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속의 사진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만큼이나 흐릿해지네요.
그 사진을 보며 몽골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생각합니다.
여행 친구 4명과 우리의 한여름에 떠난 몽골.
그곳 겔에서는 밤이 되면 추워서 난로에 장작불을 피워야 했습니다.
2006년 7월 22일 출발하여 몽골에서 9일,
바이칼 호수를 거쳐 이르츠크츠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러시아의 14일 여행 끝에
8월 13일 돌아온 23일의 일정입니다.
몽골과 러시아의 부랴트 공화국의 울란우데는 현지 투어로,
이후의 지역은 우리나라의 여행사에서 교통편을 예약한 자유 여행으로 진행하였지요.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서는
몽골인 아내를 둔 한국인, 데이비스 김이 운영하는 UB GH에 숙소와 투어를 예약,
도착 즉시 지방으로 떠났습니다.
기사 '타가'가 운전하는 러시아 짚, 푸르공으로 처음 들른 곳은
한때 옛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하르호린'의 '에르덴죠 사원'.
사각형의 외벽을 장식한 하얀 거탑과
성문 같이 웅장한 입구에서는 이들 민족의 범상치 않은 기상을 느꼈지만
구 소련의 스탈린 시대에 파괴된 것을 복원했다는 그 안의 건물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그 옛날 칭기즈칸의 대 몽골제국의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박물관을 겸한 이 사원에서는 관광객의 기부금으로 건물 보수며 동자승의 교육비에 쓰고 있다 하니
외부의 지원은 없는 듯했네요.
중화사상의 중국인들이 붙인 명칭, '몽고'는 이들을 야만인으로 낮추어 부르는 이름으로
몽골의 정식 명칭은 '몽골 울스',
'용감한 몽골 족이 세운 나라'의 뜻이랍니다.
한때 그 영토가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쿠웨이트와 터키에 이를 정도로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징기스칸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정복자이며 정치지도자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원래의 땅 일부도 중국에게 빼앗긴 처지입니다.
오래된 건물에 새겨진 포효하는 동물 부조만이 그 당시의 위세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하르호린을 떠나 다음 여행지 '체체를렉'으로 가는 중입니다.
가도 가도 산이 보이지 않는 몽골의 초원은 힘 좋은 러시아 짚, 푸르공이 아니면 다니기 어려웠던 땅,
길이 따로 없으니 차가 진입하면 그게 길이었네요.
한바탕 비가 내리면 벌판에는 금세 물이 흐르는 강이 생기면서
작은 차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물이 잦아들기만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러나 한여름의 짧은 기간 동안, 무더기로 핀 꽃들로 들판은 향기로웠습니다.
야생화의 계절이었지요.
'체체를렉'으로 들어가면서 마을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황량한 고비사막에서 '정원'의 뜻을 가진 이 동네의 이름처럼 이제는 초록의 삼림지대로 넘어갑니다.
몽골에서는 드물게도 사람과 자동차가 많은 이 마을에서는
강한 자외선 탓에 볼이 빨갛게 튼 아이들의 해맑게 웃음이 귀엽고
이 지역의 낡은 민속박물관에서 본
해태의 표정이 재미있어 한 장 남깁니다.
몽골인들은 오래된 고목이나
'볼긴 산'의 '타이하르로'처럼 거대한 바위에 신령이 깃들어있다고 믿으며
파란색의 '가타'를 매달고 그 둘레를 돌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들이 최고로 여기는 음식은
작은 동물의 내장을 제거한 후 그 속에 뜨겁게 달군 돌을 넣어 익히는 '호르헉'.
우리의 점심으로 운전기사가 준비한 이 음식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망설이는 사이에
타가만 혼자 포식했네요.
몽골에서 제일 큰 호수, 국립공원인 '흡수굴 노르(호수)'에 왔습니다.
여기 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침엽수 우거진 삼림지대, 타이가숲에서
낮에는 말을 타거나
호숫가를 산책하고
인근의 오래된 분화구에도 올라갔다가
밤에는 난롯불에 감자를 구워 먹고 보드카를 마시면서 보냈습니다.
다른 세상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 편안하고 느긋한 시간,
색색의 다양한 야생화와 그 향기, 갑자기 쏟아지는 굵은 우박과 금세 맑아지는 하늘을 즐겼던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흡수굴을 도는 날에도 갑자기 커다란 우박이 떨어지다가
순식간에 개면서
하늘에는 커다란 무지개가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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