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여수, 4. 거문도

좋은 아침 2022. 4. 5. 14:01

3월 하순 현재, 여수에서 거문도로 가는 배는 파라다이스호 한 개 노선뿐.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하여 2시간 20분 걸려 도착하면  거문도에서 여수로 나오는 배는

다음날 오전 8시라서 1박 이상 거문도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나나호는 당일 여행이 가능했지만 코로나 19와 여행 비수기로 현재 운휴 중. 

그래서 찾은 루트가 고흥 녹동항에서 출발하는 배, 퍼스트 퀸이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여 1시간 50분 만에 거문도에 도착,

당일 오후 4시에 녹동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거든요.

거문도에서 6시간 정도 머물 수 있습니다.

 

 

거문도에 가는 날은 여수 숙소에서 새벽 출발, 여수공항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고흥 IC에서 나와 '녹동신항 연안여객선터미널'까지 1시간 30분 만에 들어왔습니다. 

'나로도 우주센터'가 있는 이 고흥에는 '우주로'의 도로 이름에

'우주휴게소', '우주장례식장' 같은 간판들이 보여서

우주로 가는 길의 우주 휴게소와 우주 장례식장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었네요.

 

어제 거문도 가는 배는 강풍으로 뜨지 못했지만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큰 문제없이 출항한답니다. 

'가보고 싶은 섬'(island.haewoon.co.kr)에서 예약해 놓은 왕복표

(갈 때, 일반 경로 25,200원/1명. 나올 때, 26,700원/1인)를 매표소에서 받아 들고

남은 시간에는 항구 주변을 구경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거문도는 여수시와 제주도 중간 지점에 동도와 서도, 고도의 세 개로 이루어진 섬.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작은 고도, 경관이 뛰어난 서도, 토박이들이 주로 산다는 동도의

세 개 섬이 둘러싸고 있는 안쪽의 바다는 천혜의 항구입니다.

6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거문도, 백도 어장에서 여름과 가을에는 갈치, 봄과 겨울에는

삼치를 잡거나 관광업에 종사한답니다.

한난류가 교차하는 곳이어서 어족이 풍부하여 예전에는 파시가 아주 컸다네요. 

지형학적 위치로 인하여 동아시아 뱃길의 중심이었고

근대에 들어서는 서구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많은 수난을 당했던 섬입니다. 

1885년에는 영국군이 러시아 남하를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2년 동안 점령했고

이를 항의한다며 청나라가 기웃거렸으며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는

이 황금 어장을 노린 일본 여부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그 흔적은 일본인 가옥으로 남았습니다. 

 

 

우리의 배 '퍼스트 퀸'은

 

 

녹동항을 떠나 

 

 

바로 옆의 소록도를 거쳐서 다도해로 나갔습니다. 

 

 

잔잔한 바다에는 간간이 고기잡이 배들이 보입니다.

중간에 있는 섬, 초도에 들렀다가  

 

 

들어온 거문도.

곧 서도의 북쪽 끝에 있는 녹산등대가 나타났습니다.

등대 아래 녹산의 30~40m 벼랑에 거친 파도가 일 때면 2~4m의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답니다.

 

 

무인 등대인 그 녹산등대로 가는 산책로를 보면서 

 

 

2015년에 개통되었다는, 1.42km의 동도와 서도를 잇는 거문대교 밑을 지났습니다.

 

 

여객선터미널에 가까워지면서 서도와 고도를 잇는 삼호교에 

 

 

마을이 보입니다. 

 

 

여기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거문도, 백도 지구.

남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백도의 기암괴석과 녹산 등대 가는 길, 서도의 동백 숲과

거문도 등대의 동백 터널, 해안 절벽의 바위 능선에 신선바위 같은 명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관광코스와 등산코스를 참고하여 수월산의 등대로 갑니다. 

 

 

거문항 - 삼호교 - 유림해수욕장 - 삼거리('거문도 섬호텔' 옆 등산로) - 기와집 몰랑 - 신선바위 -

보로봉 - 365 계단 - 목넘어 - 거문도 등대 -  목넘어 - 유림해수욕장 - 삼호교 - 거문항까지

천천히 걷는 왕복 4시간 거리입니다. 

