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모로코, 스페인, 포르투갈 18

코르도바

세비야에서 120km, 1시간 40분 거리의 코르도바입니다. 다음 행선지인 그라나다행 버스 시간표를 확인한 후 열차역 안에 있는 인포에서 시내 지도를 받고 4번 버스에 승차, 메스키타 거리에서 내려 숙소를 잡았습니다. 근처에 일요일의 벼룩시장이 열렸기에 코르도바 문장이 새겨진 사각 접시를 한 개 사고 과달뀌비르 강의 로마 교까지 걸었지요. 2000년 역사의 그 로마 교는 지금 보수 중이지만 여전히 원형 그대로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작가 메리메는 이 다리에서 만난 집시 아가씨에게서 영감을 받아 소설, '카르멘'을 썼답니다. 세비아에는 그 카르멘이 일했던 왕실 담배 공장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그 옆에 있는 과달키비르 강가의 14세기 이슬람 요새, 깔라오라 탑은 애초의 이슬람 양식에 기독교적인 조각이 덧대..

세비야

론다를 떠나 또 하나의 하얀 마을, 사하라를 거쳐 2시간 걸려서 도착한 세비야입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10분, 산타크루스 거리의 숙소에 짐을 푼 다음 근처 튀김가게에서 안달루시아 특산인 신선한 오징어 튀김과 옆의 술집에서 공수한 생맥주로 저녁을 해결하고 늦은 밤에는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작은 광장을 지나서 서치 라이트로 환한 카테드랄, 대성당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성 베드로) 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과 함께 세계 3대 성당의 하나로 그 큰 규모는 보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알카사르(Real Alcazar de Sevilla, 7유로)와 대성당(7.5유로)에 왔습니다. 알카사르는 알람브라 궁전에 매료된 카스티야 국왕, 페드로 1세가 그라나다에서 무어인 장인들..

스페인의 카세라스, 론다

스페인 도착 후, 간단한 입국심사를 받은 다음 알제시라스 항구 인포에 문의, 택시를 타고 '코메스 에스타시옹'으로 이동. 곧 말라가행 버스(1인 3.6유로)에 승차했다가 스페인의 첫 목적지인 카세라스가 가기 위하여 중간 에스떼뽀냐에 내렸습니다. 지중해 바닷가 마을, 에스떼보냐 거리에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설치해 놓은 장식들이 아직도 걸려 있습니다. 여기에서 1박 후,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카세라스는 계속 고지대로 올라가던 버스가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나타난, 하얀 집들이 산 중턱에 모여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동화 속 그림같이 비현실적인 풍경이었지요.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마을이지만 성당과 학교, 종합 운동장이며 호텔 등 생활 여건은 모두 갖추어진 곳이며 언덕 위에는 로마 시대 유적인 요새의 폐..

메크네스와 라밧

끝없는 이어지는 올리브 밭을 지나 메크네스에 왔습니다. 고대 로마 유적인 술탄 이스마일의 거대한 마구간과 기독교를 탄압하면서 교인들을 가두었던 지하 감옥 유적을 돌아본 다음 궁전의 거대한 성벽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중입니다. 오후에 이 나라의 수도, 라밧에 도착하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찾아온 모하멧 5세 무덤의 지붕은 이슬람에서 신성함을 상징하는 초록색. 그의 생전에 완공했다네요. 위병이 서 있는 이 묘소에는 금빛 찬란한 천장과 대리석과 구리, 타일의 장식이 화려했습니다. 빨강 바탕에 초록색 별 한 개의 모로코 국기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저 아래의 대리석 관이 모하멧 5세의 묘입니다. 모로코의 모하메드 5세, 핫산 2세, 모하메드 6세로 이어지는 왕정은 부와 권력의 세습으로 빈부격차가 유..

페스

다시 눈이 쌓인 하이 아틀라스 길을 달립니다. 도중에 Midelt의 초입인 Kasba Hotel에서 점심을 먹고 제다의 시장에서는 양꼬치구이도 사 먹으면서 도착한 대망의 도시, Fes입니다. 숙소 Fes Inn에서 따뜻한 물로 사하라의 모래를 씻어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도시에 울려 퍼지는 스피커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하루 다섯 번의 예배시간을 알리는 무에진(Muezzin)의 낭랑한 목소리입니다. 산뜻한 기분으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모방했다는 핫산 2세 거리를 걸어 알 마크젠 왕궁에 왔습니다. 오늘 1월 10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거리마다 모로코 국기가 펄럭입니다. 나무와 구리, 대리석의 아라베스크 장식이 아름다운 왕궁은 내부 관람 불가. '부 줄루드 문'을 지나..

토트라 계곡과 에드푸르. 메르조가의 에르그 체비

에잇 벤 하두에서 토트라 계곡으로 가는 길은 3시간 30분 거리입니다. 타로리트 카사바 등 길가의 폐허가 된 성채들을 지나 알 만수르 댐, 야자수 우거진 다데스 밸리와 다데스 강가의 부말린 마을을 지났습니다. 적갈색 황토로 사각형 상자처럼 지은 베르베르인의 집이 인상적입니다. 길가에는 홀치기 염색의 다양한 스카프를 파는 가게도 있었지요. 모로코 최고의 천혜 장관이라는, 초록색 종려나무가 무성한 티네히르 마을 옆의 토트라 계곡에 왔습니다. 160m 높이의 적갈색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서 있는 거대한 협곡입니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베르베르인들의 색, 인디고 블루. 절벽 사이의 너비는 겨우 9m.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계곡에는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었지요. 당나귀를 타고 가는 현지인도 이 장엄한 ..

에잇 벤 하두와 와자잣

마라케시의 기분 좋은 숙소를 떠나 눈 쌓인 하이 아틀라스 산맥을 옆에 두고 해발 2000m가 넘는 타진티쉬카를 넘어갑니다. 그 옛날 대상들이 다녔던 높은 고개의 저 계곡 아래쪽에는 몇 채의 집이 보이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밭을 일구고 있었지요. 프랑스 식민시대에 잘 닦아놓은 설산 길의 환상적인 드라이브였습니다. 이민족의 오랜 지배가 이들에게는 체념과 동화의 시간이었는지 이브라힘에게는 지배자였던 프랑스에 대한 미움이 없어 보입니다. 그는 나라 이름도 영어식의 모로코가 아닌 불어식의 마로크라 불렀네요. 착취와 탄압, 저항으로 점철된 스페인의 중남미 지배나 일제의 우리나라 통치와는 격이 달랐던 것일까요? 4시간 정도 걸려 오늘의 목적지, Ait Ben Haddou의 카사바(성채) 마을에 왔습니다. 오래전부터..

Morocco의 카사 블랑카와 말라케시

앗살람 알레이쿰?(안녕하세요?) 2007년 1월 2일부터 2월 3일까지 33일 동안 모로코와 스페인, 포르투갈을 6명이 돌아다닌 기록입니다. 파리를 거쳐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들어갔다가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나왔지요. 먼저 모로코의 카사 블랑카(아랍어로는 다르 엘 베이다, Dar el Beida)로 시작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지방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기에 우리나라의 '신발끈 여행사'에 의뢰, 차량과 기사, 가이드가 제공되는 7박 8일의 현지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들을 묶어 부르는 '마그레브(해 지는 서쪽)'의 하나로 아프리카의 서북단에 있으면서 유럽과 중동의 문화가 혼재된 지역. 기원전 이곳에 정착한 베르베르인은 카르타고 멸망 이후 로마에 합병되어 기독교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