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회루, 남해의 세병관과 함께 조선 시대의 3대 목조 건물이라는 진남관에 왔습니다.
400여 년간 수군의 본거지로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수많은 병사들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호국의 정신이 담긴 땅입니다.
바로 옆의 공영주차장에 주차 후 입구의 2층 누각인 망해루를 지나 올라갔지만
진남관은 거대한 가건물 속에 들어앉아 그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2019년 3월부터 보수 중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보호막으로 덮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네요.
'진남관 기초 하부 유물 발굴 조사로 인해 공개관람을 일시 중지한다'는 안내판만 놓여 있었지요.
할 수 없이 그 앞의 안내도에 따라
망해루 옆의 '진남관임란유물전시관'만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안에서 사진으로 본 진남관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1593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수군의 삼도수군통제사를 겸하면서
전라좌수영은 1601년까지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본영의 지휘본부였던 진해루는 정유재란으로 소실되었고 그 자리에
후임 통제사 겸 전라좌수사였던 이시언이 75칸의 대규모 객사를 세우면서
'남쪽의 왜구를 진압하여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로 진남관(鎭南館)이라 이름을 지었다네요.
진남관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후에 그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되어
2001년 국보 제304호로 지정됩니다.
임진왜란 이전인 1591년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순신 장군은
여수 선소에서 거북선을 건조하고 갖가지 병기를 만들며 전투력을 시험했다지요.
고지도에는 성 밖의 선소에서 만든 거북선들이 보입니다.
임진년 3월 27일의 난중일기에는
'일찍 아침을 먹은 다음 배를 타고 소포로 나가 쇠사슬 걸어매는 것을 감독하며
나무 기둥 세우는 것을 보고 거북선에서 대포 쏘는 것을 시험하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왜적의 침입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하였던 것이지요.
선조 31년(1598년)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수군 도독인 진린의 연합군은
노량해전에서 왜적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임진왜란 7년의 전쟁 중 마지막이었던 이 전투에서
200여 척의 연합수군은 그 2배가 넘는 500여 척의 적을 격퇴하면서
우리 바다 밖으로 밀어내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관음포로 도주하는 적을 끝까지 추격하던 우리의 영웅은 그들의 총탄에 전사합니다.
'구국의 성지, 여수'라 쓰인
좌수영다리 양 옆의 벽에는
장군의 일생과
군선에 서 있는 병사처럼 보여서 밤에도 적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7개의 석인상을 만들었다는 그림,
장군의 활약과 죽음 등을 담은 기록화들이 보입니다.
매화가 많아 매영성이라는 부르기도 했다는 성 안의 매영정을 지나
고소동 마을의 소박한 벽화를 보면서
고소대에 왔습니다.
비각 안에는
장군의 승리를 기념하는 '통제이공수군대첩비'와
장군의 전사를 슬퍼하던 장졸들이 세운 '타루비'가 있습니다.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을 그 시대 남자들의 '墮淚'라는 직설적인 표현이 내 마음까지도 아프게 합니다.
진남관에서 나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는 '이순신광장'을 지나서
복잡한 구시가를 거쳐 '예술의 섬'이라는 장도에 왔습니다.
이곳은 장도와 웅천친수공원을 잇는 335m의 장도교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섬이지만
해수면보다 조금 높게 쌓은 석축교이기 때문에 만조 때 물에 잠기는 잠수교라서
물때에 따라 출입이 제한됩니다.
장도교 입구의 전광판이나 공연장인 예울마루에서 확인 가능. http://www.yeulmaru.org
동절기에는 7시~20시, 하절기에는 6시~21시까지 개방합니다.
장도 밖의 웅천 공영주차장(24시간 운영)이나 예울마루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도는 여수의 새로운 관광지로
한 기업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공헌사업으로 조성했다는 가막만 안의 섬입니다.
섬 안에는 젊은 예술인을 위한 작업‧휴게 공간으로 조각동, 회화동, 문예동 등 4개의 창작 스튜디오가 있고
다목적 전시장과 다도해 정원에
그들의 영감을 일깨워줄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지만
교육과 전시,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는 전시관과
야외 공연장이나 정원들은 현재 조성 중인 단계여서 아직은 볼 만한 것은 없었네요.
'물때에 맞춰야만 들어갈 수 있는 예술의 섬'이라기에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실망 끝에 돌아왔습니다.
기분 전환의 분홍빛 산, 영취산입니다.
매년 4월 초가 되면 온통 진분홍 진달래 꽃밭, 정상까지 뒤덮은 꽃으로
산이 불타는 듯한 장관을 연출이라네요.
축구장 140개 크기를 자랑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진달래 군락지로
등산은 무난한 코스인 삼일동 상암초등학교에서 시작, 진북 마을 - 봉우제 - 도솔암 -
영취산 정상(진례봉)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 1.8km, 편도 60분 거리입니다.
우리는 도솔암 밑의 봉우재까지 차로 이동,
시루봉에 올랐습니다.
지루했던 긴 겨울 끝에 봄의 분홍빛 화사한 꽃밭 속으로 들어가니
아, 내 마음도 같이 환해집니다.
전날 밤의 비가 그친 지금도 꽃송이들은 물방울을 달고 있었네요.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진달래는 아직 봉오리 상태.
일주일 정도 지나 4월이 시작되면 온 산의 진달래가 만개할 거랍니다.
시루봉 정상의 맞은편, 도솔암은 이른 아침의 물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지만
276여 개의 업체가 입주했다는 국내 최대 중화학 공업단지인 북쪽의 여수 산단과
남쪽 마을의 상적저수지에
GS칼텍스 공장,
여수의 바다까지 산 아래의 풍경은 다양하였습니다.
진례봉 아래, GS칼텍스 후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길!
연둣빛 새싹과 온갖 봄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행복한 봄날이었네요.
'국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4. 거문도 (0) | 2022.04.05 |
---|---|
여수, 3 (0) | 2022.04.03 |
여수, 1 (0) | 2022.04.01 |
강릉, 2 (0) | 2022.03.05 |
동해안의 7번 국도 주변 (0) | 2022.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