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진도, 2

좋은 아침 2023. 6. 8. 21:39

진도의 숙소인 진도자연휴양림.

 

 

방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 그 파도 소리를 들으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 산책에 나섰다가

 

 

 

 

해가 뜨는 쪽에 등대가 있음을 알았고 

 

 

그래서 무작정 그쪽으로 걸었지요.

 

 

이 길은 진도의 '산티아고 순례길 3코스'이며  '미르길'의 일부랍니다. 

 

 

바다를 옆에 두고

 

 

오르내리기 1시간 넘어  

 

 

아주 작은 등대를 만났습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하는 이 풍경이 얼마나 예뻤을까 아쉬움 속에 되돌아오는 길에는

 

 

'인동초꽃'과 '다정큼나무꽃'이 이어집니다. 

고요한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숲 속을 걸었던 즐거움으로 오늘 하루의 시작도 가볍습니다.  

 

 

 

진도 군청 옆에는 '소전미술관'이 있습니다. 

 

 

한국 서예사에서 '추사 이래의 대가'로 불리는 '소전 손재형'은

서예를 예술로 승격시키면서 '소전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확립한 서예계의 거목이었습니다. 

그의 글씨체는 미적인 조형성과 자유분방한 리듬감에 그러면서도 품격이 있었지요.

 

 

제1전시실에는 소전의 그림과 그의 다양한 인장이며 낙관, 벼루에 붓들이 전시되어 있고 

 

 

                                    1961년 '취정형'의 부탁을 받고 그렸다는 '묵란'과 

 

 

소전이 그린 '다도해 풍경'에 제자 '백행보'가 계미년(2003년)에 진품임을  확인하며

그의 이름을 써 놓았다는 '수묵 산수화'가 보입니다. 

 

 

                        1931년 소전이 새 붓을 구입, 시험 삼아 그렸다는 '탁족만리유'는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들었지요. 

                        뱃머리에 앉아 있는 노인이나 글씨, 그림에서 모두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집니다.

                        거칠 것이 없고 격식에 얽매인 답답함도 없었네요.

 

 

제2전시실은 명망 있는 지인들과 주고받은 그림과 글씨를 전시하여 한번에 많은 대가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네요.

 

 

'완당의 뒤를 이은 서재'이라는 뜻의 '승완소전재'는 '위창 오세창'의 글씨이고

 

 

                                             '청풍소영'은  화가 '고암 이응로'의 그림과 글씨입니다.  

 

 

제3전시실에는 글씨가 많았습니다. 

자획과 구성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문기가 넘치는 그의 '소전체'는 

그 독특한 조형과 리듬감으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마음이 바로서야 글씨가 바르다'는 뜻의 '심정필정',

소쇄원에서도 보았던

'맑게 갠 하늘의 밝은 달과 맑고 시원한 바람'이라는 뜻의 중국 북송의  유학자, '주무숙'의 시구에서 따온 '광풍제월'.

'널리 공부하며 덕을 닦으려고 뜻을 굳건히 함'의 뜻을 가진 '박학독지',

동네 노인당에 써 준 당호 글씨 '양로당'까지 모두 가로세로의 획과 점, 선에 이르기까지 

그의 특징이 드러난  작품입니다.

 

 

 

1930년 일제 강점기, 선전에서 특선을 받았던 '이하'의 시, '추하유운'을 쓴 글씨에서는 그의 젊은 날의 힘이 넘칩니다. 

 

 

1956년 벽파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 혼용비인 '이충무공전첩비문'은 소전체의 원숙함이

극치를 이루면서 그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전시실에는 그 비석에서 탁본한 글씨가 보입니다. 

4면 중 앞면입니다. 

 

 

재기 넘치는 소전은 서예가 외에도 고향인 진도에 학교를 설립했던 교육자이며

미술단체를 이끌었던 행정가였고 또한 정치가였습니다. 

전시관 한쪽에 1960년, 민의원 의원을 지냈던 소전이 당시 선거구민에게 배포한 낡은 달력이 걸려 있어

그 오래된 추억에 웃음이 나왔지요. 

1944년 당시 도쿄로 가서 경성제대 교수였던 '후지츠카'에게 애걸하다시피 '추사의 세한도'를 사들였던 소전은

정치 판에서 선거 자금이 달리자 그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고

지금은 몇 단계를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달력에는 당시의 대통령 '이승만', 부통령 '이기붕'의 얼굴도 보입니다. 

60년이 넘는 아득한 저쪽의 시간이었네요.

 

 

 

첨찰산 주변의 많은 봉우리들이 뻗어 내린 산골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었다 하여 붙인 이름, '운림산방'에 왔습니다. 

 

 

운림산방은 남종화의 대가인 화사, 소치 허련(1808~1893)이 한양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진도에 돌아와

만년을 보낸 곳으로 1982년 소치의 손자인 남농 허건이 지금과 같이 보완, 복원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후손인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인 허림, 임전 허문 등으로 5대째 화맥이 이어지면서

운림산방은  '남종화의 고장'으로 불립니다.  

