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몽골의 일정을 마치고 러시아로 이동합니다.
울란바타르 역에서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종점인 몽골의 국경, 수하바타르에 아침 7시 도착.
정차된 4시간 동안 출국 수속을 마치고 여권을 돌려받은 다음 출발,
러시아의 국경인 나우쉬키에서 입국 수속을 했습니다.
입출국 신고서와 세관 신고서는 모두 키릴 문자,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안산에서 잠시 일했다며 우리말을 조금 하는 이웃 칸의 남자 승객 도움으로
두 장의 입출국과 세관 신고서를 작성해서 제출, 후에 출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한 장씩 돌려받았습니다.
지니고 있다가 러시아를 떠날 때 공항에서 제출해야 합니다.
군인을 대동한 여자 관리 1명은 밀입국자를 찾는다며 객실과 복도를 샅샅이 수색하고 다니더군요.
두 번의 객실 검색과 대기 시간 등으로 입국에 걸린 시간은 모두 4시간 30분.
그러니 출입국에 걸린 시간이 모두 8시간 30분입니다.
열차 안, 뚱뚱한 러시아 여자 승무원은 체구만큼이나 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열차 안의 모든 승객을 제압,
제왕처럼 군림했습니다.
서비스 개념은 전혀 없었네요.
그렇게 시작부터 경직되어 들어간 러시아입니다.
나우쉬키에서 러시아의 부랴트 자치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로 왔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 수하바타르와 나우시키를 거쳐 울란우데까지 모두 26시간이 걸렸지요.
땅이 넓다는 것을 실감하고 사회주의 국가의 비효율과 서비스 부재를 체험한 시간이었네요
출국 전 미리 예약한 현지 투어, 여행사에서 픽업 나온 우리말 능숙한 부랴트 여자, 두구 웨머와 함께
발구진 호텔로 이동,
짐을 놓고 그의 안내로 라마불교 시베리아 총본부가 있는 언덕을 거쳐
교외에 있는 부랴트 족의 민속촌으로 갔습니다.
그 안에는 러시아 정교회 건물에
일반인의 가정집을 재현한 소박한 부엌과
몽골풍의 붉은 색조 거실이 보였지요.
아득한 옛날부터 수렵생활을 했던 사진 속, 부랴트 족의 얼굴을 보면서
북방에서 한반도로 내려온 우리의 뿌리를 생각했네요.
사진으로 보는 그들의 몽골계 외모는 우리나라 조선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영락없이 닮아 있었거든요.
혼자 우리말을 공부했다는 두구 웨머의 한국어는 수준급이었고
조신하면서도 야무진 성품에 우리와 닮은 몽골계라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지요.
그에게 들은 이야기,
오래전 바이칼의 알혼 섬에 세 형제가 살았는데
점점 사람 수가 많아지면서 섬이 좁아지자 막내아들은 육지로 나와 울란우데에 자리 잡았고
그들은 부랴트의 시조가 되었답니다.
거기에서 또 몽골로, 중국으로, 한반도로 흩어졌다네요.
그들의 한 갈래인 퉁구스 족은 겔 형태의 집을 짓고
이 지역에서 많이 자라는 자작나무 껍질로 겉을 두르거나
좀 더 후기에는 지붕에 뗏장을 얹어 보온을 하기도 했답니다.
18세기 러시아에 점령당하면서 부랴트 자치 공화국이 된 이 나라에는
지금도 몽골과 러시아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근처에 '동북아시아 동물원'이 있어 놀러 나온 현지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얼굴이어서 서로 신기했거든요.
전체 인구 중 부랴트 인들의 비중은 25%라네요.
울란우데 시내의
번화가, 레닌광장에는
1961년 최초의 우주비행사,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의 포스터가 보이고
몰려나온 인파에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레닌의 두상 하며
음악당 등 아름다운 건물이 많았습니다.
거리의 발레 조각상에서 이 나라의 예술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가 있었네요.
옛 소비에트 연방의 다른 나라들처럼 이 나라에도 수준 높은 발레단이 있는데 지금은 해외 공연 중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온 발레 유학생도 몇 명 있다 했지요.
울란우데에서 바이칼에 다녀온 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기 위하여 잠깐 들렀던 도시,
이르쿠츠크의 앙카라 강변에는 알렉상드로 3세 입상과
러시아 정교회 건물인 화려한 성 십자가 성당이 있습니다.
바이칼로 가는 거점도시, 횡단열차가 지나가는 도시,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아름다운 이르쿠츠크는 잠깐 돌아보면서 미련이 많았습니다.
거기에서 곧 나무가 무성한 숲 사이 직선 도로를 달려 리스트 비앙카로 갔었지요.
예상외로 이곳은 큰 건물에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던 항구도시.
여기까지 바이칼 호수가 이어집니다.
마침 호반에 장이 선 날이어서
좌판의 훈제한 생선, 오물과 말린 생선들에
옥으로 만든 장신구 하며
러시아의 대표적인 기념품, 그 안에서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는,
몇 개의 똑같은 목각 인형이 계속 나오는 마트로슈카와
목조각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여행 기념품을 샀습니다.
근처 음식점에서 스테이크와
생선 샤슬릭,
핫케잌 종류인 블린에 맥주를 마시고
마을 뒷산을 산책하다가 소풍 나온 가족과 어울렸지요.
현지인들은 소박하고 친절했네요.
우리는 이제 이르쿠츠크로 돌아가 거기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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