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일출과 환호공원 안에 세워진 '스페이스 워크'를 보려고 찾아온 포항입니다.
5시간 가까이 달려온 너무나도 먼 거리였습니다.
다음날 새벽에 찾아온 호미곶의 일출광장에서 처음 본 것은
여러 가지 색으로 변신하는 새천년기념관.
호미곶은 우리나라 본토 중에서 최동단, 해가 제일 빨리 뜨는 곳으로
조선 중기의 풍수가, 남사고가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이며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
장기곶은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명당’이라 이른 후부터 호미곶(虎尾串)으로 불렀답니다.
가로등을 장식한 호랑이 조각의 우리나라 모형에는 분명히 호미곶처럼 생긴 꼬리가 붙어 있었네요.
2000년 1월 1일 공개한 '상생의 손'은
새로운 천년을 맞아서 화해와 화합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가 담긴 두 개의 손.
광장에는 왼손이, 바닷가에는 오른손이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늘 해가 뜨는 시간은 7시 03분.
동녘의 한 지점에 붉은 기운이 몰리더니
순식간에 톡! 해가 떠올랐습니다.
밝은 햇살은
새천년기념관과
국립등대박물관 안의 1908년에 세워진 호미곶 등대,
설화 속의 연오랑 세오녀상과
2004년부터 1월 1일 해맞이 축전에 참가한 관광객들에게 떡국을 끓여 먹이던 대형 가마솥,
왼손과 그 앞의 성화대까지 붉게 물들였습니다.
성화대 밑에는
서해 변산반도에서 1999년 12월 31일 채화된 일몰 불씨와
2000년 1월 1일의 호미곶 일출 불씨, 독도의 일출 불씨, 남태평양 피지의 일출 불씨를 담은 불씨함이 있답니다.
아침 일출을 본 다음에는 호미반도 해안의 명소를 돌았습니다.
왼쪽으로 시작하여 독수리바위, 구룡소, 장군바위, 흥환간이해수욕장을 거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31번 도로를 지나 구룡포 항구, 구룡포 주상절리대와 석병리에 들렀다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지요.
독수리바위 앞에는
과메기를 만드는 청어 모형이,
대동배리 해안길에는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소가 보입니다.
높이 40~50m의 움푹 패어 있는 기암절벽,
용이 살았다는 작은 소와 거친 형상의 바위 사이로 동해의 맑은 물이 드나들었습니다.
‘용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용트림’, 스파우팅혼에
동해의 파도가 거셌지요.
장군바위를 지나
연오랑세오녀 전설의 배경이라는 도구해수욕장 근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왔습니다.
이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과 세오녀가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년)에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에는 해와 달이 그 빛을 잃었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세오녀가 비단을 짜 고국에 보냈고
신라에서는 그 비단으로 정성껏 제사를 지냈더니 다시 빛이 돌아왔다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를 근거로 만들었지요.
전설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귀비고'가 오늘 월요일에는 휴관이었네요.
여기는 전체 4코스, 24.4km인 호미반도 둘레길의 하나.
1코스는 연오랑세오녀길로 6.1km, 청림운동장~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2코스는 선바우길로 6.5km, 힌디기~하선대~흥환간이해수욕장.
3코스는 구룡소길로 6.5km, 장군바위~구룡소.
4코스는 호미길로 5.6km, 독수리바위~호미곶 관광지까지 이어집니다.
부산의 미포에서 시작하여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770km, 50개 코스의 해파랑길 중에서
13~15코스가 여기 호미반도 안에 있습니다.
공원 앞에는 영일만 연안의 거대한 포스코 공단이 보입니다.
테마공원에서 구룡포항으로 왔습니다.
지금이 오징어잡이철인 듯 집어등을 매단 오징어잡이배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많았던 것은
대게 모형을 매단 음식점들!
과메기로 알려진 동네인데도 대게 천지였네요.
겨울이 되면 이 지역에서는 청어나 꽁치를 해풍이 센 바닷가 그늘에서 동결과 해동, 건조와 숙성의 과정을 거치며
과메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답니다.
과메기는 불포화지방산과 핵산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과 피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지요.
구룡포읍, 장기면, 호미곶면, 동해면은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과메기 산업특구.
구룡포에서는 과메기 원조지역임을 자부, 과메기 문화거리를 조성하면서
아라광장, 미르광장 등 해안을 따라 공원과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내 기억 속 과메기는 '별로'인 음식이었네요.
구룡포에는 1883년 조일통상조약 이후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일제 강점기인 1923년에 동해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였던 이곳에 항구를 축조하여
동해권역의 어업을 관할, 지역의 상권을 독점하였습니다.
이후 해방과 함께 남아 있던 일본가옥들은 개발과정에서 많이 철거되고 훼손되었으나
그 당시에 착취되었던 우리 경제와 생활문화를 기억하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를 조성, 도심활성화 사업의 우수사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KBS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이제는 여행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었습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쪽의 50~60여 개 비석에는
원래 구룡포항 조성에 기여한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있었는데
해방 이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봉안하는 충혼각이 세워지면서
일본인 이름은 시멘트로 메워지고 충혼각 건축 당시의 후원자들 이름으로 대체되었다네요.
공원에는 이 마을을 상징하는 아홉 마리의 용 조각에
자유와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아이들 조각도 보입니다.
계단 아래, 작은 골목길에는 일본인가옥의 특징인 창문 많은 목조 가옥이 즐비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여주인공이 운영하던 술집, '카멜리아'를 중심으로
찻집 여든여덟 밤 등 일본인 가옥에 어울리는 일본 문화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1900년대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놓은 빨간색의 ‘모형 우체통’도 있습니다.
포항시가 관리하는 '구룡포 근대역사관'에서는
100여 년 전 당시의 일본식 가옥 구조와 특징, 일본인들의 생활모습을 전시하고 있다는데 월요일인 오늘은 휴관.
거리 전체가 조용했던 이유가 있었네요.
구룡포해수욕장을 지나면
화산 폭발 당시 뿜어져 나온 마그마가 물을 만나 급격하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육각형 돌기둥,
구룡포의 작은 주상절리가 나옵니다.
삼정방파제를 지나고
석병리의
빨간 등대를 거쳐 호미곶을 돌았습니다.
망망대해의 해변을 옆에 둔 기본 좋은 드라이브였지요.
오늘은 화창한 날씨.
바다도 하늘도 모두 투명하게 빛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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