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보려고
흑산도에서 목포를 거쳐 곧바로 순천에 왔습니다.
작년 11월, 이 일대를 돌면서 박람회가 열리는 날에 다시 올 생각이었거든요.
날씨가 덥기 때문에 오전 9시에 '순천만 습지' 입장, 시간을 보내고 한낮에는 숙소로 돌아가 쉬다가
오후 4시쯤 '국가 정원'에 들어가 산책하면서 해질 무렵인 7시 20분으로 예약한 '정원드림호'를 타고
'동천 테라스'까지 유람하는 계획이었지요.
정원박람회는 국가 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연계하여 진행하기 때문에 티켓 한 장으로 당일 두 군데 모두 입장할 수 있고
1회에 한하여 재입장이 가능합니다.
박람회 기간 중에는 휴장이 없답니다.
경로 및 기타 조항에 해당하는 사람은 무료입장,
국가 정원의 동, 서 게이트와 습지 게이트에서 주민증이나 해당증서를 제시하고 바로 입장하면 됩니다.
워낙 넓은 지역이니 꼭 봐야 할 곳만 가고 싶다면 여기를 참고하세요.
주차가 걱정되어 습지 입장시간인 9시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금세 빈자리가 없어질 정도로
평일인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순천만 습지'는 이번으로 세 번째.
그래서 종래의 '용산 전망대길'이 아닌,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 '순천만 어싱길'로 들어서서
주차장 입구에서 선착장까지 1코스, 0.4km인 '람사르길'은 10여 분 동안 맨발로,
선착장에서 '생태체험장'까지 2코스, 1.2km인 '세계유산길'과
'생태체험장'부터 '장산 소공원'까지 3코스, 2.9.km인 '갯골길'은
선착장 부근의 자전거 대여소에서
2인승 자전거를 빌려 타고 왕복 8.2km를 달렸습니다. 대여비는 시간제한 없이 1만 원.
길가,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는 벼포기들이,
습지에서는 갈대들이 연둣빛으로 잘 자라고 있었네요.
탐조대를 지나고
정자와 쉼터를 거쳐
걷는 사람들을 위한 왼쪽의 제방길 아래, 자전거길로
'갯골길'을 달렸습니다.
물이 들어오면서 '생태체험선'들도 돌아다닙니다.
'안풍습지'의 '잔디 광장'을 지나 '장산 소공원'까지
파란 하늘과 초록의 들판, 빛나는 유월의 햇빛 속을 달리는 이 상쾌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네요.
이 길은 '남파랑길 순천 61코스'이며 '남도 삼백리길의 1코스', '순천만 갈대길'입니다.
언제가 될 지 '와온 삼거리'에서 시작하여 '화포해변'으로 이어지는 15.6km, 순천 61코스의 이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선착장으로 돌아와 '갈대숲 탐방로'에 들어섰습니다.
작년 가을의 풍경과
지금 초여름의 연둣빛 갈대숲을 바라보는 느낌이 또 다릅니다.
자전거길에서 만났던, 순천에 산다는 남자는 눈 내린 겨울에 다시 와보라 했네요.
하얀 세상에서 보는 흑두루미와 갈대 군락, 수많은 기러기와 오리의 군무가 장관이랍니다.
햇빛이 따가워지면서 철수.
숙소에 돌아갔다가 더위가 수그러드는 시간에 '국가정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구시가에 있는 숙소에서 여기까지는 '동천' 지류인 개천 산책길을 따라 걸어올 수 있는 20여분의 거리였기에
주차 때문에 헤매지 않아서 더 좋았지요.
동문으로 입장, '호수 정원'을 바라보며
'장미 정원'과
'노을 정원'을 지나
'현충 정원'을 둘러보고
'꿈의 다리'가 보이는 천변으로 나왔습니다.
멀리 유람선과
'스카이큐브'가 오가고 있습니다.
국가 정원 중에서 제일 기분 좋은 곳은 화사한 '멕시코 정원'.
금방이라도 솜브레로를 쓴 마리아치들이 나타날 것 같았거든요.
지난번 아무것도 없었던 '네덜란드 정원'은 이제 풍차와 활짝 핀 꽃들로 화려했습니다.
'미국 정원' 앞의 붓꽃을 보면서
쭉쭉 시원스럽게 자란 '메타세쿼이아길'로 들어섰지요.
여기에서 '개울길 정원'을 지나면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 그 '트레몰로'가 생각나는 '스페인 정원'이 나옵니다.
'영국 정원'과 '태국 정원'을 거쳐 들어간 '국가정원식물원'은 규모가 대단했네요.
나선형으로 3층까지 올라가는 길에서는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폭포를 볼 수 있고
넓은 공간에는 야자나무를 비롯한 온갖 이국적인 나무와
이름도 특이한 꽃들이 많았습니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벽을 따라 개성적인 '나만의 정원'이 등장하고
조명으로 표현한 '반딧불이 정원'에
영상을 통한 환상적인 '꿈속의 정원',
펭귄과 곰이 등장하는 '빙하 정원'에
온통 눈으로 덮인 '겨울의 정원'도 있습니다.
박람회의 연륜이 오래되면서 이를 준비하는 내공도 점점 쌓여 갑니다.
그러는 사이에 일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호수 정원'에서 '동천 테라스'를 오가는 '정원 드림호'를 타고
석양 속의 '동천'을 달립니다.
동천 테라스까지는 왕복이 아닌 편도로 간 다음 천변 양쪽의 산책로를 따라 야경을 즐기면서 걸어와도 좋을 듯합니다.
'물 위의 정원'에도 조명이 들어왔습니다.
순천의 밤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