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단양, 1

좋은 아침 2022. 6. 21. 13:15

소백산맥이 지나고 남한강이 흘러가는 충북의 명승지, 단양의 2박 3일 여행입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옥순봉,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의 '단양 8경'으로 유명했지만  

 

 

한동안 각 지자체마다 다투어 만들어내는 관광상품에 그 이름이 잊히다가

새롭게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단양강(남한강 지류) 잔도'가 등장하면서 다시 여행자들이 몰려오고 있었지요.

 

먼저 '도담 3봉'입니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든 원추형의 봉우리, 도담 3봉은 

예나 지금이나  남한강과 어울린 뛰어난 절경이 여전하였습니다. 

 

 

남한강이 휘돌아 나가면서 이루어진 깊은 못에 세 개의 봉우리로 자리 잡고 있는 이 도담삼봉은 

김홍도 등 조선 시대 화가들의 주 소재였고

퇴계 이황, 농암 김창협을 비롯한 많은 시인묵객들이 시와 그림을 남긴 곳입니다.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조선왕조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지었다네요.

 

 

조선 초기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 일당에게 죽임을 당했던 정도전의 동상 옆에는

고려의 멸망과 조선 개국에 대한 감회를 담은 그의 한시가 한글로 번역되어 서 있습니다.   

 

 

황포 돛대가 떠 있는 강물 위로는 유람선이 돌아다니고

 

 

그 배가 가는 산길 안쪽의 50m 거리에는 '석문'이 있습니다. 

 

 

강변의 놓인 박목월의 '나그네'를 보면서

 

 

석문으로 가는 길.

 

 

자연이 만들어낸 구름다리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인 이 석문은

무너진 석회동굴의 천장 일부가 남으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그 뚫린 문을 통해 보는 건너편 남한강변의 도담 마을이 

 

 

액자 속의 사진처럼 아름답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이 석문을 보고 ‘百尺石霓開曲灣(백척석하개곡만), 백 척의 돌 무지개가 둥그렇게 열렸네’라 찬탄했다지요.

석문 아래쪽 동굴에는 

하늘에서 물 길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리면서 돌아가지 못한 마고할미의 전설도 있습니다. 

 

 

석문에서 '만천하 스카이워크'로 가는 길, '천주 터널'은 불빛 장식이 화려했습니다. 

 

 

남한강 수면의 90m 높이 수직 절벽에 세워진 거대한 전망대,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단양강(남한강)의 잔도와 함께 단양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지요.

 

 

이용시간은 하절기 09:00~18:00, 동절기에는 09:00~17:00.

현장 발권만 가능하고 폐장 1시간 전에 매표를 마감합니다. 월요일은 휴장.

 

 

스카이워크까지 다니는 편도 2500원인  40인승의 모노레일이 있지만

지금은 점검 중이라며 운행을 중지했기 때문에

스카이워크 입장권(일반 3000원)을 구입하고 무료 셔틀버스에 승차,

구불구불한 일방통행의 산길로 올라갔습니다. 

 

 

스카이워크 바로 아래, 집와이어와 알파인코스터 탑승장 앞에서 내려  

 

 

 

완만한 나선형의 철구조물로 들어서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풍경 속을 걸어 올라갑니다.

 

 

포항의 '스페이스 워크'가 생각났지요.

 

 

 

 

 

 

길이 15m의 삼중유리가 깔린 바닥, 120m 아래로는 남한강이 흘러갑니다.  

 

 

여기서는 70세 미만으로 나이 제한이 있는, 총길이 980m의 집와이어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과

 

 

65세로 제한한 960m의 '알파인 코스터'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고 

 

 

남한강변의 단양 시내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대명리조트에 오른쪽으로 소백산천문대(1383m),

 

 

왼쪽의 맨 뒤, 뾰족한 봉우리인 소백산 비로봉(1439m)과 그 앞의 양방산,

단양역과 강 중앙의 시루섬이 보입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반대쪽으로 내려와 중간의 6번 주차장에서 하차,

단양강 잔도로 가는 길에서도

 

 

정상의 스카이워크가 보였습니다. 

 

 

이 잔도는 일몰 후 23시까지 조명이 들어오면서 야간에도 산책할 수 있답니다. 

 

 

벼랑에 선반을 달아놓은 듯한 이 길은 1.2km, 산과 강의 풍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멋진 길로

 

 

단양의 트레일 코스인 '느림보 강물길'의 일부입니다. 

