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제주, 8. 이중섭 미술관과 왈종 미술관

좋은 아침 2022. 1. 1. 11:06

번화한 서귀포 시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는 이중섭의 그림, '길 떠나는 가족'이 맞아주는 그의 미술관이 있습니다.

상가가 밀집한 거리에  의외로 전용주차장도 있었지요. 

 

 

피난길의 일가가 잠시 머물렀던 초가는 이제 복원되었고

 

 

주차장 문에는 1954년, 이중섭이 종이에 유채로 그려  일본의 아들에게 보냈던 그림,

'물고기와 두 어린이'의 복제가, 

 

 

정원에는 이중섭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가 보입니다.

 

 

현재 이 미술관에서는 코로나 19의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받고

잔여 예약에 한하여 현장에서 발권합니다.  

인터넷 예약은 입장 1시간 이전까지 가능.

1차 09:30~10:20부터 시작, 8차 16:30~17:20까지 각 회차 5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지요.

신분증과 방역 패스 제시 후 발열체크와  방문 대장에 기록해야 합니다. 매주 월요일 휴관. 

 

 

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는 삼성가의 이건희 유족이 기증한 이중섭의 12 작품으로

전시회(2021.09.05~2022.03.06)가 열리기 때문이었지요.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원화 기증 특별전, ‘70년 만의 서귀포 귀환’입니다. 

 

 

 

이중섭의 유가족이 일본에서 보내온 축사도 있고

 

 

'비운의 천재화가', 이중섭의 40년 짧은 인생을 보여주는 약력도 보입니다. 

 

 

 

1926년 원산에서 태어나 일본의 사립제국미술대학에서 공부했던 그는

귀국 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여러 차례의 동인전과 개인전을 갖습니다. 

1946년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 두 아들을 두었지만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원산에서 부산으로 피난, 다시 서귀포로 거쳐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들이 서귀포에서 자리 잡은 곳은 알자리 동산에 있는 마을의 작은 방 하나.

종교 단체에서 나눠 주는 배급 쌀로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형편이었지요.

1년 간의 서귀포 생활에서 그는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환상', '바다가 보이는 풍경' 등을 그립니다.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시절.

이 시기에는 벌거벗은 아이들과 게, 물고기와 새들이 등장하는 그림을 많습니다. 

훗날 일본 가족에게 그려 보낸 편지화, '그리운 제주도 풍경'에도 게와 노는 아이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이 나옵니다. 

 

 

광복 직후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교가 단절되면서

1952년 어쩔 수 없이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의 처가로 보내고 혼자 남은 이중섭은

부산과 서울로 거쳐를 옮기면서 어렵게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1953년 까다로운 절차 끝에 잠시 도일, 가족과 만났다가 헤어지면서

그는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여러 번의 개인전을 열면서 세상에 그 이름을 알립니다. 

그러나 그림값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외로움과 절망을 술로 달래던 그는

1956년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그의 나이 40이었네요.

한일국교는 1965년에 재개되었습니다.  

 

절친, 시인 구상은 이중섭을 두고

‘중섭은 참으로 놀랍게도 그 참혹한 환경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판잣집 골방에서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면서도 그렸고 부두에서 짐을 부리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렸고 대폿집 목로판에서도 그렸고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니 합판이나 맨 종이, 담뱃갑 은지에다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제주도, 통영, 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 전전하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며 이중섭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회상했지요.

그 열정의 서울 시기, 1954~1956년 사이에 남긴 그림이 많습니다. 

 

 

 

이 특별전의 12 작품에는 

종이에 유채와 잉크로 그린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유화, '섶섬이 보이는 풍경'.

 

 

1955년 일본에 있는 아들에게 그려 보낸 '아이들과 끈'에 

 

 

종이에 유채로 그린 '해변의 가족'이 있습니다. 

이중섭의 서귀포 1년은 끼니 잇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가족들은 즐거운 모습으로 묘사되었지요. 

