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면 권율로의 장욱진미술관에서 길 건너 공영주차장 광장에는 민복진미술관이 있습니다.
양주 출신의 조각가 민복진(閔福鎭, 1927-2016)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추상과 구상을 절충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가진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였습니다
'한국 1세대 조각가 김복진, 김경승, 윤효중 들에 영향을 받은 2세대 조각가로
백문기, 윤영자, 전뢰진, 김영중, 최만린, 최종태 등과 함께
한국 조각사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였다지요.
양주시립 민복진미술관 개관전(2022. 3. 4 ~ 10.30), '민복진, 사랑의 시대'는
작가 사후에 열린 최대 규모의 전시로 유족의 기증 작품 421점 가운데 200여 점을 선정하여
작가의 예술세계를 일관하는 핵심 주제, '사랑'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조각공원에는 큰 작품이, 미술관 1, 2층에는 소품들이 동일한 주제의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되고 있었지요.
입구에는 작가의 사진과 그가 남긴 말이 보입니다.
'나는 모자와 가족상을 만들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공간을 창출했다.
이 인간애적 조형물이 시대를 초월한 전달자적 표상이 되어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하기를....'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사랑이 시대를 초월하여 보는 이의 가슴 속에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랐던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며 '커플'과 '아기와 엄마', '기쁨'과 '가족'을 바라보았습니다.
'사랑'과 '아기와 엄마', '희망' 같은 일상적인 단어들이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고단한 현실에서 우리가 끝까지 보듬으며 기댈 수 있는 소중한 존재는 가족이고
영원히 지녀야 할 정서는 사랑이라는 것.
부디 저 세상에서도 오래오래 마음속에 그 따뜻한 사랑 담고 계시기를........
그 길에서는
낮은 담으로 둘러싸인 권율 장군(1537~1599)의 묘가 보입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명장인 충장공 권율 장군은
임진왜란 3 대첩의 하나인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끌며 전군을 지휘하는 도원수가 되었지만
이후 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정에서는 그의 공로를 기려 영의정으로 관직을 높였고 '충장공'의 시호를 내렸다네요.
여기는 권율 장군의 가족묘로
계명산 아래, 비각과 신도비를 지나서 계단길 옆으로 부모님과 형, 장군의 묘가 3단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비각에 있는 기존의 신도비는 비문이 마모되어
철종 12년(1861년)에 장군의 후손들이 다시 세웠답니다.
한쪽으로 재실도 보입니다.
주차는 민복진미술관이 있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번 여행의 양주 숙소는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
코로나 19 이후로 해외여행이 까다로워지면서 대신 동남아 여행 기분을 즐겨보자고 선택한 휴양림입니다
멋진 한옥의 방문자센터를 지나면
이 휴양림 안에 있는 아세안 10개 국가의 전통 가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맨 앞에 있는 집은 상반신이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인 '머라이언'이 상징하는 나라, 싱가포르.
식민시대의 고풍스러운 가옥,
뒤에는
독수리로 표현한 말레이시아의
전통가옥이 보입니다.
물소를 내세운 베트남의
'냐산'이라 부르는 롱하우스,
역사 상 가장 위대했던 지도자, 셋타티랏왕이 지키고 있는 라오스의 집도 있습니다.
라오스의 비엔티안에 있는 황금사원 탓 루앙 앞에서
이 분의 동상을 보았던 날도 이제는 까마득한 추억이 되었네요.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 앞의 배를 표현했다는 브루나이의 집은
집 앞의 설명과 연결이 안 되었던, 보르네오 섬의 식민시대 형태인 가옥입니다.
아래 1층에는 물을 가득 채운 작은 연못이 있었네요.
이제 미얀마와 태국으로 갑니다.
'불탑의 나라' 그대로
황금탑을 보여주는 미얀마의 가옥과
에메랄드 사원의 수호신인 '톳싹히리톤'이
등장한 태국.
집집마다 그들이 모시는 불당과 수호신이 보입니다.
그 위, 바이욘 사원의 '앙코르의 미소가' 맞아주는 우리 숙소, 캄보디아 집안은
이 나라의 자랑, 앙코르와트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지요.
집 밖에는 탐스러운 꽃을 피운 '쉬땅나무' 군락이 보기 좋았고.
거기에서 조금 걸어가면 '가루다'가 지키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루마 가당'이라 부르는 집이 보입니다.
10개 국가 가옥 중 가장 멋진 집으로
물소의 뿔을 형상화한 거대한 지붕 아래
벽면의 섬세한 그림이 화려합니다.
그 앞에는 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가 지키고 있는 대나무로 안팎을 엮은 집, ' 바하이 쿠보'가 보입니다.
라푸라푸는 기독교로 개종하고 스페인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침략자와의 막탄 전투에서
마젤란 군대를 격파하여 민족의 자존심을 지켰던 국민적 영웅입니다.
이 전쟁에서 탐험가였던 마젤란은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아세안의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고온다습한 날씨여서
그들은 햇빛과 비를 가릴 수 있는 긴 처마의 목조 고상가옥을 짓고
1층에는 가축을 키우며 2층에서 생활합니다.
산악지대에는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롱하우스의 공동생활 가옥이, 물가에는 수상가옥이 많습니다.
외관에서는 국가별 특징이 보이지만
휴양림의 이들 가옥 내부는 이불장과 취사 시설의 일반적인 좌식 구조여서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휴양림 안에서 산책할 수 있는 아세안 숲길은 여러 개.
모두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는 필리핀의 대나무 집이 보이는 휴양림 삼거리에서
임도 삼거리까지 간 다음,
숲으로 들어가
아세안 숲길 1 입구로 나왔습니다.
그 앞 광장에는 아세안,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기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의 10개국 국기에
태극기와 산림청 깃발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들 아세안과 경제와 사회, 문화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산림청 주관하에 아세안 전통가옥 휴양림을 조성하였답니다.
그러면서 만든 프로그램 중에는
'아세안 각국의 전통의상 입어보기'와 '베트남의 잠자리 만들기' 들이 있습니다.
월요일의 늦은 시간에 입실하면서 전통의상 체험 시간을 놓쳤네요.
이 휴양림은 더위와 코로나 19의 현실을 벗어나 잠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좋은 쉼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