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봉화

좋은 아침 2021. 11. 24. 11:38

‘단정하고 엄숙하며 밝고 깨끗하여 작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산‘이라고

그의 문집,  '유청량산록'에 유람 기록을 남겼던 조선 시대 풍기 군수 주세붕의 글처럼 

경북 봉화군의 명산 청량산은 봉우리마다 수려한 기암괴석이 장관입니다.  

 

 

최고봉인 장인봉(870m)을 중심으로 선학봉, 자란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있고

봉마다 대가 있으며 산자락에는 8개의 굴과 4개의 약수, 내 청량사(유리보전)와 외 청량사(응진전)에

최치원이 마셨다는 총명수, 명필 김생의 수련장이었던 ‘김생굴’,  퇴계의 청량정사(오산당) 들에

축융봉 중턱에는 고려 공민왕이 황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 청량산 지역에 잠시 머물면서 쌓았던 청량산성과

그를 모시는 사당, 공민왕당이 있는 다양한 모습의 멋진 산이었지요. 

 

청량산에는 해발 800m 지점에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현수교, 하늘다리가 있습니다만

오늘 우리는

 

 

5코스를 선택.

입석에서 출발, 응진전을 거쳐 청량사에 올랐다가 선학정으로 내려오는 2.3km, 2시간의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초반의 오르막에는 

 

 

늦가을의 낙엽이 수북!

 

 

응진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섰습니다. 

 

 

 

원효가 머물렀다는 응진전은 금탑봉 중간 절벽에 돌출되어 있다 하여 외청량사라고도 부르는 작은 암자로

 

 

법당 내부에는 석가삼존불과 16 나한, 공민왕의 노국공주 초상이 안치되어 있답니다. 

응진전 위로 사람이 밀거나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절대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흔들바위, 동풍석(動風石)이 보입니다.

 

 

응진전 앞에 펼쳐진 산천이 장엄합니다.

 

 

근처 천 길 절벽에는 신라 말의 대문장가인 孤雲 최치원의 ‘총명수’가 있어 

예부터 최치원의 지혜와 총명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이 물을 마시고 갔다네요.

그러나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다는 약수는 이제 관리가 되지 않아 혼탁해졌습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어풍대를 거치면

신라의 명필, 김생이 암자를 짓고 10년 동안 글쓰기를 수련하였다는 ‘김생굴’과 '김생폭포'로 갈 수 있습니다.

 

 

총명수 바로 옆은 최치원이 머물던 치원암이 있던 자리.

최치원은 12세에 유학을 떠나 17년간 당나라에 머물며 과거에 합격, 벼슬살이를 하면서

현지의 문인들과 교류, '토황소격문' 등의 명문을 쓴 문장가로 이름을 떨칩니다.  

29세에 귀국하여 중앙과 지방의 관직을 수행하던 중 왕족의 부패와 지방세력의 반란 등

수많은 사회적 모순을 목격하고는 실망과 좌절 끝에 10여 년만에 퇴직,

여기저기 떠돌다가 만년의 해인사를 마지막으로 그 뒤의 행적은 알 수 없다 했지요.

그의 호처럼 시대를 잘못 만나면서 孤雲으로 끝난 대문장가였습니다. 

 

 

 

 

암봉으로 둘러싸여 평화롭게 보이는 절, 청량사.   

 

 

 

그 절로 내려가면서

 

 

만난 유교 유적은 이황 퇴계의  청량정사(당호는 오산당)입니다.

퇴계는 어릴 때부터 청량산을 찾아 독서와 사색을 즐겼으며

말년에도 도산서원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틈틈이 이 산에 올랐다네요. 

그는 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을 따라 오산당에 이르는 16km의 긴 산행길을 오가며

그 즐거움을 ‘글 읽기가 산 유람과 같다(독서여유산)’고 하였습니다.

퇴계가 세상을 뜨면서 제자와 후학들이 청량산 순례를 시작, 

이곳은 그를 기리는 수많은 학자들의 학문과 수양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원래의 건물은 의병투쟁의 근거지가 되면서 1896년 일본군의 방화로 소실되었다가 1901년 중창됩니다. 

 

 

 

드디어 청량사 도착.

연화봉 기슭,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617~686)가 창건하고 고봉(1351~1426)이  중창한 천년고찰입니다.

창건 당시에는 승당 등 33개의 부속 건물이 있던 대사찰로

봉우리마다 자리 잡은 암자에서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온 산을 가득 메웠다는데 

숭유척불의 시대를 거치면서 지금은 그 세가 많이 줄었습니다.  

 

 

 

중심 전각은 유리보전으로

현판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 지역으로 일시 피난 왔을 때 쓴 친필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건칠 불상(종이로 만든 지불에 금칠을 해 놓은 부처), 약사여래좌상이 특별합니다. 

 

 

반가사유상 옆으로 충남 부석사에서도 보았던 심검당('지혜의 칼을 찾는다'는 의미)이 있습니다. 

혹독한 수행 끝에 대오를 이룬다는 뜻일까요?

 

 

거대한 산에 둘러싸인 5층 석탑,

 

 

그 앞에 우리가 지나온 '원효대사 구도의 길' 안내가 보입니다. 

원효는 신라시대의 고승으로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라 백제의 항구로 가던 중

하룻밤을 지내게 된 토굴에서 갈증 끝에 찾아 마신 물맛이 아주 달고 시원하였다지요.