 

 

신선바위로 올라가는 길은 동백나무 터널이었습니다.  

만개 시기를 지나면서 송이 채 길에 떨어진 동백꽃은   

 

 

땅 위에서 다시 피어났습니다.  

 

 

 

유림해변에서 700m 올라가면 신선바위와 불탄봉으로 올라가는 삼거리가 나옵니다. 

 

 

 

오른쪽, 불탄봉에 올라가는 가파른 돌계단을 보며

 

 

난간이 이어지는 왼쪽 길을 선택, '기와집 몰랑'으로 들어섰습니다.

'몰랑'은 '마루'라는 뜻의 남도 사투리로

여기 평평하게 이어진 바위 능선이 바다에서 보면 마치 풍채 좋은 기와지붕처럼 보인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지요. 

 

 

이 몰랑길에는

 

 

섬 주민들이 쌓은 '소원의 탑'도 있습니다. 

바다로 나간 남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섬 아낙네들의 간절함이 담겨있는 탑입니다. 

 

 

거문도를 점령했던 영국, 러시아와 청나라의 관리를 만나 2년간의 무단 점거 부당성을 따졌다던

향토 유학자, 김류(호는 귤은)의 시 '거문도 8경' 속에는

이 기와집 몰랑이 등장하는  '石凜歸雲(석름귀운)'도 있습니다. 

청의 해군 제독은 김류와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뛰어난 문장에 감탄하여

이 섬을 '巨文島'라 불렀다네요.

 

 

이 길에서는 

 

 

세 개의 섬과 그들이 둘러싼 내해며  고도 항구, 

왼쪽으로는 고운 모래와 낮은 수심의 유림해수욕장이 눈 아래에 보입니다. 

 

 

다시 이어지는 동백숲 터널.

 

 

 

 

절벽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115m의 암봉, 신선바위에는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이 보입니다. 

신선들은 그 위에서 바둑을 두며 풍류를 즐겼답니다.

그 해안으로 이어지는  절경 저 너머로

 

 

거문도 등대가 보입니다. 

 

 

전망대를 지나

 

 

170m 높이의 보로봉 정상에서

 

 

365개 돌계단으로

 

 

내려가는 길도 동백꽃밭입니다. 

 

 

보로봉과 수월산을 이어주는 폭이 좁은 길목, 해발고도 20m인 '목넘어'를 지났습니다. 

 

 

파도가 거친 날이면 바닷물이 넘나들기 때문에 위험해서 통행금지. 

등대가 있는 산의 이름이 水越山(196m)인 것도 여기에서 유래된 듯합니다.

 

 

언덕에 오르니 지나온 '목넘어'가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수월산의 거문도등대로 가는 길도 1.5km의 동백나무숲 터널.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까지 그 화려함이 절정을 이룬답니다. 

 

 

떨어진 동백꽃잎이 밟힐세라 조심조심 걷습니다.

 

 

 

1905년 인천 팔미도의 등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남해안에서는 최초로 불을 밝혔던  117세, 6.4m의 거문도 옛 등대는  이제 은퇴하고 

그 옆에는 2006년에 완공된 33m 높이의 새 등대가 들어섰습니다. 

 

 

옛 등대 앞에 있는 하얀 정자는 관백정.

 

 

그 관백정에서는 멀리 해무 속, 

 

 

어렴풋이 백도가 보였습니다.  

왼쪽이 상백도, 오른쪽은 하백도입니다. 

 

 

‘남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며 상백도, 하백도 등 3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백도는 

'거문도 절경의 절반은 백도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다네요.

섬 전체 봉우리가 백 개에서 하나(一)가 모자라 白島라는 이름이 붙었다지요.

거문도 고도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약 40분, 

오고 가는 시간까지 모두 2시간이 걸리는 관광지입니다.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이라서 상륙이 금지되어 천연 희귀 조류와 식물들은 제대로 보존되어 있답니다. 

백도 관광 선박은 우주스타호(010 2608 0383)와 용운호(010 7742 9090)가 있으니 사전 확인 필수!

