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인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120km 거리의 항구도시 발빠라이소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입니다.
가파른 절벽에 터를 잡으면서 마흔 개가 넘는 언덕,
그 꼭대기까지 빼곡하게 집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이곳의 지명, '발빠라이소'는 '천국과 같은 계단'이라는 뜻이랍니다.
고지대 주민들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곳곳에 이 도시의 명물인 경사형 엘리베이터 'ascensor'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Concopcion 마을에 올라가는 아센소르는 나무로 만들어진, 100년도 더 된 엘리베이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잘 올라갔네요. 편도 300페소.
색색의 페인트 칠을 한,
낡은 집들이 이어져 있는 마을에는 전망 좋은 카페와 분위기 있는 식당에
건물 외벽을 장식한 재미있는 그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귀국 며칠 후, 칠레를 강타한 지진의 여파로 이 마을에 불이 나면서
주택이 모두 타버렸다는 뉴스를 들었지요.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마을에 닥친 재앙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집과 그림들..........
거기에 있던 그림을 많이 보여드리는 이유입니다.
또다른 언덕에 있는, 이 나라 사람들이 존경하는 시인 네루다의 집은 그가 죽으면서 기념관이 되었습니다.
입장료는 4000페소.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서정 시인으로
'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네루다의 대답, '시에서'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지요.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모른다. 어디어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말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서인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에서,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저만치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중략....................
파블로 네루다/ '詩에서'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 시인은 아옌데 대통령 시절, 그의 동지로서 외교관을 지낸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삐노체트의 쿠데타로 대통령이 폭격에 죽고
그는 연금생활에 갇히면서 절망 끝에 병이 들어 죽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17년간 이어진, 칠레 민주화 운동의 예고편이 되었답니다.
우리에게 네루다는 '일 포스티노-우편배달부'라는 영화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네루다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인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영화로 만든 것이지요.
1943년부터 산티아고에서 멀리 떨어진 이슬라 네그라에 정착했던 시인의 우편물을 배달하던
순박한 청년 우체부, 마리오 헤메네스.
그가 네루다를 통하여 시를 읽게 되고 시 같은 사랑을 하며
시를 통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네루다에 대한 추모,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문학의 힘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정원 속, 그가 살던 집 뜰에서는 아름다운 발빠라이소 항구가 한눈에 보입니다.
구내 매점에서 본 네루다의 얼굴이 반가워서 한 장 남기고
그의 집 맞은편, 작은 공원 안에 동상으로 서 있는 네루다를 다시 만났습니다.
언덕에서 내려온 번화가에는 몇 블록에 걸쳐 커다란 주말 시장이 섰습니다.
그 시장 한 쪽, 알록달록 장난감 가게 안, 인디오 할머니 모습이 재미있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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