 

 

석가산인 '운림지' 뒤에는

 

 

소치가 그림을 그리던 '운림산방'이 있고

 

 

거기 주련에서는 과천에 머물던 말년, 추사의 예서체 대련인 

'촌로상락'의 '대팽두부과강채, 거화주처아녀손'이 보입니다.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같은 채소이고  좋은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라'는 뜻.

가장자리에 덧붙여 설명하는 글씨, '화제'에는 

'이것은 시골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최상의 즐거움이 비록 허리춤에 말만큼 큰 황금인장을 차고 몇 장 길이의 밥상에다 시중드는 첩이 몇 백이라도 능히 이 맛을 누리는 이가 얼마나 될까? 고농이 쓰다'로 끝맺은 이 글을 보면서

소치가 스승의 편안했던 말년 생활에 공감하고 있었구나 생각했지요.

 

 

 

뒤쪽에는 소치가 기거하던 고택이 있고 

 

 

그 옆에는 '소치 허공 기적비'가 서 있습니다. 

 

 

운림산방과 고택 옆의 넓은 뜰을 건너면 

 

 

소치기념관인 '소치 1관'이 있습니다. 

 

 

입구에는

 

 

소치부터 5대에 이르는 가계도, '운림산방화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소치를 설명하는 글에는

그가 20대에 해남 대둔사의 초의선사에게 학문을 배우고 추사 김정희 문하에서 서화를 배워

일세를 풍미하는 남종화의 대가가 되었으며 시 서 화에 뛰어나 '詩書畵 3節'로 칭송받았다는 내용이 나오네요.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니 즐겁다'는 휘호가 맞아주는

 

 

전시실에는 

 

 

                              '가을 산수'( 54*106. 종이에 엷은 색)를 시작으로 

 

 

                      소치의 대표작, 1847년 제주도 유배된 스승 추사를 그린 '완당선생해천일립상' 등의

                     많은 작품과 

 

 

꿈처럼 지나간 세월을 기록한 '몽연록'이 수록된 '소치실록'이라는 자서전이 보입니다.  

 

 

영상실에서는

'압록강 동쪽에서는 소치를 따를 자가 없다.

소치 그림이 내 그림보다 낫다'며 소치의 그림을 칭찬했던 스승, 추사의 말씀과 

 

 

'운림산방에 사는 소치는 墨神이다' 했던 민영익의 절대적인 추앙을 띄워 놓았습니다.  

 

 

소치 2관에는 일가직계, 5대 화맥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놓아서

소치 허련의 후손인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임인 허림과 현존 작가인 4대 임전 허문과 5대 오당 허진 등의

작품을 보며 한국 남종화의 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요. 

 

 

정갈한 대숲 이미지를 지나 

 

 

'허문'의 대작인 종이에 엷은 색으로 그린 '江霧(84*320cm)'를 시작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미산 허형'의  '매화팔곡병 (종이에 먹, 128* 29.5*8cm)'과 

 

 

'남농 허건'의 '운림산방(종이에 엷은 색, 42*32cm)'이 나옵니다. 

남농 허건(1908~1987)은 소치 허련의 손자, 미산 허형의 4남으로 어릴 때부터 예술적 환경에서 자라면서

남종화의 정신과 기법 위에  새로운 주제, 새로운 화풍으로 남도 화단의 큰 산맥을 이루었지요.

특히 한국의 기상과 정신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생동감 넘치는 거친 필선과 독특한 구성으로 표현하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걸작을 만들었다네요.

 

 

              '허청규'의 '양촌리 풍경 3 ( 종이에 엷은 색, 45*53cm)'을 지나면

 

 

                       허준의 '구름 속의 산책 (종이에 혼합 재료, 99*59cm)'같은 현대적인 산수화가 등장합니다.

                       소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표현을 찾아가는 후손들의 실력이 기대됩니다. 

 

 

 

굴포항을 지나면서 '윤고산 둑'이라 이름이 붙은 방조제를 만났습니다. 

 

 

우리나라 민간 간척 1호라는 이 '고산둑'은

고산이 처가인 여기 굴포에 머물렀던 1649~1650년에  둑 높이 3m, 둑 길이 380m의 방조제를 만들었고

그러면서 나온 간척농경지 100ha는 굴포, 남선, 백동, 신동 4개의  마을 농민들에게 나눠주어 농사를 짓게 하였답니다.

이에 4개 마을 주민들은 고산 사당, 

 

 

'고산사'를 짓고

 

 

사적비를 세워 그 고마움을 기리면서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고산감사제'를 지내고 있다 했네요.

뜰에는 '어부사시사'와 '오우가'를 새긴 시비가 있습니다.

 

 

진도 대교에서 나리, 전두, 산월, 소포, 거제, 갈두, 보전, 고야, 세방으로 이어지는 서부 해안도로는

다도해의 섬들을 옆에 두고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길입니다. 

 

 

해질 무렵의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섬들의 풍경!

세방낙조는 황홀, 그 자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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