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성산읍 고성리에 있는 '빛의 벙커'에 왔습니다.
지금(21.04.23 ~ 22.02.28) 상영하는 작품은
세계적 거장의 미술작품을 빛과 음악으로 담은 프랑스 미디어아트, '모네, 르누아르... 샤갈/지중해로의 여행'.
‘인상주의에서 모더니즘까지 초대, 그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중해를 살펴본다’는 콘셉트의
‘모네, 르누아르... 샤갈/지중해로의 여행’과 스위스 태생의 화가, 파울 클레의 작품이
파트Ⅰ과 파트 Ⅱ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관람 시간은 4월~9월, 10:00~19:00, 10월~3월, 10:00~18:00.
종료 한 시간 전 입장 마감. 상영 시간은 45분.
쉬는 시간 없이 같은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표에 관계없이
언제든 들어가서 연속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람요금 18,000원. 전화 1522-2653.
'빛의 벙커'는 폐쇄된 국가의 통신시설이었던 900평, 5m 높이의 오래된 벙커,
빛과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옛 벙커의 이점을 활용하여 도시 문화재생 콘셉트로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입니다.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수십 대의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의 웅장한 음악에 압도당하며
명작 속으로 들어가는, 감동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몰입의 미디어아트였지요.
그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색다른 즐거움을 누린 시간이었네요.
파트Ⅰ에서는 35분 동안 1880년대부터 지중해 남프랑스의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매료된
수많은 화가들의 풍부한 감성이 빚어낸 작품들,
인상파와 점묘파, 입체파에 표현주의, 야수파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와 시냑, 마티스와 크로스, 뒤피, 샤갈의 명화들이 등장하면서
그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며
벽과 바닥을 가득 채웠다가 순식간에 또 다른 작품에 섞이거나 흘러가고 사라졌지요.
서정적이고 분위기 있는 음악도 빛을 따라 바뀌었습니다.
모네의 '수련'에
'수련이 핀 연못'의 일본식 다리가 겹치면서
인상주의 영역 확장에 큰 역할을 했던 기차역, '생 라자르역'에 섞이고
그의 꽃밭과
'아르장퇴유의 개양귀비'에서 양산을 든 여인은 물결처럼 흘러가다가
다른 '양산을 쓴 여인'과 같이 서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인물도
춤을 추다가 사라지고
크로스의 그림도
피사로의 그림에 묻혔지요.
30척이 넘는 요트를 보유했다던 점묘파, 시냑의
요트 화면도 순식간에 '매우 빠르게'에 스며들었습니다.
여기저기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가 사방에서 빛을 쏘아대며
여러 개의 대형 벽을 넘어서 그 강렬한 색채로 벙커의 천장과 바닥까지 덮었습니다.
마티스의 그림이 지나가면
뤼피의 그림 속 사람이 오가면서
배들도 바다 위를 돌아다닙니다.
샤갈의 '아가(Songs of Solomon)' 연인들도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에 자리를 내주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이삭의 희생'도 어느 틈에 무대 위에서 내려갔네요.
파트 Ⅱ는 파울 클레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10분 동안 등장합니다.
오페라 곡과 어우러진 그의 작품들이
수족관과 배와 건물로 옮겨지다가 인물화에서 또 다른 그림으로 변했습니다.
시인 화가, 꿈같은 이미지의 창조자로 불리는 파울 클레(Ernst Paul Klee 1879~1940)는
피카소를 비롯한 초현실주의자와
바우하우스 화가들 등 유럽의 모든 신진 예술가들이 존경한 화가였답니다.
그의 작품은 구상적인 모티브와 기하학적 형태, 표의문자 등을 사용,
구상 미술과 추상 미술 양식을 넘나들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는 '모든 미술 사조의 가능성을 탐색했으며 늘 창조적이고 기묘했으며 종종 어린아이 같은 동심으로 작업했다'네요.
아프리카 여행 이후 색채가 화려해진 그의 그림은
수족관의
'황금 물고기'에서
'나일강의 기적'처럼
강이 되어 나타나며
강은 다시 점선의 건물로 이어지다가
인물화로 등장하고
인물은 기하학적인 그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관람객들은 서 있거나
벽에 기대고
의자에 앉아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상을 즐겼네요.
사방의 대형 벽에 쏟아지는 화려한 명작들, 이 큰 공간을 가득 채웠던 음악 속에서
나도 그림 속으로 들어가 눈과 귀가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그림 감상은 아직 낯설었지만 새로운 트렌드이겠지요?
'국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항, 1 (0) | 2022.02.28 |
---|---|
보령, 보령해저터널과 그 주변 (0) | 2022.02.04 |
제주, 10. 동백수목원 (0) | 2022.01.03 |
제주 9, 따라비 오름과 사려니 숲 (0) | 2022.01.02 |
제주, 8. 이중섭 미술관과 왈종 미술관 (0)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