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의 하나인 '동해안 7번 국도'에 왔습니다.
이 길은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동 옛시청 교차로와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을 연결하는 일반 국도로
지금은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주시, 포항시, 영덕군을 지나 울진군, 삼척시, 동해시,
강릉시, 양양군, 속초시와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면서
부산, 울산, 경주를 지나 포항부터는 해안도로에 접근하기가 좋습니다.
포항의 월포를 시작으로 국도와 해안 마을의 바닷가를 오가면서
강릉의 경포호까지 6시간의 긴 드라이브 끝에
청록의 바다를 가슴에 담고 돌아왔네요.
제일 먼저 포항의 비학산 휴양림에서 아침 일찍 출발,
청하면에서 월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 '영일만 해오름 탐방로'의 3코스에 있는
월포해변의 '이가리 닻 전망대'에 왔습니다.
해송 숲 속에서 252km 거리의 독도를 향하여 바다로 뻗어나간
화살표 형태의 높이 10m, 길이 102m, '이가리 닻 전망대'는 깜찍하고 예뻤지요.
그러나 오늘은 거센 해풍에 파도 역시 거칠어 저 위에서는 오래 머물 수 없었네요.
해변에는 육지로 올라오는 형상의 거대한 거북 바위가 있습니다.
영덕읍에서 강구교를 건너면 오래전부터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강구항.
탤런트 최불암의 젊은 날이 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항구 앞에는 대게며 물회, 새우를 파는 식당이 늘어서 있고
해안도로를 따라갔던 '영덕 해파랑 공원'에는 대게 조형이 보입니다.
해파랑길이 이어지는 길목이었지요.
수면에 반짝이는 이른 봄의 햇살을 즐기며
영덕읍 강구면의 강구리와
대게의 발 조형이 보이는 작은 마을 하저리,
창포리를 지났습니다.
창포리의 이 '대게 예찬'은 감동적이었지요.
이 지역 모두가 대게의 동네임을 알리는 대게, 대게 모형들.
대게의 발이 감싼 창포말 등대의 해맞이 공원에는
영덕 '블루로드' 트레일 안내가 보입니다.
2015년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는 '영덕블루로드'의
'푸른 대게의 길 B코스'는 여기 해맞이 공원에서 출발,
해안도로를 따라 노물리 군부대 근처까지 걸어가는 15.5km 거리의 트레일입니다.
이렇게 멋진 해안도로를 걸을 수 있다니!
언젠가 한 번 이 길을 걸어볼 생각을 하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오보리 마을을 지났습니다.
이후 7번 국도의 터널 몇 개를 지나면서
도착한 곳은 동해시의 추암 촛대바위로
개방 시간은 하절기(4~10월) 09:00~22:00, 동절기(11~3월) 09:00~20:00.
솔 숲을 거쳐
형제바위를 지나면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에 등장할 정도로 멋진 촛대바위가 나옵니다.
조선 시대 도제찰사로 있던 한명회는 이 지역의 자연 절경에 감탄,
능파대(凌波臺, 미인의 걸음걸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그러면서 능파대는 촛대바위와 같은 이 지역의 암석 기둥들을 총칭하는 말이 되었지요.
촛대바위를 비롯해 해풍과 파도가 만들어낸 국내 유일의 이 해안 암석은
고등학교 한국지리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네요.
코끼리 바위 저편에는 72m의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이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능파대는 '한국의 작은 석림'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출렁다리는 이렇게 해안 절경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장소입니다.
능파대 안에는 삼척 심 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과 풍월로 여생을 보냈다는 작은 정자, '해암정(海巖亭)'이 있고
그 앞으로는 추암해수욕장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멀리 보이는 동해항에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국제여객터미널'이 있습니다.
주 1회 일요일 오후 2시 출발, 19시간을 달린다니
시차 1시간 빠른 것을 감안하면 월요일 오전 10시에는 도착하겠네요.
수~금요일 중의 인터넷 사전 예약은 필수, 현장에서 승선권으로 교환하고 여권을 제시한 후 탑승한답니다.
선내에서는 한중일식 뷔페에 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지요.
그 여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동해 크루즈' 홈페이지, https://www.directferries.co.kr/dbs_cruise_ferry.htm
금진해변에서 심곡항까지 왼쪽에 절벽을 둔 해안도로, '헌화로(獻花路)'는
삼척시에서 문헌과 주변 환경을 참고,
'한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절벽 위의 꽃을 꺾어 바치며 불렀다'는 신라 향가, '헌화가(獻花歌)'의
배경으로 인정하면서 붙인, 이름값을 하는 아름다운 해안길이었습니다.
그 헌화로가 끝나는 심곡항에는 '정동 심곡 바다 부채길'이 있습니다.
인근의 부채바위와 탐방로의 형상이 바다를 향하여 부채를 펼쳐 놓은 듯하다 하여 붙은 이름으로
심곡항 - 부채바위 - 투구바위 - 썬크루즈 리조트에 이르는 2.86km, 편도 70분의 거리입니다.
여기는 전국 최장거리의 해안단구길이며 천혜의 자연자원을 이용한 산책길.
반대편의 썬크루즈 리조트가 있는 정동 매표소와 이곳 심곡 매표소 두 방향에서 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낙석으로 탐방로가 파손되면서
심곡 매표소(0336419445)에서 30m 거리의 전망타워까지만 무료로 개방 중.
3~4월까지는 전 코스를 이용할 수 있게 복구할 예정이랍니다.
평소 개방시간은 하계(4~10월) 09:00~16:30, 동계(11~3월) 09:00~15:30. 일반인 입장료는 2,000원. 무료주차,
마감 이후 1시간 안에 퇴장해야 하며
태풍, 폭설, 풍량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발령되면 입장을 통제한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심곡항의
맑은 하늘과 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빨간 등대가 멋집니다.
그러나 바다부채길은 전망대 바로 뒤부터 파손되어 있어 안타까웠지요.
다시 북으로 달려 강릉시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6 km 지점의 경포호에 왔습니다.
본래 12km 둘레의 큰 호수였다는데 지금은 흘러드는 토사의 퇴적으로 4.3km로 거리가 축소되면서
수심도 1∼2m 정도로 얕아졌다네요.
호반 서쪽의 언덕 위에 세워진 경포대는 관동 8경의 하나로 주변에는 해운정, 경화정 등 누정이 많습니다.
경포 해변의 소나무 숲과 호반의 봄철 둘레길 벚꽃도 유명합니다.
한가롭게 반짝이는 오후의 수면을 보며 호수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중간에 긴 칼을 들고 있는 허균의 '홍길동전' 주인공이 보이고
그의 누이, 허난설헌의 유적지로 가는 길도 나옵니다.
시대를 잘못 만나 불우했던 남매의 일생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해돋이의 명소, 정동진에 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저마다의 소원을 품고 정동진의 일출을 맞았습니다.
구름 하나 없는 맑은 날씨이지만 아직은 새벽바람이 차가웠네요.
TV 드라마로 많이 알려진 모래시계에
동서양의 시계 관련 유물을 볼 수 있는 '시간 박물관'이 새로웠습니다.
여기 정동진역에서 출발하는 KTX와 바다열차, 레일바이크는 모두 바다를 바라보며 달립니다.
해안 절벽의 '썬크루즈 리조트' 건물을 보며 다시 이곳에 올 생각을 하면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