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딘을 떠나 미디아트를 거쳐 하산케이프에 도착했습니다.
이정표 뒤에 있는 건물이 우리 숙소로 이 마을의 유일한 호텔입니다.
뜨거운 낮동안 달구어진 콘크리트 건물은 밤이 되어도 식지 않아 내내 잠을 설친 곳이지요.
이 지역은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수메르 문명' 발생지입니다.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과 시리아와 이라크, 이란 서부를 잇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의 이 강변,
'메소포타미아'에는 수메르를 비롯한 많은 도시 국가들이 등장하면서
최초의 문자를 만들어 점토판에 기록하고 신전을 지으며 인류 문명의 역사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도시 국가의 왕조를 양분, 통합한 제국인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가 등장,
고대 세계를 평정하며 1500여 년의 주도권을 다툰 끝에
제3의 제국인 페르시아가 200여 년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뒤로는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만들어낸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등장하였지요.
고고학자와 탐험가들은 땅 속에 묻혀 있던 수메르의 유물과 유적을 발굴하면서
그리스인과 로마인 중심의 신화며 문명과 역사, 히브리 인들의 경전인 창세기는 모두
그 이전의 수메르 문명에서 시작되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유서 깊은 이 마을도 실크로드의 몰락 이후 터키 정부의 대규모 댐 건설 계획에 따라
이제 수몰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인류의 중요한 문명이 그 자취를 잃게됨에 따라 전세계적인 반대가 있었지만
터키 정부의 개발논리가 우세해서 그다지 힘을 얻지 못하는 듯합니다.
수몰되기 전에 꼭 가 보겠다고 벼르던 곳이었네요.
철거를 앞두고 그 시대의 혈거 구역은 이제 출입금지.
현지인들을 따라서 뒷길로 올라
그 맞은편 언덕에 서니
선사 시대부터 사람들이 기거했다는 동굴의 흔적이 보입니다.
티그리스 강 위에 세워졌던, 그러나 지금은 무너진 교각의 크기만으로도
번성했던 시절의 이 마을 위세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댐이 완성되면 그 옛날의 문명과 문화, 역사는 수몰과 함께 모두 잊히겠지요.
수메르의 그 옛 터전을 잠깐 들여다보는 것으로 끝내면서 사라지는 그 흔적이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정부의 이주 정책이 진행되면서 인구가 점점 들어들고 있다는 이 마을의 작은 시장에는
전통복장의 이슬람 여인네들이 보입니다.
그 시장 한 옆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싸이, 그의 인형을 대면하는 즐거움도 있었지요.
하산케이프에서 바트만을 지나 도착한 디야르바키르는 터키 남동부에 사는 쿠르드인들의 총본산으로
검은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세 겹의 견고한 성벽은 그 길이가 5.5km,
중간중간에 82개의 탑과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이 있습니다.
이곳을 거점으로 남동 아나톨리아를 돌아다니려던 처음의 계획은
일본 청년이 강도를 만나 털렸다는 정보에 급 수정.
젊은 남자와 아이들을 경계해 가면서 잠깐 둘러보고 곧 출발했던, 그러면서 아쉬움 많은 땅이 되었습니다.
더운 지역인 이곳의 명물은 수박, 9월에는 수박축제도 열린답니다.
서둘러 수박 한 통 사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급하게 잘라먹으며 더위를 식힌 추억도 남았네요.
터키 국내선을 타고 앙카라 도착, 거기 터미널에서 '사프란 볼루' 행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사프란 버스 터미널에서 무료인 세르비스 버스를 타고 신시가로 이동,
다시 미니버스로 10분 거리의 구시가, '차르쉬'로 왔지요.
이들 요리에 많이 쓰이는 노란색의 사프란 꽃이 많이 재배되는 마을, 이름처럼 예쁜 사프란 볼루로
280여년 전의 중세 오스만 튀르크 시대 전통 가옥이 남아 있는 한적한 이 마을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입니다.
동네 쓰레기 통에도 전통가옥의 자부심이 보입니다.
이곳은 우리의 일정에서 지났던 마르딘, 샨르 우르파와 함께 터키 3대 바자르의 하나로
실크로드 시절, 오스만 무역 루트의 통과 지점답게 시장은 여전히 풍성하고 예스러웠지요.
대대로 이들의 전통과자, 로쿰을 만들었다는 아저씨네 가게에
호텔로 개조한 대상들의 숙소, 카라반 사라이 뒤쪽으로는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큰 시장도 있습니다.
야외 카페에
골목골목 운치가 있는 마을입니다.
전통가옥인 우리 숙소,
'하티제 하님 코낙'('하티제 여사의 집')의 집 안은 고풍스럽고
넓은 방의
창문으로는 오밀조밀 고풍스러운 동네가 보였습니다.
하티제 아주머니, 아들 티무르와 같이 사진 한 장 남기고
샤프란 볼루에서 돌아온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는 황량하고 거칠었던 남동부 아나톨리아와 비교되는 별천지였네요.
터키의 중부와 서부, 동남부를 돌고 온 세 번째의 방문이지만 이스탄불이지만 언제나 사랑스러운 도시입니다.
남아 있는 터키 리라를 몽땅 털어 여행 마지막의 커피를 마시고 터키 항공에 탑승,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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