그러나 아침에 깨어보니 그들의 잠자리는 오래된 공동묘지, 물이 담겼던 그릇은 해골!

이를 계기로 대오(번뇌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달음)한 원효는 유학을 포기, 신라로 돌아가

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방법으로 민중 교화에 들어갑니다.

이후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어 설총을 낳았고 그 후 파계, 속복으로 갈아입고 스스로를 '소성거사'라 부르면서

세상을 돌아다며 파격적인 포교를 계속하였답니다.

이로 인하여 가난한 사람, 어린아이들까지도 모두 부처의 이름을 알고 염불을 할 수 있게 되었다네요.

 

인간의 원래 본성인 일심으로 돌아가자는 일심사상(一心思想),

모두가 실제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하나로 만난다는 화쟁사상(和諍思想),

모든 것에 집착을 버리는 무애사상(無碍思想)이 원효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다육이의 화분이 된 스님의 낡은 검정고무신,

 

 

절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가족' 이름의 조각,

 

 

찻집 앞의 이 웃는 얼굴과  

 

 

재미있는 굴뚝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산길,   

눈 내리는 겨울이면 긴 눈썰매장이 된다는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갑니다. 

 

 

일주문 밖, 

 

 

선학정 부근에는  퇴계의 시비가 서 있었지요.

청량산을 예찬하는 오언절구의 한시와 

 

 

시조, '청량산가'입니다. 

청량산 열두 봉우리에 대한 사랑과 이 풍경을 혼자서 누리고 싶다는 염원.

그 이면에는 속세의 번거로움 속에서

평온한 삶을 추구했던 퇴계의 소망과 이상 세계에 대한 그의 동경이 담긴 듯합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 '국립백두대간 수목원(www.bdna.or.kr)'에 왔습니다.

 

 

여기는 우리나라 삼림청이 생물자원을 보전, 활용하기 위하여 만든 곳으로

세계 최초로 보전 가치가 높은 야생 식물종자의 '시드 볼트(씨앗금고)', 지하터널형 영구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1400km의 백두대간에서 사라진 지 100여 년이 된 시베리아 백두산 호랑이를

러시아에서 수입, 그 개체를 보전하고 야생성을 지키기 위하여

11,500평 크기에 자연 상태의 서식지와 같은 호랑이 숲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 했지요.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위한 연구, 교육, 휴양과 관광을 겸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랍니다.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매주 월 휴관.

어른 입장료 5000원, 어린이 3000원. 대표전화 054 679 1000.

방문자는 방문자센터에서 1,2층을 구경한 후 민화 속 호랑이를 지나 수목원으로 입장합니다. 

 

 

백두대간 상징물을 지나 

 

 

안내도를 보며

 

 

 

수목원 진입광장에 도착하면 호랑이 트램이 있어 방대한 수목원 이동에 편리합니다.

별도의 매표소에서 티켓 구입. 평일 15분, 주말 10분 간격 운행. 점심시간(12~13시)에는 30분 간격.

어린이정원, 트램 출발역, 겨울정원, 추억의 정원, 나비정원, 모험의 숲, 약용식물원, 수변생태원, 덩굴정원,

무지개원, 장미정원 등 각각의 주제에 따른 정원이 있지만

설립된 지 1년 남짓에 코로나 19의 통제, 겨울의 문턱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아직은 어설퍼 보입니다. 

현재 추천코스는

쉬엄쉬엄 산책(도보), 쉬엄쉬엄 산책(트램) 1시간, 깊은 숲 속 호랑이(도보), 깊은 숲 속 호랑이(트램) 2시간, 

수목원완전정복(3시간), 숲길 걷기 들이 있고

숲길로는

진입광장 숲길, 명상숲길, 잣나무숲길, 고산숲원 습지, 돌틈정원 숲길, 산수국 숲길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깊은 숲 속 호랑이(트램)'를 선택, 방문자센터를 지나 호랑이 트램을 타고

 

 

단풍식물원역에서 하차,

 

 

낙엽송 지대와 

 

 

 

암석원을 지나 

 

 

호랑이 가족이 서 있는 호랑이숲까지 걸었습니다.

 

 

지금 밖에 나와 있는 호랑이는 암수 한 쌍의 시베리아호랑이랍니다. 

 

 

시베리아호랑이는 한국호랑이(백두산 호랑이)라고도 하며 호랑이 중에서 사장 큰 종으로

황갈색의 털이 길고 빽빽한 것이 특징인 멸종위기의 야생생물 1급 동물.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현재 러시아와 중국의 'Sikhote-Alin' 산맥 주변에 극소수만 남아 있답니다. 

 

 

 

현재 호랑이 전시 시간은

하절기(3~10월) 10:00~17:00, 동절기(11~2월) 10:00~16:00,

다른 한 쌍과 전시(12:00~12:30)를 교대하는 시간에는 호랑이를 못 볼 수도 있다네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호랑이를 대면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역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위한 호랑이숲 안내, 귀여운 새끼 호랑이의 길 안내를 보고 있습니다. 

 

 

 

 

잣나무 숲길로 들어섰다가 

 

 

어린이정원으로 나오는 길. 

 

 

어느새 일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국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4. 한라산  (0) 2021.12.28
제주, 3. 차귀도  (0) 2021.12.27
영주, 2  (0) 2021.11.23
영주, 1  (0) 2021.11.22
포천, 2  (0) 202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