는 일을 도우면서 '추사영실'이라는 현판을 썼고   추사의 제자였던 이한철에게 대례복을 입은 추사의 초상을 그리게 하였답..

문화 산책 2023.02.17

메소포타미아 문명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2022년 7월 22일부터  2024년 1월 28일까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으로 메소포타미아의 문화유산을 전시하는'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전'을 열고 있습니다.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은'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메소포타미아'의 뜻 그대로지금의 이라크와 투르키예 남부, 시리아와 이란 서부의 비옥한 강변지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BC 3400~3000년 무렵에는이라크 남부에 신전을 중심으로 우룩을 비롯한 최초의 도시들이 탄생하였고 그중에서도 슈메르인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문자를 만들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였으며그들의 점토를 이용한 예술과 건축은 화려하고 거대하면서도 정교..

문화 산책 2023.01.15

국립중앙박물관의 '외규장각 의궤' 전시

중앙박물관의 1층, 특별전시실에서는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2022년 11월 1일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외규장각 의궤가 우리나라로 돌아온 2011년의 특별전, 2011년 7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에 이은 전시입니다. '외규장각'은 1762년 조선 시대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하기 위하여 설치한 국가도서관, 한양 창덕궁의 '규장각'에 이어 강화도에 지은 별도의 도서관이었습니다. 조선 왕실에서는 왕실의 혼례, 세자의 책봉, 장례, 궁궐의 건축과 같은 국가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후대에 전하기 위하여 그 일의 전 과정을 그림과 글로 적어 놓은 의례의 본보기 책,..

문화 산책 2022.12.21

이만익 회고전에서 윤동주를 만나다

올림픽공원 안의 소마미술관에서 화가 이만익의 10주기 회고전이 있다기에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면서 찾아왔습니다. 1988년의 김중업 작품인 화려하고 멋진 남문, '세계평화의 문'으로 들어가 공원 안, 전 세계 조각가들의 다양한 조각 작품을 보면서 '이만익 회고전'이 열리는 소마미술관, 1관으로 들어갑니다. 화가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시인 윤동주의 '서시' 한 구절,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에서 차용한 전시 제목, '별을 그리는 마음'입니다. 시인은 별을 노래했지만 화가는 별을 그렸네요. 4개의 전시실에서 1,2실은 화가의 생애와 성장, 변혁의 과정을 다루었고 3,4에서는 본격적으로 화가의 특색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작품을 전시했으며 이만익 아카이브실에는 화가의 드로..

문화 산책 202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