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에서 이르쿠츠크까지 밤 열차로 10시간 이동.
이르쿠츠크에 아침 7시 도착, 필요한 여행 서류를 받기 위하여 이쪽 여행사 직원의 출근을 기다리면서
바이칼 호수, 그 안의 알혼 섬에서 먹을 간식을 샀지요.
거기서 다시 차로 이동 6시간, 바이칼로 들어가는 선착장, 사휴르따 정션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우리와 비교가 안 되는 큰 나라, 엄청난 이동 시간은 그 단위가 우리나라와 전혀 달랐습니다.
훼리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 여유가 있기에 근처에서
이 고장의 특산품인 훈제 생선, '오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바람이 차가워서 두툼한 옷 꺼내 입고 섬에서 나온 배에 승선,
15분 정도 달려 바이칼 호수에 있는 20여 개 섬 중에서 가장 큰 유인도,
'알혼 섬'(Olkhon Island)으로 들어왔습니다.
부랴트 인들의 언어로 바이칼은 '풍요로운 땅',
'알혼'은 '햇빛이 잘 드는 땅'의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절반 크기인 이 섬에는
부랴트인 주민 1500명 정도가 거주하면서 목축업과 어업,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했네요.
B A J K A L!
이 섬에서 우리의 일정은 3박 4일입니다.
선착장에 픽업 나온 쏜네취나야 캠프(Solnechnaya Camp)의 차를 타고 황량한 땅을 달려
1시간 만에 후지르 마을 캠프장 도착,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의 숙소, 민박집에 갔습니다.
캠프에는 빈 방이 없기 때문에 식사는 여기서 하고 잘 때는 아랫마을의 민박집으로 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짐을 풀고 호숫가로 나가니
캠프장 언덕, 호수가 보이는 부르한 곶의 샤먼 바위에
부랴트 인들이 파란색 천을 걸어 놓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시베리아의 신성한 샤먼 성지,
그들은 이 바위를 조상의 혼이 깃들어 있는 신성한 장소로 여긴답니다.
전통 복장의 부랴트 아주머니들도 찾아오는 이 기도처에는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기원의 천이 많이 보입니다.
호숫가에서
해 질 녘까지 걸어 다녔습니다.
아름다운 청색의 넓은 호수, 저녁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샤먼 바위 앞 기도를 하는 부랴트인과
그들의 염원이 깃들인 파란 천 등 먼 이국 땅의 색다른 풍경에 마음이 설레었거든요.
호수는 아침과
햇빛을 받은 한낮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인 유네스코 자연유산,
'시베리아의 진주'라는 별명처럼 하늘과 물빛에 주변 풍경까지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다음날에는 섬의 최북쪽을 돌아보려고 캠프에서 운영하는 '하보이 투어'에 합류했습니다.
갈 때는 배로, 돌아올 때는 육로로 미니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투어입니다.
잔잔한 호수, 기암괴석의 바위를 돌아
북쪽에 있는 작은 어촌에서
하선,
날카로운 절벽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거센 바람에 풍화된 바위에서 사진도 찍고
투어의 명칭이 된, '하보이(송곳니) 바위'를 실감하면서
산길을 걸었습니다.
이들이 '작은 바다'라고 부르는 서쪽 바이칼은 푸른빛으로,
'큰 바다'라 하는 수심 1620m의 동쪽 바이칼은 그 보다 짙은 남빛으로 그 깊이에 따라 물빛이 달랐습니다.
천을 매달고 기도하는 신목, '세르게 기둥'도 보입니다.
여기는 바이칼의 신이 샤먼과 대화하는 장소라네요.
그러면서 여기도 샤먼들이 자주 찾아오는 신성한 곳이라 했지요.
중간에 대기하고 있던, 러시아 군용차를 개조한 작은 버스를 타고 다시 캠프로 돌아왔습니다.
낡았지만 힘 좋은 버스로 거친 산길을 달리는 극심한 롤링도 재미있었네요.
러시아 스타일의 반야를 하려고 모닥불 앞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
그러나 '이 바이칼에 와 있다는 벅찬 감동'으로 마음은 즐거웠지요.
숲으로, 호숫가로, 마을로 활짝 핀 야생화를 보면서 산책하며 편안하고 한가롭게 보낸 나날들.
어느새 지나간 아쉬운 시간입니다.
바이칼을 떠나면서
텃밭의 햇감자를 캐어 삶아 주었던 마음 따뜻한 주인아주머니 니나와 집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니나는 긴 겨울, 6개월 동안이나 호수가 결빙되는 이 추운 외딴섬에 살면서도
무뚝뚝했지만 실내에 생화를 꽂아 놓고 즐기는, 마음의 여유가 넉넉한 전직 독일어 선생님이었습니다.
스빠시보(감사합니다), 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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