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이 쌓인 하이 아틀라스 길을 달립니다.
도중에 Midelt의 초입인 Kasba Hotel에서 점심을 먹고
제다의 시장에서는 양꼬치구이도 사 먹으면서
도착한 대망의 도시, Fes입니다.
숙소 Fes Inn에서 따뜻한 물로 사하라의 모래를 씻어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도시에 울려 퍼지는 스피커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하루 다섯 번의 예배시간을 알리는 무에진(Muezzin)의 낭랑한 목소리입니다.
산뜻한 기분으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모방했다는
핫산 2세 거리를 걸어 알 마크젠 왕궁에 왔습니다.
오늘 1월 10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거리마다 모로코 국기가 펄럭입니다.
나무와 구리, 대리석의 아라베스크 장식이 아름다운 왕궁은
내부 관람 불가.
'부 줄루드 문'을 지나 구시가, 메디나로 들어갑니다.
문의 바깥 쪽은 페스를 상징하는 청색 타일로,
안쪽은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 타일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시장 안, 네자린 광장에는 섬세한 장식의 카라윈 모스크와 부 이나니아 코란 스쿨(마드라사)이 있습니다.
높은 탑, 미나렛에 예배 시간을 알리는 스피커가 매달려 있는
이 모스크에도 대리석과 시더 우드의 화려한 문양이 돋보입니다.
구시가에는 크고 작은 모스크가 많았습니다.
11세기에 건설한 14km 길이의 메디나 카스바는 인구 40만에 9400개가 넘는 골목으로 형성된 미로의 성채,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조차 길을 잃기 쉽다는, 좁디좁은 골목이 사방으로 뻗어나간 도시입니다.
이는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에 대비한 자체 방어의 지혜였다네요.
메디나의 중심에 있는 시장, 수크(재래시장)는 낡은 목조 건물에
사통팔달의 골목마다 수많은 가게가 들어서 있는 만물 시장입니다.
이런 길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짐을 운반하는 수단인 당나귀가 오가면서
몰이꾼의 '길 비키라'는 외침이 시장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구리 세공업자는 하루 종일 얇게 편 구리판을 두드려
섬세하고 예쁜 쟁반과 접시며 꽃병을 만들었습니다.
벽면을 꽉 채운 향신료에
저장식품을 파는 가게도 보이고
견과류가 수북이 쌓인 가게며
여러 가지 야채를 파는 노점상,
수작업으로 천을 짜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산의 풍요로움이 보이는 광경이었네요.
모로코 페스의 대표적인 관광상품, 1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가죽 무두질 공장인 '슈와라 딴너리'를
구경하려고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의 옥상에 올랐습니다.
거기서 본 수많은 위성안테나가 이곳에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지요.
여기는 짐승의 가죽을 천연의 재료인 석회석과 비둘기 똥으로 무두질하여 부드럽게 만들고 탈색하는 곳으로
이 과정을 끝낸 대부분의 가죽은 염색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팔려 나간답니다.
그러나 이곳은 여행을 계획하면서 자주 보았던 관광화보처럼 화려하고 이국적인 멋진 풍경이 아니라
인부들이 맨 손과 맨 발로
악취 풍기는 둥근 통 안에 들어가 반복적으로 무거운 가죽을 씻고 옮기는 고된 작업의 일터였지요.
이 골목 어귀부터 풍기던 고약한 냄새 때문에 가게 점원이 나누어준 민트 잎으로 코를 싸매고 구경했지만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소중한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행동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모로코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지역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페스는 아주 특별했습니다.
우리 같은 동양인이 드문 듯 골목에서 만난 꼬마들의 환영이 대단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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