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굴을 떠나서 무릉을 거쳐 울란바타르로 돌아가는 중간 마을인 '쿤닥 운두르'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넓은 평원에 숙소인 겔은 달랑 세 채.
한적한 곳이라서 좀 무서웠지만 밤 하늘에서 별이 마구 쏟아졌던 날입니다.
먼 산들, 강물 위에 피어오르는 안개, 낮은 구름 하며 자작나무 숲에 비치는 햇살로
아침의 들판은 몽환적이었네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초원에 드문드문 보이는 뗏장을 덮은 목조가옥, 통나무 울타리, 넓은 초원에서 풀 뜯는 야크며 소, 말과 양들은
겔과 함께 몽골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여기 아이들이 과자처럼 들고 다니며 먹던 간식,
몽골리안 보드카인 '아르키'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아롯'은
집 안에 널어 말리던 고기처럼 이들의 저장 식품이었습니다.
짧은 여름 동안 그들은 부지런히 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드넓은 땅, 한참을 달려 도착한 사원, '아마르 바야쓰갈랑'은
중앙 건물 외에는 모두 허물어져 짐승들이 드나들던 낡은 건물이었지만
불상을 중심으로 내부는 아주 화려했습니다.
손으로 한 번 돌리면 안에 보관된 경전을 한 번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여겨 몽골인들이 열심히 돌리던 마니차.
여기도 역시 황모파의 티베트 불교 사원입니다.
탑 밑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세 바퀴를 돌고 나오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생긴다며
몽골인들이 줄 서서 기다리던 곳에서
뚱뚱한 여자가 들어갔다가 한 바퀴도 못 돌고 낑낑거리며 겨우 빠져나오던 일로 한바탕 웃으면서
다시 돌아온 울란바타르입니다.
먼저 자이승 전망대에 올라가서
산비탈에 작고 하얀 돌로 새긴 징기스칸의 얼굴과
툴 강 건너편의 울란바타르 시내를 내려다본 다음
시내에 있는 민속공예박물관, '잔자바르 뮤지엄'에 들렀습니다.
여기에서는 청동 공예가인 '자나바로자 스님'의 대표작인 '타라 여신상'이 인상적이었고
'복드칸 왕실박물관'에서는
섬세한 자수로 장식한 궁중의상이 아주 화려했습니다.
'수하바르트 광장'에는
독립영웅, '담디니 수하바르트'의 승마상이 서 있습니다.
16대 달라이라마의 점안으로 완성된 불상으로 몽골인들에게 신앙의 순례지가 된 '간단히드 사원'에는
오체투지하는 현지인들이 보입니다.
150여 명의 학승, 동자승이 있는 규모가 큰 사원이었습니다.
내부가 아주 화려했던 민속공연장에서
남자들이 성대 깊숙한 곳을 울리면서 부르는 '흐미'는 아주 인상적이었고
말머리 장식의 두 개 현으로 이루어진 '마두금' 연주에
화사한 의상의 춤과
여자들의 고음 노래는 특별했지요.
우리나라 남양주의 수동, '몽골촌'에도 이런 공연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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