이 길의 끝은 스카이워크 주차장으로 이어져서 여행자들이 한 번에 두 가지를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인암으로 가는 길에는 가슴 뭉클한 '시루섬 이야기'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1972년 남한강  대홍수가 있던 날, 섬 안에 고립되었던 250여 명의 

 

 

시루섬 주민들은

 

 

고지대에 있던 물탱크에 올라가 팔짱을 끼고 한 덩어리가 되어

온몸으로 거친 물살과  맞서는 14시간의 긴 사투  끝에  '시루섬 물탱크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엄마 품에 있던 돌 지난 아기는 가엾게도 그 압박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네요.

아기의 죽음으로 동요가 일어나서 모두 물살에 휩쓸려갈 것을 염려한 젊은 엄마는  슬픔을 참고 있다가

물이 빠지면서 구조대가 나타난 새벽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지요. 

감동적인 인간 승리의 사연이 담긴 시루섬에는 이제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그 길에서 시멘트로 마감 처리한, 도로 양벽의 전면이 초록색 이끼로 덮여 있는 이색적인 '이끼 터널'을 지나갑니다. 

폐선된 철로를 포장하여 만든 길로 오랜 시간 벽에서 자란 초록색 이끼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산뜻했지요.

그러나 현재 이 길은 무분별한 낙서로 도배되면서 그 즐거움이 반감되었습니다. 

 

 

 

사인암은 오랜 세월의 풍화가 만들어낸 50m의 검붉은 암벽으로

네모진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기묘한 형상의 절벽입니다. 

 

 

병풍처럼 펼쳐진  장대한 암벽 아래로 남조천이 흘러갑니다.

 

 

'탄로가(歎老歌)',

'한 손에 막대기를 집고 또 한 손에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은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은 막대기로 치려하였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로 많이 알려진 사인 벼슬의 고려말 유학자 우탁(1262~1342)이 즐겨 찾던 곳이라 하여  '사인암'이라고 부른답니다. 

추사 김정희는 이 암벽을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 같다고 표현했고

김홍도는  이곳에서 10여 일간 머물고 1년 동안 마음에 담아둔 끝에 그림, '사인암도'를 완성했다네요. 

 

 

남조천의 다리를 건너 작은 암자, 청련암을 지나서 사인암 뒤쪽으로 가면

 

 

우탁의 '탄로가'를 새긴 시비가 있습니다. 

그 위 암벽 틈에 숨은 듯이 들어선 청련암의 부속 건물, 삼성각은

원래 조선의 문인화가 이윤영이 은거하던 '서벽정'으로 암벽에 그가 남긴 전서체 각자,

‘獨立不懼 遯世無悶(독립불구 둔세무민, 홀로 서도 두렵지 않고 세상을 등져도 걱정이 없다)’가 있다는데

찾을 수 없었네요.

 

 

낙석 위험 때문에 출입을 막은 사인암 앞의 넓은 바위에는 

 

 

바둑판이 새겨 있습니다.

근처에 爛柯牀(난가상,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평상)이라 쓴 글씨와 장기판도 있다는데

울타리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지요.  

 

 

녹음 우거진 나무데크를 걷는 강변 산책길도 좋습니다. 

 

 

사인암 입구에서는 우탁의 또 다른 탄로가를 볼 수 있습니다. 

'봄산에 눈 녹인 바람이 잠깐 불고 간 데 없다

잠시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고 싶구나

귀 밑의 해 묵은 서리(백발)를 녹여볼까 하노라'

 

 

충주호 유람선을 타야 제대로 보인다는 옥순봉은 포기하고  육로 이동, '옥순봉 출렁다리'에 왔습니다. 

 

 

흔들림이 강하여 몇몇 사람들은 무서워했지만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입구 광장에는 1796년의 김홍도 그림, '옥순봉도'가 전시되어 있는데. 

 

 

옥순봉은 단양팔경에 들어가지만 사실은 단양이 아닌 제천 땅에 있답니다.   

조선 명종 초,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은 구담봉과 마주한 이 봉우리들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옥순봉이라 이름 짓고 청풍부사에게 이 지역을 단양에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거절당했답니다. 

미련이 남은 퇴계는 '단양이 시작되는 문, 단구 동문(丹邱洞門)'이라는  네 글자를 바위에 새기면서

옥순봉을 단양팔경의 하나에 집어넣었다네요.

현재 그 글씨는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호수에 잠겨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가문 날씨에 

 

 

강바닥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비가 와서 저 강물이 힘차게 흐르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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