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강릉, 2

좋은 아침 2022. 3. 5. 08:55

강릉의 정동진 인근에는

조각가 부부가 함께 만든 공간, 강릉의 옛 이름인 '하슬라'에서 유래한 '하슬라 아트월드'가 있습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바다를 앞에 둔, 실내 장식이 멋진 방에서 하루 숙박하는 호사를 누렸지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그림들!

 

 

부부의 작품에 찬조작품이 더한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설치미술의 화려한 세계!

 

 

과감한 색의 조화에 놀라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자유로움,

 

 

상상을 깨는 즐거움과 

 

 

 

 

공간을 가득 채운 대담한 시도,

 

 

 

엄청난 규모에 놀라는 시간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렇게 소박한 판화도 같이 등장했지요.

 

 

재미있는 통로를 지나 테라스로 나가면

 

 

등장하는 피노키오.

 

 

사람들은 이 특별한 공간을 즐기며 저마다 인생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한 남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나면

 

 

야외 커피숍.

 

 

그 호텔 뒤편에도 야외 미술관이 이어집니다. 

 

 

 

 

이곳에도 부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었지요.

 

 

방은 또 방대로 강렬한 색채로 장식되어 있었네요.

의외로 편안했던 침대에

 

 

바다를 향한 커다란 욕조,

 

 

밝은 색들의 조화가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었지요.

 

 

섬세하게 연출한 세면대도 재미있습니다.

 

 

정동진의 새벽 일출, 강릉 해변과 경포호 돌기를 끝내고

대관령 휴양림에 입실했던 다음날은

 

 

'대관령 옛길'을 걸었습니다.

한양에서 평해까지 연결되는 조선시대 관동로의 중요 지점이었던 이 대관령 옛길에는

김유신 장군을 모신 산신당, 

강릉 단오제의 주신인 범일국사를 모신 대관령국사성황사에

험난한 고갯길에 변변한 쉼터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겨 사재를 털어 주막을 열었던 지방 향리의 은혜를 기리는

'기관 이병화유혜 불망비' 등이 있습니다.  

이 길은 강원도 관찰사였던 정철이 관동별곡을 읊었던 곳이고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친정에 오가던 길이었으

관동팔경을 구경하려는 풍류객들이 넘었던 고개.

영동지방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길이었고

영동과 영서의 문물이 오가던 보부상들의 고개였습니다. 

 

대관령 옛길은 강릉의 트레일 코스, 29개 구간의 바우길 중 제2구간인 25.4km의 일부로

대관령 하행휴게소에서 시작, 국사성황당과 옛 주막터, 우주선 화장실, 보광리 자동차마을까지의 1코스와

우주선 화장실에서 대관령박물관으로 빠지는 2코스 외에 

다양한 조합이 있습니다. 

 

 

지난 가을, 차로 반정을 지나면서 이 지역에 다시 오는 날,  저 길을 걷겠다 다짐했었지요. 

그러나 코로나 19 이후 이곳 어흘리에서 반정을 오가던 버스는 운행이 중단되었고

강릉 택시는 너무 먼 거리라서 호출이 되지 않아

어흘리에 주차하고 택시로 반정까지 간 다음 거기서부터 걸어 내려오려던 처음 계획은 접을 수 밖에 없었네요. 

그래서 휴양림에서 가까운,  생긴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 '우주선 화장실' 앞 주차장부터 걸어

반정까지 오가는 방법을 선택, 주막터를 거쳐 반정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 왕복 9.4km의 산길을 걸었습니다.

올라가는데 2시간, 내려오는데 1시간 20분 걸린 산행.

반정은 대관령을 오가던 사람들이 쉬어가는 주막이 있던 자리, 길의 절반이 되는 지점으로

사람들은 이곳을 반쟁이라 불렀답니다. 

 

 

이른 아침의 계곡은 아직도 겨울입니다. 

 

 

대관령 동쪽, 841m의 제왕산과 대관령 남쪽, 1123m의 능경봉  사이에 있는 이 계곡에는

참나무와 낙엽송이 많아 단풍철의 화사했을 풍경이 아쉬웠네요.

 

 

 

대관령박물관에서 제왕산으로 올라가는 또다른 코스에는

하제민원과 상제민원이 있어 지방에 출장 가는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답니다. 

그 길에는 새로 부임하는 이 지역 고을 원님이 험지로 가는 것이 서운해서 울었다가

임기가 끝나 돌아갈 때는 섭섭해서 울며 넘었다는 고개, '원울이재'도 있습니다. 

 

 

 

평탄하던 길은 대숲 안쪽,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옛 주막터부터 오르막입니다.

반정에서 한참 아래쪽에 

 

 

복원된 이 전통 초가는 관리인이 출퇴근을 하면서 돌보고 있었지요. 

이제는 주막의 역할이 없어진, 여행자들의 쉼터입니다. 

 

 

방안에는 횃대에 걸어놓은 옷가지며 돗자리,

엉성한 장기판 옆에서 한 잔 술로 노독을 푸는 서민들, 다듬잇돌과 방망이를 앞에 둔 주모에

 

 

칸막이 너머로 갓과 봇짐을 벽에 걸어놓은 과거길의 한 선비가 공부하는 장면들이

실감 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길이 넓어지면서

 

 

이 고개를 넘어 강릉의 친정을 오가던 신사임당이 남긴 '사친시'에

 

 

진정한 감사가 느껴지는 소박한 이 비석, '기관 이병화유혜 불망비', 

 

 

저 아래로는 영동고속도로가 보입니다. 

 

 

정조 12년, 1788년에 어명으로 관동팔경과 금강산을 그렸던 김홍도의 '금강사군' 중 

'대관령'을 그린 수묵화도 있었네요. 

 

 

지난 가을, 마음을 빼앗겼던 오색단풍의 이 길이 

 

 

지금은 쓸쓸한, 나목의 풍경으로 변했습니다. 

 

 

 

 

반정에서는 엷은 안갯속에서 강릉시내는 어슴푸레하게 보였습니다. 

다시 내려갑니다.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대관령 부근의 '걷기 좋은 숲길 지도'와

 

 

울창한 '소나무숲길 안내도'를 보면서 또 다른 욕심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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