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에서 돌아와 조지아의 평화로운 산골마을, 메스티아 여행 후
마슈르카(합승 미니버스)를 타고 우리는 이제 터키로 갑니다.
아침 8시, 여기저기에서 승객을 모아가며 출발한 마슈르카는
5시간 30분 만에 주그디디를 거쳐 국경 마을 바투미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른쪽으로 흑해를 보며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입니다.
바투미에서 터키 트라브존으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하고 곧 승차, 30분 만에 국경 도착.
간단한 출입국 수속을 밟고 다시 그 버스로 이동,
5시간 만에 흑해에 인접한 도시, 터키 북부의 트라브존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부터는 트라브존을 시작으로 터키의 동남부를 돌게 됩니다.
이 도시의 중심지, 메이단 공원의 한가로운 풍경을 지나 숙소의 추천으로 찾아간 레스토랑에서
지역 명물이라는 작은 생선 함시를 튀긴, 우리의 도리뱅뱅 같은 요리를 먹었지만
그 맛이 신통치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여름, 그 음식은 겨울철의 별미라 했네요.
그러나 해변에서 바라본
흑해의 일몰만은 감동적이었지요.
다음날 찾아온 '쉬멜라 수도원'입니다.
해발 1200m의 깊은 산속, 절벽 한쪽에 이어지은 이 수도원은
비가 오는 평일에도 여행자와 그들이 타고 온 차로 입구부터 아주 혼잡했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꽤 넓은 안에는
초기 기독교 유적으로 비잔틴 문화의 영향을 받은 프레스코화가 화려합니다.
그러나 보존이 잘 된 천장화에 비해
사람 손이 닿는 부분, 특히 인물화의 눈은 많이 파손되어 있었지요.
다른 종교에 대한 무슬림들의 횡포였답니다.
트라브존 호텔의 센딩 세르비스로 버스터미널에 이동, 야간 버스를 타고 11시간 만에 '반'에 도착하였습니다.
식사와 차, 간식을 주었던 Kanberoglu 버스의 인심 좋은 차장에게 먹을 것을 듬뿍 얻었네요.
버스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 주었던 친절한 현지인과 기념 사진 하나 남기고
숙소 체크 후 곧바로 찾아온 반 호수는
돌무쉬(미니버스)로 30분 여분 달리는 내내 계속 보이던, 터키에서 가장 큰 호수였습니다.
멀리 산 위에 새긴 터키 국기가 보이네요.
아르메니아에는 터키에 빼앗긴 그들의 옛 땅인 이 '반 호수'를 그리워하면서 그 비슷한 지형을 발견,
세반('여기도 반')이라 이름 붙인 호수가 있었지요.
'반'은 기원전 8세기, 번영을 누렸던 우라루트 왕국이 있던 곳으로
아라랏 산과 함께 아르메니아의 始原이 되는 땅입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섬의 정상에 오르니 드넓은 호수가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다양한 파랑의 물빛은 먼 옛날, 바다가 융기하면서 그 깊이에 따라 염분 농도가 달랐기 때문이라지요.
호수 안의 섬,
성 십자가 교회는 아르메니아 양식의 건물로
외벽에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구약성서의 내용을 부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좌우, 두 눈의 눈동자 색이 다른 반 고양이는 이곳이 고향.
마을에 있는 아침 식사 전문시장 골목도 신기했습니다.
땅 넓은 터키의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요.
반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도우베야즛에 왔습니다.
여기 '이삭 파사 궁전'은 쿠르드 족의 총독이 살았던 곳이어지만
내부 유적은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이들 민족이 처한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 안에서 만난 쿠르드 여자들도 같이 사진을 찍자 했네요.
거친 돌산과 황량한 들판의 동부 산악지대는 터키와 분리를 요구하는 쿠르드 족의 독립운동과 관련,
우리나라 정부에서 여행을 제한하는 지역이었지만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서 몇 년 동안 망설이다가 찾은 곳입니다.
산악 민족인 쿠르드는 기질과 자존심이 아주 강한 이슬람 민족으로
터키의 남동부, 이라크, 이란 등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하면서
주변 국가들에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타튀르크'눈 터키공화국을 수립할 때
쿠르드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약속 하에 그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지만
이후 그의 배신과 탄압 속에서 1950년부터 터키 정부와의 긴 투쟁에 들어갔습니다.
쿠르드의 독립국가 건설은 주변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쉽게 해결될 수 없답니다.
나라 없는 약소 민족의 비애입니다.
이삭 파사 궁전 근처, 예배 장소가 복원된 이 모스크만으로도 동네의 그 옛날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아라랏이 보입니다.
터키에서 가장 높은 산, 아라랏은 터키, 아르메니아 두 나라에서 숭배하는 성산이지만
지금은 터키 여행사에서 정상까지 3박 4일의 트래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아르메니아와 달리 터키 도우베야즛에서는 한낮에도 아라랏의 정상을 잘 볼 수 있었지요.
산 아래 마을에 사는 쿠르드 여자들이 긴 막대기로 양털을 치대며 세탁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들은 양털에서 가는 실을 만들어 염색한 후 오랜 시간에 걸쳐서 멋진 카펫을 만들어냅니다.
산속, 배 모양의 지형인 '노아의 방주 터'에 왔습니다.
길이 160m, 폭 44m의 배 모양 지형은 1960년 미국과 터키의 고고학자들이 항공사진으로 찾아낸 땅이랍니다.
방주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연대 추정 결과
방주 시기와 일치한다 하여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진위 논란이 계속되면서 신빙성에 문제가 생기자 곧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곳입니다.
그 당시의 보도자료를 모아 놓은 방주 터 옆, 작은 박물관은
이곳을 처음 발견했다는 노인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을 들판에는 야생화만 활짝 피었습니다.
여기는 어릴 시절, 성경 속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들으면서 늘 궁금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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