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옥천

좋은 아침 2022. 8. 29. 21:13

옥천 9경의 하나인' 향수 호숫길'을 걷기 위하여 '옥천 선사공원' 주차장에서 하차. 

차도를 건너 맞은편에 있는 

 

 

'향수 호숫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길은 '날망마당'에서 '주막 마을'까지 편도 5.6km,  1시간 45분 걸리는 호반의 산책길이지만 

 

 

지난여름의 폭우로 '황새터'에서 '주막 마을'로 가는 잔도의 일부가 낙석에 무너지면서

아쉽게도 지금은 여기 날망마당에서 물비늘 전망대, 오대앞들, 솔향 쉼터를 지나

우듬지 데크, 황새터까지만 갈 수 있답니다. 

편도 3.3km, 1시간 거리입니다. 

 

 

'넓은 벌' 입간판을 지나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서

 

 

옥천의 대청호반을 걷습니다. 

 

 

처음 만난 '물비늘 전망대'는

 

 

예전의 취수탑을 활용한 곳으로

 

 

맑은 날씨, 드넓은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장소였네요. 

 

 

아래 데크는 조어대로 가는 길이고 위 데크가 '향수 호숫길'입니다. 

 

 

그 길에서 '이슬봉'으로 가는 등산로, '향수 바람길'과 갈라져 '황새터'로 갑니다. 

 

 

곳곳에 정지용의 시가 보입니다. 

 

 

 

 

건너편 오대리 마을은

 

 

며느리재를 넘어 황새터 여울과 한밭 여울을 이용, 쉽게 건너갈 수 있는 농촌마을이었지만

대청댐 완공으로 여울이 수몰되면서 현재는 배로 다녀야 하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 되었답니다. 

 

 

재미있는 조형의 다람쥐 가족을 보며

 

 

이 길에서 볼 수 있는 꽃과 

 

 

울창한 참나뭇과의 수종,

 

 

늘 헷갈리는 고비와 고사리를 배워가며

 

 

솔향 쉼터를 지나고

 

 

우듬지 데크를 건넜습니다. 

 

 

지금 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이름도 재미있는 '사위질빵'.

하얀 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났습니다. 

 

 

애달픈 전설의 며느리재를 넘어 

 

 

숲으로 내려가면

 

 

황새 둥지가 있는 황새터. 

 

 

여기서 용댕이(황룡 암)까지 1km 20분 거리,  거기에서 1.3km 25분 거리의 주막 마을까지 수변길이 있지만 

 

 

무너진 잔도 수리가 되지 않았다며 진입을 금지해 놓았습니다. 

 

 

옥천의 구읍으로 나와

정지용(1902~1950)의 대표작, '향수'가 맞아주는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에 왔습니다.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  납북 여부와 死因 불명으로 한동안 그의 시는 금서 취급을 받았으나

1988년에 해금되면서 1996년에 복원된 생가입니다. 

 

 

사립문을 지나면 

 

 

두 칸의 작은 초가집이 나오고

 

 

약상(藥商)이었던 부친의 약함이 보이는 방안, 벽에는 정지용의 사진과 시 '호수 1',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와

 

 

'고향'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 도는 마음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교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全文이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짚으로 이은 낮은 돌담 아래에는 맨드라미와 봉선화,

 

 

개미취와

 

 

백일홍 등 옛 꽃들이  한창입니다. 

 

 

그 옆에는 정지용문학관이 있습니다. 월요일 휴관.

올해는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이 일대에서 제35회 '지용제'가 열린다네요.

 http://jiyong.or.kr

 

 

뜰에는 정지용의 동상이 서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의 시인이 맞아 줍니다. 

 

 

여기에도 '향수' 전문이 원문으로 쓰여 있습니다. 

감각적 묘사, 토속적인 정감의 시어, 회상 속의 고향이 잘 표현된 정지용의 대표작입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1935년에 발간하여 시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초기 시집, '정지용 시집'과 

 

 

토속적 서정시, 산수시를 담아

시인 백석과 청록파의 박목월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1941년의 '백록담',

 

'

1946년 박두진이 엮은 '지용 시선'과

 

 

1935년 시문학사에서 발간한 시집을 다시 출판한 1946년의 '정지용 시집',

 

 

1948년의 산문집인 '문학 독본'에

 

 

다음 해인 1949년에 출판한 '산문' 원본이 반가웠습니다. 

 

 

1930년~40년대 우리 시문학사의 한 전환점이었던 '시문학' 동인(정지용, 김영랑, 박용철, 변영로, 신석정, 김현구 등)이

뭉치면서 이전과 다른 감각적인 시어가 등장합니다. 

이후 정지용, 김기림, 백석, 이상 등이 다시 '구인회'를 만들면서 모더니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요. 

그러나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모더니즘의 반 서정성에 반발한  서정주, 오장환, 유치환, 김달진 등이

'시인부락'을 결성,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가치를 표현했고

거기에 '문장'지를 통한 청록파 시인들의 자연을 통한 인간성 회복 추구에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시를 썼던 저항시인, 이육사와 윤동주며 그 외 김광섭, 박남수 들이 등단했지만

일제의 한글 말살정책으로 우리 문학은 암흑기에 들어갑니다. 

정지용은 이러한 격동의 시기,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우리나라 현대시의 중심에서 

섬세한 이미지와 세련된 시어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었고 

'문장'지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박남수 등 보석 같은 시인들을 발굴했던 보석 같던 시인이었습니다. 

 

 

해방을 맞아 경향신문 주간과 이화여자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하던 정지용은

이 땅의 진정한 해방과 통일을 갈망하며 사회적인 문제에도 개입, 민족의 앞날을 누구보다도 걱정했답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그의 집에 자주 드나들던 젊은 문인 몇 명과 함께 나갔던 시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요. 

분단의 비극과 함께한 시인의 최후였습니다. 

 

 

옥천은 '향수'의 도시.

거리 곳곳에 '향수' 간판을 단 가게들에  '향수' 구절과 그 내용을 그린 벽화들이 많아서

지역 주민들의 시인에 대한 자랑과 긍지를 알 수 있었네요.

 

 

생가 앞을 지나는 시 속의 휘돌아나가는  '실개천',

 

 

게으른 울음을 울던 '얼룩배기 황소'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하늘의 성근 별도 벽화로 나타났으며 

 

 

'고향'의 한 구절도 시인과 함께 

 

 

벽화로 등장하여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었지요. 

오늘은 '향수 호숫길'을 걷고 '향수'의 시인을 만나면서 그의  문학관에도 들렀던  '향수'의 날이었습니다.  

성악가 박인수와 이제는 저 세상 사람인 가수 이동원이 함께 불렀던  '향수'를 들으며

귀갓길에 오릅니다. 

 

 

정지용과 윤동주가 일제 식민 시절에 유학했던 일본 교토의 동지사(同志社, 도시샤) 대학교 교정  한쪽에는

정지용 시인이 이 대학 앞에 흐르는 '압천'을 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했던 시,

'鴨川'을 새긴 詩碑가 있습니다.

 

압천 십리 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임 보내기 목이 잠겼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짜라 바시어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떴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들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압천 십리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시인은

오렌지로 표현된 근대 문명의 일본 사회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고향,

그 고향의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들바람'을 늘 그리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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