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일본, 혼슈

가와구치코(河口湖)의 후지산

좋은 아침 2023. 4. 15. 05:37

일본의 후지산 북쪽 기슭에는 5개의 호수, '모토스코',  '쇼우지코, '사이코'와 '가와구치코', 

'야마나카코'가 있습니다. 

 

 

큰 가방을 도쿄 숙소에 맡기고 배낭 하나의 1박 2일로 오늘  찾아온 곳은

그중에서 야마나시현의 가와구치코(河口湖).

 

 

고속버스 티켓은 출국 전에 신주쿠가와구치코, 추오도 시모요시다신주쿠로 www.highwaybus.com에서 

예매했지요. 사용일 1개월 전에 오픈됩니다.

JR신주쿠(新宿) 역 맞은편의 바스타신주쿠, 신주쿠고속버스터미널 4층의 매표소 창구에서

QR코드로 받은 예약증을 탑승권으로 바꾼 다음,

 

 

시간에 맞춰 1호 버스에 승차.

후지산 고고메선의 가와구치코( 富士 河口湖) 역까지는 2시간 거리, 1인 편도 2200엔입니다.

 

 

도착 무렵 차창 밖으로 파란 하늘 배경의 설산,  후지산이 눈앞에 또렷하게 보여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네요. 

 

 

하차 후, 곧

 

 

관광의 기점인 여기 1번 '가와구치코역'에서 20번 '가와구치코 내추럴 리빙센터'를 오가는 Red Line 버스에 승차.

 

 

9시 첫차, 9시 30분 이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매 시 정각과 20분 간격으로,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매시 정각과 30분 간격으로 줄어들고 5시, 5시 45분에 종료합니다. 

Green Line은 9시 10분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매시 10분에 가와구치코를 거쳐 사이코를 돌아 나오고,

Blue Line은   멀리 쇼우지코를 돌아 모토스코까지  1일 3회, 9시 35분과 오후 1시 35분, 3시 35분에 출발합니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중간에 하차, 호수 둘레길을 걸었지요.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후지산은 내내 그 멋진 정상을 보여 주었지만 

 

 

나무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는 휴식의 짧은 시간에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주변의 일본 전통 가옥과  

 

 

호반의 멋진 집들을 구경하며 

 

 

도착한 '가와구치코 내추럴 리빙 센터' 앞은 

 

 

온통 라벤더 밭이었네요. 

정원을 산책하다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나올 때까지

 

 

계속 구름 속을 들락거리던 저 봉우리는 

 

 

왕복 900엔의 로프웨이 카를 타고 3분 만에 덴조(天上)산, 219m의 전망대에 올랐을 때는

완전히 구름에 덮였습니다.

 

 

그러니 전망대에서 본 것이라고는  가와구치코 시내 뿐이었지요.

 

 

로프웨이는 9시 30분부터 15시까지 운행하며 왕복요금은 성인 900엔.

 

 

역 구내 곳곳에 후지산을 소개하는 글이 나옵니다. 

날씨가 좋고 호수면이 잔잔할 때 후지산이 거꾸로 비치는 모습은 '사카사후지', 

정상 바로 위에 해가 있거나 석양이 가라앉는 순간의 반짝임은 '다이아몬드 후지'라 하는데

삿갓 형태를 띤 구름, 타원형이나 날개 같은 형태의 구름이 보일 때는 다음날 비 올 확률이 높다네요

 

 

이제 후지산을 볼 수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전망대에 

 

 

올랐지만 

 

 

구름은 좀처럼 봉우리 주변에서 움직이지 않았네요.

 

 

여기 곳곳에 등장하는 너구리와 토끼의 조형물은 

 

 

이 지역의 전래 동화, '카치카치초코' 속의 주인공들.

할아버지에게 잡혀 국거리가 될 뻔했던 너구리가 속임수로 할머니를 죽인 다음 그 할머니로 국을 끓여

할아버지에게 먹였고 그 사실을 안 토끼는 너구리를 죽여 원수를 갚았다는 이야기랍니다.  

