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상경하는 도중에 군산의 신시도에 들렀습니다.
새만금방조제의 신시 광장에 있는
'방조제 준공기념조형물'을 지나 신시 1 사거리에서 고군산로를 따라가면
고군산군도의 16개 유인도 중 가장 큰 신시도가 나옵니다.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이제 육지가 된 신시도는 무녀도, 선유도와 장자도, 대장도와 함께
고군산군도 일대, '국제 해양관광지 조성사업'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입구부터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고 마을 여기저기에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작은 포구에서는 고군산대교와
다리 옆으로 선유도의 해수욕장과 망주봉, 멀리 대장도의 대장봉까지 보입니다.
이 마을의 즐거운 풍경 하나,
담과 벽에 그려진 벽화가 섬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엄마 일손을 돕는 아이'와
밀물 따라 올라온 물고기를 그물에 가두어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개막이' 안에서
물고기를 건지는 어부들도 보이고
생선 건조대에 등장한 고양이며
물이 귀했던 이 지역에서 물지게로 물을 길어오는 사람에
바지락을 캐는 아낙네,
생선을 나르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 등 어촌의 생활을 테마로 한 그림들이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의 급변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네요.
아직 신시도에는 점심 먹을 만한 식당도 모두 닫혀 있어
고군산대교와 무녀도, 선유대교를 건너 선유도로 가야 했지요.
몇 년 전, 새만금방조제 드라이브에 나섰다가 대장도까지 한 바퀴 돌았던 기억이 있어 낯설지 않은 동네입니다.
선유도에서 찾아낸 '선유도 짬뽕'과 '짬뽕밥', 해물이 풍성하고 맛 있어서 지금도 생각납니다.
古群山郡島의 중심이 되는 선유도의 원래 이름은 群山島.
고려시대에는 중국 송과의 무역선 기항지였으며 최무선이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진포 해전의 중심지였고
고려 때는 수군기지를 두어 군산진이라 불렀답니다.
그러나 조선 세종 때 수군기지가 육지의 진포(지금의 군산)로 옮겨지면서
이 지역 일대의 이름은 옛 군산이라는 뜻으로 앞에 옛 '古'를 붙인 古群山郡島가 되었다네요.
조선시대 수군절제사가 주둔했고 신라 최치원의 탄생 설화가 있는 금도치굴 등
이 고군산군도에는 이러한 역사적인 유적과 해상관광지가 많아 앞으로도 개발의 여지가 아주 많을 듯합니다.
다시 돌아온 신시도 마을은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는 월영봉을 배경으로 아늑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 숙소는 신시도 자연휴양림.
3시의 체크인 후
진달래와
동백꽃이 피어있는 숲을 산책하며
해안가의 태양 전망대에 올라가니
휴양림 안의 커뮤니티센터와 산림문화휴양관,
고군산군도의 크고 작은 유인도들,
선유도, 관리도, 대장도, 명도 방축도 들이 보입니다.
사스레피나무의 독특한 향을 즐기며
휴양림 중앙의
원형 전망대에 오르는 사이에
어느덧 일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숙소에서는
와, 바로 앞에 바다와 섬들이 보입니다.
다음날 아침, 해안도로를 따라 산책하는 시간에는
하늘도 맑고 바다도 잔잔!
평화로운 풍경이었지요.
가볍게 산책에 나섰다가 전망 쉼터에서 대각산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을 발견,
즉흥적으로 대각산에 올랐습니다.
최치원이 이 산에 오르면서 大悟覺醒, 산의 이름을 '大覺山'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어린 나이에 당나라 유학,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지만
귀국 후 신라에서의 벼슬살이가 순탄치 않았던 최치원은 여기저기 떠돌았고
그러면서 신시도에도 잠깐 머물며 월영봉 정상 부근에 돌담의 거처, '신치단'을 쌓고 그 안에서 글을 읽었다네요.
이후 섬 이름은 신치도가 되었고 다시 신시도로 바뀝니다.
휴양림의 뒤쪽, 우리가 걸어온 해안도로와 몽돌해수욕장이 보입니다.
잡목을 헤치며 올라간
정상은 높이 187.2m.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험하지 않아서 오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4층의 정상 전망대에서는
신시도 마을과 안골 저수지,
고군산군도의 섬들과
새만금 방조제 일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활짝 핀 동백과
진달래,
매화가 피어 있는 봄날, 기분 좋은 세 시간의 산행이었지요.
대각산에 오르는 이 코스는 군산 '구불길' 중의 하나랍니다.
신시도에서 출발하여 잠깐 들렀던 서천 마량리 동백숲입니다.
만개는 3월 하순, 적기에 찾아왔습니다.
만개 여부 문의는 041 952 7997.
작은 언덕의 동쪽 자락에 오백 년 수령의 동백나무 85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활짝 피었네요.
주홍빛 토종 동백의 소박하면서도 야무진 모습이 좋습니다.
이 숲은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의 정자, 동백정은 일몰의 명소로
그 앞으로는 아름다운 서해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풍어와 안전을 빌며 어부들이 해마다 제사를 지내는 당집도 황홀한 동백꽃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바로 뒤에는 서천화력발전소가 굉음을 내면서 가동 중이었고
그 옆으로는 산업폐기물들이 야적되어 있어
동백숲과 화력발전소, 이 둘의 어울리지 않는 공존은 불편했네요.
한가롭게 산책할 분위기는 아니었지요.
거기에 공장 담에는 마을 주민들이 붙여 놓은 현수막들로 어지러웠습니다.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핵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견해가 전해지면서
국내 최대 무연탄연소발전소를 40년간 가동한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시작,
미세먼지와 비산먼지 등 대기와 토양, 바다의 오염, 초고압 송전철탑 등으로 고통을 겪는 상황에
핵발전소까지 건설하겠다니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던 것이지요.
경제발전과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란 불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