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갯벌이 어울려 더 아름다운 섬,
먼 옛날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 하여 붙은 이름, '무의도(舞衣島)'에 왔습니다.
인천공항이 들어선 영종, 용유도와 연결된 연육교, '무의대교'가 2019년 개통되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폭주하면서 한때 주말과 공휴일에는 입도 차량을 제한했던 바로 그 섬입니다.
먼저 '하나개해수욕장'을 지나서 해상관광탐방로에 갑니다.
TV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을 지나
안내도를 보면서
사진의 오른쪽으로 들어갔다가 왼쪽으로 나오는 원점회귀의 길,
하나개 해수욕장의 왼쪽에 설치한 850m의 해상 나무데크를 포함, 숲 속 트레킹도 즐길 수 있는
5.2km의 산책길입니다.
지금은 썰물 때.
이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을 가진, 입자 고운 모래 바닷가에 방갈로가 줄지어 서 있는 '하나개해수욕장'과
넓은 갯벌을 보면서
시원한 바닷바람 속을 걸었습니다.
억겁의 세월 속, 거친 파도와 비바람에
깎이고 패인 바위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바위들은 저마다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네요.
지금은 입구가 막혀 있지만 예전에 이 안에서 불을 피우면
섬의 대각선에 있는 광명항 '사시미재굴'에서도 연기가 나왔다는, 그 깊이와 길이를 알 수 없는 해식동굴도 있습니다.
해상 산책로 끝에 있는 작은 해변, '갯골' 주변은
바닷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연안사고예방법률'에 따라
일몰 후 30분부터 일출 전 30분 전까지 출입을 통제한답니다.
그 갯골에서 숲으로 들어서면
섬 남쪽에 있는 호룡곡산(244m) 등산로와 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호룡곡산 정상까지는 1.49km.
예전에 이 섬의 북쪽에 있는 국사봉(230m)까지 종주했던 추억의 한 모임이 있었지요.
'코로나 19'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되면서 20여 년을 같이 했던 그 모임도 이제는 해체 수준,
눈에서 멀어지면서 마음에서도 멀어졌네요.
화창한 날씨,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개막이' 그물이 둥글게 펼쳐진 갯벌 풍경과
해상 데크 위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한적한 숲길을 걷고 있습니다.
거기서 섬의 북서쪽에 있는 '실미유원지'에 왔습니다.
여기는 사유지라서 입장료(성인 2000원)와 주차비(3000원)를 지불해야 합니다.
입구에는 손글씨의 유원지 안내문이 보입니다.
솔밭을 지나고 '실미해수욕장'을 거쳐 그 앞에 있는 무인도, '실미도'에 들어갑니다.
무의도의 이 실미해수욕장은 2km의 초승달 해변에 100여 년 수령의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으로
낙지와 칠게, 고동이 살아 숨 쉬는, 살아있는 무공해의 갯벌이랍니다.
실미도는 2003년 개봉한 영화, '실미도'의 촬영지,
684부대 북파공작원들의 비극적인 실화를 다룬 내용으로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지요.
오늘 낮 최고의 썰물 시간은 14:40, 그 전과 후인 11시 40분부터 16시 40분까지 바닷길이 열립니다.
'바다타임' 홈페이지에서 확인 필수!
갯벌 출입 시에는 반드시 당일의 조석 시간을 사전에 파악해야 하며 밀물 1시간 전에는 갯벌에서 나와야 하고
해무 발생 시에도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의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습니다.
양 옆에 펼쳐진 '큰무리유어장'에서는
작업 중인 어민들과
멀리 용유도 해변,
영종도의 마시안 해변과
무의대교가 보입니다.
거친 바위가 널린 해변에는 '실미도'의 영화 세트가 완전히 철거되어 그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려웠지요.
오늘 일몰은 오후 7시 5분.
하나개 해변도 붉게 물들었습니다.
개막이 안으로도 물이 들어왔네요.
이제 물 따라 흘러왔던 물고기는 빠지는 물살을 놓치고 그물 안에 갇히겠지요.
해무 속에서 어렴풋한 먼 섬들을 바라보며
해상데크길을 다시 걷습니다.
낮과 달리 사자 바위도 물에 잠기면서
발 밑에서 출렁이는 파도 소리가 기분 좋은 어스름의 시간입니다.
맑은 밤하늘에는 초승달도 나왔습니다.
오늘 숙소는 무의도 휴양림.
2022년 7월 개장한 해양형 휴양림(진도, 변사, 신시도, 무의도의 4개)의 하나로
국사봉(230m) 중턱, 아래로는 하나개해수욕장이 인접한 국립휴양림입니다.
넓고 깨끗하며 전망도 좋은 쾌적한 숙소였지요.
몇 채 안 되는 '숲 속의 집'과
연립동의 소규모 휴양림이라서 순식간에 예약이 끝나기 때문에
한동안 매주 수요일이면 아침 9시 이전부터 컴퓨터와 씨름,
겨우 대기 1번에서 기다리다가 3일 전에야 연락받고 갑작스럽게 떠나온 여행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무의도의 동남쪽에 있는 '소무의도'에 갔습니다.
무의도의 광명항에 주차하고
관계자 외에는 차량 운행을 할 수 없다는 폭 좁은 '소무의 인도교'를 걸어 섬으로 들어가면
일상이 반짝인다는 섬, 큰 새우가 맞아주는 소무의도입니다.
여기는 '무의바다누리길' 8코스, 서해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3km의 멋진 섬 둘레길이 있습니다.
먼저 소무의도에서 제일 높은 정자, '하도정'을 향하여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바로 앞에 인천공항이 보였습니다.
그리움의 대명사였네요.
해외여행 길에서 더 나이 들면 국내를 돌겠다 했던 계획은 긴 '코로나 19'로 자연스럽게 국내여행으로 이어졌고
그러면서 올해 복잡해진 절차의 외국여행은 단념했었지만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지요.
호기심과 설렘으로 출국, 여러 가지 추억을 안고 돌아왔던 여행을 생각하면서 다시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무의바다누리길'은 바다를 옆에 두고 가볍게 해안길을 오르내리는, 전망이 좋은 산행입니다.
'명사의 해변'으로 내려가고
전망대로 올랐다가
'몽여해변'으로 내려와 마을을 구경하며
다시 걷습니다.
이 마을에서 남은 구간을 포기하고 지름길을 이용, 시작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멀리 해무 속에서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송도의 고층 빌딩과 해상의 인천대교 주탑,
팔미도가 보입니다.
여기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1903년에 세워졌다지요.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점령했던 이 등대는 6명의 연합 특공대가 탈환, 망가진 점등 장치를 수리하면서
1950년 9월 15일 새벽, 261척의 연합군 함정이 인천항에 집결, 역사적인 인천 상륙작전을 펼치는데
큰 공을 세운 길잡이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세가 역전되면서 27일에는 해병대가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앙하고
국군은 우리의 수도, 서울을 수복하게 됩니다.
이런 역사적인 장소, 팔미도에도 2009년부터 민간인의 출입이 가능해지면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유람선이 다닙니다. https://palmido1.modoo.at
둘레길에서 나와 항구를 지나면서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식당에서 방금 구워 낸 전어를 사서 나눠 먹고
무의도의 유명 맛집에서 찹쌀 탕수육으로 점심을 챙긴 다음
국내 최장의 다리이자 '세계 10대 건설 프로젝트'라는 우리의 아름다운 인천대교를 지나 집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