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도착 후, 간단한 입국심사를 받은 다음 알제시라스 항구 인포에 문의,
택시를 타고 '코메스 에스타시옹'으로 이동.
곧 말라가행 버스(1인 3.6유로)에 승차했다가 스페인의 첫 목적지인 카세라스가 가기 위하여
중간 에스떼뽀냐에 내렸습니다.
지중해 바닷가 마을,
에스떼보냐 거리에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설치해 놓은 장식들이 아직도 걸려 있습니다.
여기에서 1박 후,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카세라스는 계속 고지대로 올라가던 버스가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나타난,
하얀 집들이 산 중턱에 모여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동화 속 그림같이 비현실적인 풍경이었지요.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마을이지만
성당과 학교, 종합 운동장이며 호텔 등 생활 여건은 모두 갖추어진 곳이며
언덕 위에는 로마 시대 유적인 요새의 폐허가 있습니다.
공원처럼 꾸며 놓은 하얀 묘지까지 모든 것이 오밀조밀 예쁜 동네입니다.
비탈을 따라 흰 벽이 이어지는 좁은 돌 포장 골목길도 시아스타 시간에는 사람의 왕래가 끊기면서
한순간에 적막 속으로 빠져드는 작고 소박한 마을이었지요.
이러한 뿌에블로스 블랑꼬스(하얀 도시)는 아랍인들이 이 땅에 살던 당시,
그들의 적대세력인 기독교인들을 경계하여 안달루시아 평원이 아닌 고지대에 조성한 요새 마을입니다.
집을 회벽으로 하얗게 칠했던 그들의 전통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오렌지 파는 트럭을 만나 제철의 잘 익은 오렌지를 사다 먹고는
그 맛에 반해서 두 번, 세 번 또 사러 나갔던 일,
4유로에 산 10kg의 오렌지를 6명이 달려들어 금세 먹어 치우고 네 번째 사러 나갔을 때는
그 트럭이 떠난 뒤여서 두고두고 이야기할 정도로 섭섭했습니다.
밤에는 우리 숙소의 아랫층 bar에서 돼지 뒷다리를 염장하여 건조한 생햄, 하몽을 안주로 생맥주를 마시며
스페인의 이 작고 조용한 마을에 와 있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에스떼뽀냐에서 이곳에 오는 버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에 두 번, 13시와 19시에 있고
여기서 나가는 버스도 8시와 16시, 두 번 운행됩니다.
카세라스에서 에스떼뽀냐로 다시 나와 산 페드로를 거쳐 도착한 론다.
우리의 완행 버스는 스페인 남부의 전원과 구불구불 산간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 속을 달렸지요.
론다는 산 속에 자리 잡은 도시로 높이 150m의 깊은 협곡이 만들어낸 특이한 경치가 멋집니다.
해발 720m, 2500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이 오래된 마을은 중요한 요새로 발전하면서
로마와 아랍, 르네상스 문화가 혼합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버스 터미널 구내 매점에 캐리어를 맡기고 신시가를 지나 옛 성을 개조해 만든 호텔,
파라도르에 왔습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독재에 대항하여 공화파를 지지했던 종군기자 헤밍웨이는
종전 후 론도의 이 파라도르에 머물면서 그 내전을 소재로 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지요.
그는 이곳을 '가장 로맨틱한 도시'라고 불렀답니다.
1761년에 건설된 파라도르 안의 카페에서 헤밍웨이를 이야기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에
그도 저 아래 계곡과 누에보 다리를 보면서 이곳에 앉아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내 마음도 한없이 흐뭇해졌습니다.
정자가 있는 뜰로 나가면 그 아래에는 안달루시아의 평원이,
호텔 옆으로는 론다의 명소인 왼쪽의 신시가와 오른쪽의 구시가를 연결하는
120m 높이의 누에보 다리가 보입니다.
다리 건너 구시가, Plaza Campillo의 전망대에서는 이 다리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50여 명이 다치거나 죽은 험난한 공사 끝에 완공되었다는 다리입니다.
구시가, 사진 오른쪽에 있는 '모로 왕의 집'은 입장료가 4유로.
아랍인의 궁전 자리에 지은 이 집의 멋진 정원에서 바라보는
포도밭 풍경이 좋습니다.
일조량이 길고 지중해의 바닷바람이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는 이 지역은 포도 재배의 최적지랍니다.
숨어 있는 긴 동굴 계단을 내려가면
그 아래 타호 강으로 빠져나가는 비밀통로도 있습니다.
강변 동네도 아름다웠습니다.
이 구시가 역시 뿌에블로스 블랑꼬스, 하얀 마을로 높은 절벽에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있었지요.
헤밍웨이가 산책을 즐겼다는 타호 강변입니다.
누에보 다리를 건너 신시가에 있는 또로스 광장의 투우장으로 이동, 그 입구에서 투우와
전설적인 투우사, 뻬드로 로메로 동상을 배경으로 방문 사진을 남겼습니다.
론다는 투우의 본고장으로 1785년에 개장된 이 투우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경기장 중의 하나로
투우 시즌이 되면 전국에서 관객들이 모여들고 수많은 채널에서 생중계를 하는 6,000석의 큰 투우장이기 때문에
여기서 경기를 갖는 것이 모든 투우사들의 꿈이라 했지요..
지금은 겨울이어서 아쉽게도 투우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투우는 동물학대를 금지하라는 반대 시위에 정부의 지원까지 줄어들면서 점차 사양산업이 되고 있답니다.
붉은 천, 카포떼를 흔들며 포효하는 투우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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