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야간열차로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 왔습니다.
한밤중에 국경 지역에서 잠깐 하차, 출입국 사무실로 들어가서 입국 수속을 밟고 도착 비자를 받았습니다.
대 홍수가 끝난 후, 방주에서 내린 노아가 '예레 바트(찾았다)'라 했던 외침이
이 도시, 예레반의 어원이 되었답니다.
전통음식점 '올드 예레반'에서 공연을 보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뒷줄, 두 번째 사람의 피리 같은 악기는 이 나라의 전통악기 '두둑'으로
건조한 바람결, 호소력 있는 음색을 띄면서 '영혼의 소리'라고도 부른답니다.
내 마음까지도 허허롭게 만들었던 특별한 소리였습니다.
주말 밤, 국립미술관 앞에는 분수 쇼가 벌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네요.
아르메니아를 찾게 만든 관광포스터, 아라랏 산을 배경으로 한 코르비랍 수도원입니다.
새벽, 야간열차를 타고 예레반으로 들어가는 내내 선명하게 보였던 산 정상의 모습은
정작 실물을 찾아 나섰던 오후에는 구름에 싸여 내가 보았던 그 포스터의 그 형태는 나오지 않았네요.
대홍수가 끝난 후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이라는 전설을 담은 아라랏 산은
아르메니아가 쇠퇴하면서 주변국들에게 영토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지금은 터키 땅이 되었습니다.
노아가 정착한 나라이니 아르메니아인은 모두 그의 자손이라는 긍지,
그래서 아라랏 산은 아르메니아의 始原이 되고 아르메니아인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곳이지만
지금은 남의 땅,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코르비랍 수도원의 지하감옥에 갇혔던 독실한 기독교 신자, 그레고리의
흔들리지 않는 신앙에 감화된 왕은 301년, 세계 최초로 기독교 국가 됨을 선포합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이 수도원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또 하나의 성지가 되었지요.
수도원 안뜰에는
그레고리의 지하감옥으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있습니다.
현지인들과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좁은 감옥으로 내려가 우리도 그레고리의 고통을 체험하는 중입니다.
아르메니아의 정교회는 다른 나라와 달리 독자적인 아르메니아 사도회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그들의 '선택받았다는 우월감'이 엿보였지요.
바티칸 교황의 방문을 기념하여 만든 문으로
들어간 에치미아진의 마더 성당에서는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수장인 카레킨 2세 총대주교 집전의 일요일 미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성당 안에 울려 퍼지던 성가대의 맑은 화음은 천상의 소리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고왔습니다.
이들 정교회의 반주 없이 부르는 성가는 담백하고 경건했지요.
가톨릭과 달리 이들은 성상 대신 이콘(성화)에 경배 드리며 선 채로 미사를 올리고
성호는 이마→가슴→오른쪽 어깨→왼쪽 어깨 순서로 긋습니다.
이 교회 보물실에 모셔 있는,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병사의 창과
'노아의 방주'에서 나온 나무 파편으로 만들었다는 십자가는
이 교회의 자랑이며 아르메니아인들의 민족적인 긍지를 나타내는 귀중한 물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성당의 내력을 설명해준 아르메니아 여자, 닐마와 사진 한 장 찍고
'가이안 성당'과 '흐립시메 성당'을 돌아다닙니다.
주말을 맞은 교회마다 결혼식이 벌어지고 성장한 하객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리무진에
현악 4중주단도 등장하는 호화결혼식입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세요!
예레반 시내는 명물인 캐스케이드와
그 앞 공원의 조각을 보면서
도착한 공화국 광장의 오페라 하우스에는 각종 공연이 많았습니다.
근처에 있는 '마테나라단'은 고문서 박물관으로
건물 앞에는 아르메니아 고유의 알파벳을 배경으로 그 글자를 만든 왕, 마슈토츠 동상이 있습니다.
고대와 중세의 성서 필사본과 성화, 학술지 등 귀한 고문서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 나라의 정체성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곳이지만
내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봄의 야생화로 둘러 싸인 세반 호수와
반크 교회입니다.
지금은 터키 땅이 된, 반 호수를 빼앗긴 이 나라 사람들은 이 호수를 바라보면서
'여기도 반과 같다('세반')'며 위안을 삼았겠지요!?
예레반에서 시내, 시외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면서 찾아간 게하르트 수도원은
원래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던 창'이 보관되었던 곳이어서 수도원 이름도 '창'이라는 뜻의 게하르트.
나무 문에도 창을 조각해 놓았네요.
지금 그 '창'은 에치미아진 마더 성당의 보물실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바위를 파서 만든 이 암굴 교회 안에는
소리가 반향 되는 특별한 2층이 있고
그 2층에서는 이곳이 오래된 교회임을 증명하듯 닳아버린 바위 바닥으로 1층이 보였습니다.
돌에 새긴 섬세한 벽 장식과
여러 형태의 십자가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 같은 동양인을 처음 보는 듯 호기심을 보이던 아르메니아 여자들과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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