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무렵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렌터카 인수 후 금악 보건소로 내비 찍고 달렸습니다.
한적한 시골 풍경이 이어집니다.
드디어 백종원의 '골목 식당'에 등장했던 네 개의 가게가 마주 보는 금악리 도착.
'금악땃땃라면'에서 테이블링 신청, 순서를 확인하고 20여 분 동네를 기웃거리다가
돌아와 라면을 먹었지요.
얼큰한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먹은,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네요.
간단한 조리라서 순환이 잘 되어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은 것도 좋았습니다.
오후의 행선지는 차귀도.
제주 최대의 무인도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인 천연기념물 제422호입니다.
한 지점에서 시기를 달리 한 4번의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섬 둘레가 기암괴석으로 덮여 있는 이 멋진 섬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지질공원으로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대나무가 많아 대섬(죽도)이라 부르는 본섬과 부속섬인 독수리바위의 지실이 섬,
사람이 누워있는 듯한 모습의 와도까지 모두 포함한 이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대섬을 차귀도라고 부릅니다.
차귀도로 가는 유람선의 운항 시간은 날씨에 따라 매일 달라질 수 있으니
출발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064 738 5355.
고산리의 뒤쪽 언덕길에 차귀도행 유람선 매표소가 있습니다.
현재는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하루 2회 운항 중. 약 2km, 10분 거리. 성인 왕복 16000원.
대섬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1시간의 트레킹 후 다시 승선, 독수리바위와 쌍둥이바위를 돌고 와도를 지나서
1시간 30분만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해질 무렵의 노을이 장관이라지만 유람선 돌아가는 시간이 일러서 아쉬웠습니다.
섬 전체를 덮은 억새의 만개 시기는 11월이랍니다.
우리는 오후 2시 30분의 유람선 예약, 시간 맞춰 대기한 배를 타고
방파제를 지나
10분 거리의 대섬에 도착, 곧 안으로 올라갑니다.
이정표를 보면서 왼쪽으로 돌아
등대를 바라보며 섬의 둘레길을 걷습니다.
오른쪽에 하얀 등대,
왼쪽에 마그마가 분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는 장군 바위가 있는 길입니다.
망망대해의 전망대를 지나고
나란히 서 있는 쌍둥이 바위를 지났습니다.
왼쪽 뒤로 보이는 붉은색의 절벽 이름은 '송이 동산'.
고열의 용암이 흐르면서 땅의 점토를 태워 만들어낸 화산송이는
제주도외 불법반출을 금지하는 독특한 광물질인 보존자원으로 화장품을 만들거나 건자재로 많이 쓰인다네요.
등대까지 200m가 남았다는 이정표와
분화구 안에 가득한 억새를 지나
'볼레기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대섬의 등대는 1957년, 고산리의 주민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그들이 이 급경사의 언덕으로 건자재를 운반할 때 너무 힘들어서 ‘볼락볼락’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하여 붙은 이름.
제주 사투리의 의성어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이름입니다.
등대 맞은편으로 멀리 수월봉의 정자와 기상대,
북쪽으로는 한림항의 풍력발전기와
옆으로 고산리의 자구내 포구가 보입니다.
이제는 정상을 향하여 섬의 오목한 지대로 내려갔다가
갈대숲을 지나 다시 오르는 길.
'대섬'답게 무성한 대나무 숲을 지난 갈림길에서는
뱃시간에 쫓기면서 지름길을 이용, 선착장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우리는 서둘러 정상을 향하여
해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갑니다.
정상의
전망 또한 시원하게 탁 트였습니다.
조금 전에 지나온 등대도 보입니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갈대 옆을 지나
1970년대 말까지 일곱 가구가 보리와 콩, 참외와 수박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는 집터의 흔적을 거쳐
감국의 짙은 향기에 마음 흔들리면서
선착장으로 내려와
고산리로 돌아갑니다.
포효하는 듯한 모습의 범바위와
날개를 편 형상의 독수리바위,
와, 거기에 남방돌고래까지 볼 수 있었던 여행.
선장은 갑자기 나타난 돌고래를 보고 환호하는 여행자들을 위하여 그들을 따라 뱃길을 돌리는 서비스로
모든 승객에게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고산리에서는 일제 강점기 어민들이 현무암을 다듬어 세웠다는 '도대불 등대'를 볼 수 있습니다.
1941년 고산과 목포 간의 화물선 유도등으로 세운 이래
한동안 바다에 나간 고기잡이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이정표가 되었던 옛 등대입니다.
꼭대기의 집 모양은 근래에 만든 것으로 처음에는 유리로 된 등집에 석유등을 올려놓았다지요.
‘뱃길을 밝히는(道臺) 불’에서 유래한 이름, 제주의 '도대불' 17기 중
북촌리, 고산리, 대포동, 보목동, 김녕리, 우도의 보존 상태 양호한 6기는
제주도 근현대 문화유산 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제주에서도 오징어가 잡힌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집어등을 매단 어선이 정박한 포구에서 손질한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거든요.
주변에는 마른오징어를 파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선착장에서 수월봉으로 이동.
여기는 차귀도 포구의 남쪽, 수월봉은 제주 368개의 오름 중 하나로
해안절벽을 따라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를 볼 수 있는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라는 지질공원입니다.
18,000년 전, 지하에서 상승하던 마그마가 폭발할 때 나온 화산재들이 쌓이면서 물을 만나 형성된 응회암의 일부로
마그마의 분출과 퇴적과정을 알리는 중요한 자료로 지질학적인 가치가 크답니다.
분출한 화산재는 기름진 토양을 만들어 신석기인들의 정착 터전이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약 8,000년 ~ 12,000년 전의 인간이 살았던 흔적도 남아있는데
발굴된 사냥도구, 토기 등으로 미루어 그들이 수렵채집 생활을 했으리라 추정한다지요.
그 유물은 국립제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의 큰 지진으로 낙석이 많았다는데 여진의 위험 때문에 해안절벽길이 일시 폐쇄되면서
그 상처를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수월봉은 해발 77m로 제주 서부지역의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풍경이 시원합니다.
정상에서는 우리가 다녀온 차귀도의 누운 섬(와도)과
하얀 등대가 있는 대섬,
넓은 고산 평야와 멀리 산방산이 보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남쪽의 끝섬,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네요.
대정 쪽으로 내려가는 해안도로의 환상적인 일몰!
'국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5, 카멜리아 힐 (0) | 2021.12.29 |
---|---|
제주, 4. 한라산 (0) | 2021.12.28 |
봉화 (0) | 2021.11.24 |
영주, 2 (0) | 2021.11.23 |
영주, 1 (0) | 2021.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