 

 

출발하는 로프웨이 카를 배웅하는 저 직원의 깍듯한 인사는 두고두고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하산 후에는 빗속의 호반 산책에 나섰습니다. 

숙소 근처, 전통 초가의 멋진 찻집을 지나

 

 

온통 회색빛 풍경을 보며

 

 

가와구치코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 위에서는 멀리 서호와 

 

 

동호가 보입니다. 

 

 

이 호반길은 

 

 

일본의 걷기 좋은 도로, 100선 중의 하나라네요.

 

 

우리의 한글까지 보이는 길. 

 

 

어두워지면서 비가 그치지 않아 야기사키공원에서 걷기를 끝냈습니다.

 

 

깊은 숲과 민가들, 그 앞 선착장의 배,

 

 

첩첩한 산을 배경으로 한 저 작은 정자,

 

 

'호수의 여신' 조각과 

 

 

건너 마을까지 구름이 내려앉았습니다. 

 

 

꽃봉오리마다 빗방울이 맺혔네요.

 

 

다음날의 날씨도 여전히 흐리고 비.

아침에는 가와구치코에서

 

 

                  시모요시다까지 로컬 열차를 탔습니다. 

 

 

열차는 느릿느릿 3.7km 거리,  753m 높이의 고원을 달렸습니다.

 

 

         시모노시다의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에서 찍은 바로 저 사진!

         붉은빛 탑과 하얀 벚꽃, 거기에 후지산까지 등장하는 이 풍경을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역 앞에 세워놓은 안내도, '센겐 공원(浅間公園 센겐 고엔) 길'도 재미있었지요.

 

 

주황빛 도리이를 지나

 

 

        398개 계단, 200m 올랐습니다.

        그 옆으로 포장된 자동차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 여기가 '후지산 포토 스폿'이라는데 탑은 있으나 비바람 속에서

벚꽃과 후지산은 보이지 않았네요.

붉은색의 5층 위령탑(忠霊塔 주레이토), 650여 그루의 왕벚꽃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절경,

일본 환경성이 발표한 '후지산과 함께 하는 풍경 100선' 중 10위에 선정된 그 풍경은 볼 수 없었습니다.

 

 

실망 끝에 위쪽의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이 좋기에  길 따라 걷다가

재일한국인 소설가, 이양지 (李良枝, 다나카 요시에, 1955~1992)의 문학비를 만났지요. 

뜻밖의 장소였기에 반가워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이양지는 작품  '由熙'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던 이 지역 출신의 한국인 2세.

 '由熙'는 한국에 대한 애증, 이도저도 아닌 중간적인 존재로 정체성을 상실한, 존재에 대한 갈등과 고뇌를

처절하게 모색했던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부하고 소설을 썼던 그에게 그러한 갈등은 요절의 원인이었까요?

 

 

         걷기 좋은 숲길이었지만 비바람이 거칠어져 오래가지 못하고

 

 

내려오면서 

 

 

   바라본 후지산쪽은 완전히 오리무중.

   놀이공원의 오락시설만 흐릿하게 보입니다. 

 

 

       시모요시다에서 신주쿠행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열차역 앞이 아닌 중앙고속도로변의 '추오도 시모요시다 버스 정거장'까지  이정표도 없는 외진 길로

      15여 분 걸어야 했습니다.   

       열차역에 비치된 이런 간략한 안내도로는 찾기 어려웠네요. 

 

 

중앙고속도로 상의 인적 없는, 교외의 승차장이었거든요. 

다행히 길 가던 아주머니가 고맙게도 그곳까지 직접 안내해 주어서 시간에 맞춰 탑승할 수 있었지요.

그러니 낯선 동네, 구불구불한 길에서 헤매지 말고

차라리 시모요시다에서 가와구치코로 되돌아가 거기서 도쿄행 버스를 타는 것이 더 나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