거문도에 오면 당연히 백도 가는 배가 시간 맞춰 기다리려니 했다가 결국  백도 구경을 놓쳤습니다.

여행 성수기에만 비정기적으로 운항된다는 것을 몰랐거든요.

 

 

뜰에는 거문도 지도와 '대한민국 영해직선기선도' 안내비가 보입니다.

'영해직선기선도'는 육지와 달리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영해에 관한 규정으로

가장 외곽의 섬들을 직선으로 연결, 그 일정 부분까지 영해로 인정한다는 것. 

우리나라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섬이 많고 해안선이 복잡하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따라 거문도를 비롯한 23 지점을  영해직선기선도로 지정했답니다.  

 

거문도 등대에서는 등대 체험 행사의 일환으로 숙박도 할 수 있는 별도의 건물이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지금은 일시 폐쇄 중입니다. 

문의는 061 666 0906(여수지방 해양수산청)

 

 

다시 고도로 돌아와 여객선 터미널에서 600m 거리의 '거문도 역사공원(영국군 묘지)'에 왔습니다. 

여수시에서는 1885년(고종 22년) 거문도를 2년간 점령했던 흔적인 영국군 묘지를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포트 해밀턴'이라 불렀던 이 섬,

영국군 병사들의 묘지 옆에는 

 

 

영국 함대의 거문도 무단점거 사건 당시 미약했던 우리나라의 국력과

거문도 주민들이 처했던 안타까운 처지를 되새겨보고

먼 이국에서 죽어간 영국군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내용의 비석이 서 있습니다. 

 

 

공원에서는 우리가 다녀온 수월산과 보로봉, 그 사이의 목넘어가 보입니다. 

 

 

오후 4시 배로 다시 고흥 녹동으로 돌아와  

여수, 순천, 벌교, 보성에 걸친 큰 바다,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다운 여자만(汝自灣)의 장척마을에서

일몰을 보려 했지만 오후 들어 거칠어진 바다 탓에 배의 운항이 늦어지면서 그 시간을 놓쳤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올 때와는 달리 고흥의 팔영산 옆을 지나는 길로 여수의 '섬섬길'에 들어섰지요.  

고흥과 여수의 적금도를 잇는 팔영대교 직전에는 '나로도 우주센터'로 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우주과학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이고 입장 마감은 5시.

월요일은 휴관이랍니다.

 

팔영대교와 그다음의 작은 요막교,

 

 

적금도와 낭도를 잇는 적금대교를 지났습니다. 

 

여수 '섬섬길'은 여수 돌산부터 고흥 영남까지 이어지는 11개의 해상교량(일레븐 브리지)을 일컫는

관광 브랜드로  여수의 도서지역 순환 도로망을 연결하는 이 11개 해상교량 중

현재 여수시 화양면과 고흥군 영남면이 5개의 교량으로 연결되었고(22.6km)

돌산에서 백야 구간을 잇는 6개의 교량 중 화태대교와 백야대교 2개가 완공되었으며

나머지 화정대교, 제도대교, 개도대교는 2028년에 완공될 예정이랍니다.  

2028년 이 섬섬길이 모두 이어지면 다양한 모습의 아름다운 다리와

다도해의 보석 같은 섬들이 어울려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이 되겠지요.

거기에 전남의 여수와 경남의 남해 구간을 잇는 7.3km의 해저터널을 건설할 계획도 있다 하니

다시 이곳에 올 이유가 생겼습니다. 

 

 

낭도와 둔병도를 잇는 낭도대교,

 

 

둔병도와 조발도를 잇는 둔병대교,

 

 

조발도와 화양면을 잇는 화양조발대교까지 고흥과 여수를 잇는 5개의 다리를 지났습니다. 

다리 양 옆으로는 그림 같은 다도해의 섬 풍경이 펼쳐집니다. 

 

 

장척마을까지는 가지 못하고

섬섬길에 있는 '여자만 전망대'에 올라 흐린 날씨, 일몰의 끝을 보고 왔네요.  

 

 

다음날 아침,  우리는 4박 5일의 일정을 끝내고 여수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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