 

 

1955년의 전시회에서  '춘화'라며 강제 철거당했던 은지화도 보이고 

 

 

 

'바닷가에서 새와 노는 아이들',

 

 

엽서에 수채와 잉크로 그린 '토끼풀',                                 

 

 

일본에 떨어져 살던 아들에게 보낸 '물고기와 두 어린이' 들이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편지가 되고 그림이 되어 이 자리에서 전시되고 있었지요.

작품 수는 적지만 이중섭의 일생과 그림에 대하여 깊이 있게 다룬 전시였습니다.

 

 

이별 이후 늘 가족을 그리워했던 이중섭에게 서귀포는 즐거운 회상의 장소였겠지요?

상설 전시작 '서귀포의 환상'에는 시대적인 아픔이나 개인적인 고독, 절망이 아니라

밝고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이중섭은 '황소' 연작에서 보이는 것처럼

야수파적인 강렬한 색감과 힘찬 선묘 위주의 독특한 그림 속에 향토적인 주제를 담았던  화가였습니다.

 

 

 

미술관의 옥상으로 올라가면 은지화 속의 아이들과 

 

 

'토끼풀',

 

 

'섶섬이 보이는 풍경' 벽화가 나오고

 

 

멀리 서귀포의 바다와 문섬이 보입니다. 

 

 

미술관에서 나와 지금은 복원된 이중섭과 가족이 거주하던 방에 들어섰습니다. 

집의 한 모퉁이, 쪽문에 붙은 안내문을 지나면 작은 방과 부엌이 나옵니다. 

한 평 남짓, 4명이 눕기에는 아주 작은 방이었네요.

 

 

알전구가 켜진 방 안에는 이중섭의 시 '소의 말'이 쓰여 있습니다. 

 

 

'이중섭의 귀향 그림'으로 뜻깊은 시간을 보낸 다음 

정방폭포 근처에 있는 왈종 미술관에 왔습니다. 

3층, 300평 규모로 조선백자의 형상을 차용했다는 미술관의 1층은 수장고와 도예실,

2층은 작가의 동양화와 목조각, 판각, 한지 부조, 삽화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이며

3층은 작가의 작업공간입니다. 

미술관 옆에는 커피숍을 겸한 아트숍도 있습니다.

 

 

                      입장권도 팸플릿도 모두 이왈종의 그림처럼 화사하고 즐겁습니다. 

 

 

제주에 정착한 지 20여 년이 넘는 동양화가 이왈종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풍부한 색감으로 수묵채색의 전통 동양화에 현대적인 접목을 시도하면서 

일상을 꿈처럼 만들어 인생의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심신의 조화를 얻는, ''中道'를 꿈꾸던 화가''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림의 제목은 모두 '제주 생활의 중도, Golden mean of Jeju living'.

 

 

이중섭의 그림에서 보았던 시대적인 아픔이나 개인적인 고독, 절망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에서 삶의 이치를 발견하고 '中道'와 더불어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려 인생을 걸었다'는

화가의 달관된 인생관이 보입니다 

 

 

석고로 빚어 색칠한 작품이나 

 

 

장지에 혼합재료,

 

 

          장지에 아크릴 채색,

           

 

           종이 부조에

 

 

 

혼합 재료,

 

 

 

           도자기 작품과

 

 

 

아프리케 천 작업까지 모두 거침없이 확장된 영역에 화사하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스토리를 담고 있었지요.

 

 

 

공개된 3층의 작업실 앞에는 넓은 베란다가 있어 

 

 

화가의 여유로운 일상을 보는 듯했습니다. 

지중해 바닷가, 남프랑스의 앙티브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이 생각났지요.

역으로 아를의 고흐, 이중섭의 방도 생각났네요.

 

 

계단에 걸린 화가의 사진을 보며 

 

 

옥상으로 올라가면 오색이 화려한 바닥에 물고기와 새, 꽃과 사슴들이 있는 즐거운 세상! 

 

 

방사탑인 가오기에

 

 

화가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일체유심조',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를 새긴 비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잡는 의미였을까요?

 

 

그 앞에 서면 미술관의 정원과

 

 

제주의 푸른 바다, 이중섭의 섶섬이 보입니다. 

 

 

하루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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