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DMZ 평화 걷기' 때는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DMG 전망대'로 가는 '평화곤돌라'와
'제27회 장단콩 축제'를 찾아
다시 찾아온 파주의 임진각입니다.
오랜 연륜의 행사답게 장단콩을 비롯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파는 현지인들의 시장이며
식당이 질서 정연하게 들어선 평화누리에는
도리깨로 콩을 터는 체험 행사들도 있었지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평화의 곤돌라' 탑승이었네요.
강 건너편의 풍경이 궁금하던 차에
곤돌라는 그 임진강을 건너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는 전망대와
옛 주한미군 시설을 이용한 갤러리 그리브스까지 오가는 유일한 수단이었거든요.
민통선 안의 시설이기 때문에 탑승자 전원이 보안서약서를 써야 하고
동승자 중 1인의 실물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용시간은 09:00~18:00, 매표 마감은 17:30.
일반 캐빈(11,000원/왕복)과 크리스털캐빈(14,000원/왕복)의 두 종류에
파주 시민의 이용요금은 반값이고 시니어 할인도 있습니다.
곤돌라에서는 행사 중인 장터와
오른쪽의 통일대교,
왼쪽의 '자유의 다리'까지 임진강 주변의 풍경이 보입니다.
도착한 평화곤돌라의 DMZ 정거장에는
카페, '포비든 플레이스'와 'DMZ 기념품가게'며 루프탑, 옥상전망대가 있고
거기서 1번으로 나가면
오른쪽은 '갤러리 그리브스'와 '캠프 그리브스', 왼쪽은 평화전망대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캠프그리브스'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2km 떨어진 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 설치되었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의 하나로
미군은 1953년 여기에 캠프를 조성, 2004년 8월 철수할 때까지 50여 년간 주둔하였습니다.
경기도에서는 2013년 미군이 사용하던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
민통선 안의 역사문화 체험시설로 개방하였지요.
그중에서 '갤러리그리브스'에는 다양한 기록과
한국전쟁 당시 전장에서 산화하였을 젊은이들의 얼굴에
황폐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었네요.
미국의 종군기자였던 마거릿 히긴스가
1950년 12월까지 한국전쟁을 취재하면서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War in Korea, 자유를 위한 희생'을 집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기록도 보이고,
많은 한국인들이 전쟁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NBC를 통하여 전 세계에 알렸던
미국의 또 다른 종군사진기자, 존 리치의 당시 촬영 사진도 볼 수 있었지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중에는
판초우의를 입은 미군 수색대원들이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발 내딛는 모습을 표현한 16개의 청동 조각이 있습니다.
1950년 겨울, 미국 1 해병사단이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근처에서
중공군 12만 명에 포위되어 전멸 위기를 겪다가 간신히 탈출한 후퇴작전으로
미군은 자신의 10배가 넘는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키면서 흥남에 도착,
193척의 군함으로 군인 10만 명, 민간인 10만 명이 남쪽으로 탈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 옆에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나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나라의 아들, 딸들을 기립니다'는 가슴 뭉클한 기념비에
한국전쟁에서 참가했다가 전사한 미군과 실종자, 포로가 된 군인의 숫자며
'FREEDOM IS NOT FREE'라 새긴 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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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저 통제선들이 그 기억과 함께 내 가슴을 서늘하게 했네요.
평화전망대로 가는 길의 이름은 '밀리터리 스트리트'.
전시된 현재 우리나라 보병 34개 사단의 부대 마크도 군필자들의 회상을 이끌어냅니다.
평화전망대에는 평화정과 재현해 놓은 도보다리, 평화등대와 월경방지표지판, 소망의 리본들이 모여 있었지요.
수많은 이들의 바람 담긴 리본을 지나면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 등대'와
평화정, 1950년대 비행금지구역임을 알리는 미군의 대항공 경고판, 월경방지표지판이 있고
그 앞으로 4.27 남북공동성명 당시 남북의 최고 책임자들이 회담 후,
같이 산책하였던 판문점의 도보다리가 재현되어 있습니다.
이 전망대에서는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철책선 너머 '자유의 다리'와
왼쪽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그 옛날의 기차, 그 앞의 독개다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멀리 희미하게 뾰족한 봉우리, 북한산과
임진강을 넘나드는 곤돌라며 행사 중인 색색의 천막이 보이는, 분단의 비극이 펼쳐집니다.
서리태와 표고버섯을 사들고 귀갓길에는 헤이리마을에 들렀습니다.
7번 게이트를 지나 갈대공원 쪽으로 내려가면
'카메라타, 황인용의 뮤직스페이스',
음악카페가 있습니다.
2층은 화장실, 3층은 작은 화랑으로 구성된 건물입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교외의 다양한 카페들.
그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추억의 카페에서 나와 착잡한 마음으로 마을 안 길을 돌았습니다.
여기에도 가을이 찾아왔네요.
갈대광장으로 나가면
다양한 조형물과
야외무대가 있고
작은 연못 앞에는
윤후명의 시도 있습니다.
이런 건물이며
나무를 안으로 끌어들인 집도 특별한, 정감이 가는 동네였네요.
공식매표소에서는 이 지역 박물관, 미술관과 연계한 각종 체험행사 할인표를 구입할 수 있고
여행스테이션에서는 마을 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작지만 오밀조밀 예쁜 동네입니다.
마을의 게이트 1번 근처, 2021년에 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일상생활용품을 수집,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시, '보이는 수장고'에
관람객들이 저 안까지 출입하여 소장품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가 있어
그 '열린 수장고'의 개방감은 압도적이었지요.
현재 1층의 4~6번에는 도자기와 토기, 석재로 만들어진 항아리와 옹기, 맷돌 등의 유물을,
2층의 9~11번에는 향로와 작은 절구, 고기잡이 도구 등의 일상생활 용구들을 보관, 전시 중.
그 안에는 도공이 장난스럽게 그려 놓은, 저 호랑이 그림이 있는 분청사기와
얼마 전까지도 동네 중국음식점에 있었을 듯한 물컵들,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요강에
이제는 일부 떡집에서나 볼 수 있는, 절편을 찍어내는
떡살과 다식판,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었을 나전칠기 소반과
섬세한 장식의 반닫이들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지요.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들은 100만 점 이상이라 했네요.
소장품마다 고유의 번호가 있어 곳곳에 있는 키오스크에 그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유물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1층의 소장품 정보실에서도 이 국립민속박물관에 있는 소장품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그 화면 안에서 관심 있는 유물을 터치하면
이렇게 전시 중인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QR 코드로 연결하면 모바일에 사진을 담아갈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 체험실은 지금 수리 중이었지만 중간중간 휴식 공간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공간이 있어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이 방문하면 좋을 듯했네요.
우리에게도 추억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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