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들어서면서 하얀 감자꽃이 보입니다.
여기는 평창 용평스키장.
관광케이블카를 타고 국내 최장인 7.4km, 18분 거리의 발왕산(1458m)에 올라가는 길에서는
리조트와 스키 리프트에
멀리 산정에는 '드래곤 캐슬'과 '발왕산 기 스카이 워크', 발아래로 거기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이 보입니다.
여름날의 뭉게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첩첩 산중,
해발 1450m의 케이블카 종점에서 내려
'드래곤 캐슬' 안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스카이 워크' 도착.
그 높이에 놀라고 거대함에 놀라면서
시원스럽게 펼쳐진 풍경을 즐기는 중입니다.
바로 아래의 '피스 가든(Peace Garden)'에서는
'겨울연가', '도깨비' 등의 드라마 포토존에
지난 2018년의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의 '반다비'도 만날 수 있고
발왕산의 정상, 평화봉으로 가거나
'천년 주목숲길'에 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또 멀리 동해바다와 경포대, 안반데기와 정동진까지 보입니다.
투명한 햇빛 아래 연둣빛 숲이 아름다운 길,
머리를 숙여야 지나갈 수 있는 '겸손의 나무'를 지나고
고목이 되어 속이 비어가던 나무 안에 다른 나무의 씨앗이 내려앉자 그것까지 품어 같이 살아가는 어머니 같은 나무,
'마유목(媽唯木)'을 지나 발왕산의 정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길가에는 산목련과 라일락,
병꽃과 팥배나무들이 꽃을 피웠습니다.
초록의 숲에는 하얀색과 분홍색으로 잎의 색이 변하면서
날아다니는 곤충들에게 잎 아래에 꽃이 있음을 인식시킨다는 특이한 식물, '쥐다래'도 있습니다.
발왕산은 해발 1458m, 우리나라에서 열두 번째 높은 산으로
'시작과 탄생', '성공과 챔피언'의 산이자 '왕이 태어나는 어머니산'이랍니다.
그러면서 산의 높이를 두고 '반드시 나를 대박 나게 하는 산'이라는 허풍스러운 중국어 해석이 보이니
이곳에 유난히 중국인들이 많았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요.
그 앞에는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는 '평화의 탑'이 서 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와 이제는 '천년주목숲길'로 들어섰습니다.
나무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담긴 주목의 숲입니다.
'일주목'과 '종갓집주목', '아버지주목' 등 형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달고 있는 잘 자란 주목들은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이름처럼 잎 떨군 고목이 되어서도 당당했습니다.
발왕산 관광케이블카는 화~금요일은 10시부터 18시까지, 주말에는 9시부터 18시 30분까지 운행되고
요금은 대인 왕복 25,000원이지만 경로와 각종 카드로 20% 할인이 가능합니다.
월요일은 휴무.
봉평에 있는
'효석문학관'입니다.
입구의 연필과 물레방아 조형을 보며
'가산 이효석문학비'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면
아랫마을이 내려다보입니다.
저 들판이 9월이면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지요.
그렇지만 문학비가 이고 있는 저 큰 바위는 답답했네요.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니
'소금을 뿌린 듯' 하얀 메밀꽃 그림이 맞아 주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도
서정적인 배경 묘사로 극찬을 받았던 구절,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가
보이는 전시실 안에는
'문화의 날' 기념으로 추서 된 '문화훈장 금장'을 앞에 둔 작가의 초상화와
'유진오', '채만식' 등과 어울렸던 초기의 '동반자 작가' 노선을 버리고 순수문학을 표방,
1933년 '김기림', '유치진', '조용만', '이태준', '정지용', '박태원', '이상', '김유정' 들과 결성했던 '9인회' 일원이 되어
'메밀꽃 필 무렵' 등 자연을 배경으로 격조 있는 서정과 순박한 인간상을 그려냈던 작가 설명이 나옵니다.
그의 서재에는 1930년대에 흔하지 않았던 턴테이블이며 LP판, 여배우의 사진 등
경성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서구 문화를 즐겼던 그의 취향이 그대로 보입니다.
'낙엽을 태우면서'에서도 나타났던 그의 커피 사랑은 그 시대에도
'백화점 아래층에서 커피 알을 찧어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정도였고
함경도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할 때는 러시아 국경도시까지 10리 길을 걸어 차점(카페), '동'에 갔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문학의 순수성을 지향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보낸 지식인이었다고 그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일은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작가가 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사치였을 것이고,
그렇게 소소한 감성 속에서 걸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지요.
경성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취임, 두 아들을 둔 단란한 생활 속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그는
1940년 아내와 차남 영주를 잃고 얼마 되지 않아 1942년 5월,
결핵성 뇌막염으로 35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1959년과 1971년, 1983년에 걸쳐 전집이 발간되었고
'메밀꽃 필 무렵', '산' 등의 소설과 '낙엽을 태우면서', '화초' 등의 수필이
여러 차례 중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지요.
'메밀꽃 필 무렵'은 그 옛날의 배우들, 박노식과 김지미 주연에
허장강, 도금봉, 이순재, 윤인자들이 출연하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문예영화의 혁신수작', '이효석 문학의 정수, 완전 영화화!'라는 광고문이 보이네요.
문학관 안에는 그 소설의 몇 장면이 디오라마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갓과 짚신, 옷감과 놋그릇 가게에 지게꾼과 엿장수까지 등장한 봉평장터도 보입니다.
넓은 잔디밭에는 그의 좌상과 그가 좋아했던 차점, '동'과 같은 이름의 카페,
근처에는 복원된 생가가 있습니다.
해발 700m가 넘는 고원의 청정 지역 평창에서 가산, 이효석의 소설 속 옛길을 걷는 '효석문학 100리 길'은
'평창군 관광안내센터'를 시작으로 '평창 전통장'까지
'메밀꽃 필 무렵' 속, 허생원과 동이의 여정을 따라가는 도보여행길입니다.
한 코스라도 걷고 싶었으나 오후부터 거친 소나기가 간헐적으로 내리면서 엄두가 나지 않았네요.
다음날은 '국민의 숲'을 걸었습니다.
3.75km, 1시간 반 정도 걸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숲길 트레킹이지만
여기저기 샛길로 들어서면 몇 시간이라도 걸을 수 있는 편안한 산책길이었지요.
이 길은 '대관령숲길' 중 '목장 코스'의 일부분.
주차장에서 '대관령숲길' 쪽으로 갑니다.
연두와 하얀색의 플래카드 내용을 생각하면서
어제 오후에 내린 비로 한층 더 짙어진 녹음 속으로 들어섰습니다.
낙엽송과
가문비나무 군락,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잘 익은 산딸기도 따 먹으며
맑고 싱그러운 숲길을 걸었네요.
진초록 깊은 숲길이 주는 마음의 안식도 좋았고
중간중간 허균의 '초도강릉', 윤후명의 '강릉 가는 길' 같은 시들이 있어 잠시 쉬어 가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봉평에서는 '백 년 가게'라는 타이틀을 가진, 명불허전 식당의 메밀전과 비빔메밀에,
평창자연휴양림, 원색의 '큐브하우스'에서는 바로 앞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행복했네요.
외벽의 그림도 재미있고
방에는 침대가, 넓은 테라스에는 식탁이 있는 흔치 않은 입식 시설이어서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