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중순, 부모님 묘소에 들렀다가
충남 서산시의 독곳에 있는 황금산과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의 북쪽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에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먼저 황금산(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산 230-2. 삼길포 관광안내소 041-662-0819)입니다.
이 산은 서산 9경 중 7경으로
해발 156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완만한 숲길을 걸으며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해송과 해당화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일품이었지요.
예전에 금을 캐던 광산이 있어 붙은 이름은 '황금산', 지금 금굴은 흔적으로만 남았답니다.
이 길은 서산 지역 트레킹 코스인 '아라메길'의 3구간이며
'황금산'에 오르는 입구입니다.
일반적인 등산로는 황금산 입구에서 정상에 오른 후 코끼리 바위가 있는 몽돌해안에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짧은 코스로 정상까지는 1.2km.
그러나 물때에 맞춰 1시간 정도 서쪽 해안을 걸어 끝골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코스는 5.5km,
3시간이면 충분하다 했지요.
오늘의 썰물 예상 시간은 오후 1시 53분.
그 시간을 이용해서 서쪽 해안을 걷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보내면서
주차장에 도착한 오후에는 이미 해안에 물이 들어오고 있었네요.
짧은 코스를 다녀오기로 하고 산 초입에 들어서니 마침 공사 중.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는 인부 한 분이 왼쪽 길이 가파르니 오른쪽으로 올라가라 권했지만
주차장에서 체온을 체크하던 지역 보건소 직원은 왼쪽을 권했기에
우리 일행은 둘로 나뉘어 정상으로 출발.
그러나 왼쪽 초입은 30도 정도의 짧은 급경사가 두 번뿐이어서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숲길의 나무 사이로
서쪽 '가로림만'의
바다와 섬들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 좋은 길이었지요.
만 저쪽의 벌말포 해변과 벌말 염전도 보입니다.
곧 도착한 정상에는 해발 156m를 알리는 탑에
뒤로는 임경업 장군을 모신
'황금산사' 이름의 사당이 있습니다.
조선 인조 때 이괄의 난을 진압했고 병자호란에서도 큰 공을 세웠지만
내란 사건에 연루되면서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생을 마쳤던 그 임경업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랍니다.
의외의 인물 등장에 황당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 마을 뱃사람들이 깊고 물살 급한 이 해역에서 안전 운항과 풍어를 장군의 용맹에 의지,
제사를 지내는 당산이었네요.
정상에서 몽돌 해변과 코끼리 바위로 가려면 갈림길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그쪽은 '공사 중'이라며 출입 금지 팻말.
그래서 이정표를 보며 끝골 쪽으로 가다가 중간에 보이는 길로 내려가야 했지요.
신록의 맑은 숲길,
각종 등산 단체들이 매어 놓은 인증 리본을 보면서
찾아온 몽돌 해변에는
오른쪽으로 높이 5m가 넘는 거대한 코끼리 바위가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습니다.
그러나 이쪽에서는 그 모양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네요.
굴이 보이는 위쪽과
아래의 해안길이 모두 물에 잠겼거든요.
동글동글 자갈 깔린 몽돌 해변으로 밀물이 돌돌돌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가 나갑니다.
북쪽으로 더 올라가는 굴금에서는 코끼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듯하여 다시 해당화 피어 있는
산길로 들어섰지만
지금까지 뚜렷했던 길은 없어지고 소로 쪽으로는 등산로가 아니니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이어졌습니다.
일단 모든 등산로에 경고판을 세우고 자재를 쌓아놓은 다음 초입부터 정비 작업을 시작하는 듯하여
찾아온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네요.
코끼리 바위 뒤편의 깎아지른 해안절벽이 해송과 어울리면서 그 풍경이 아름답다는데
그쪽, 굴금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길에서 헤매다가 결국 굴금 포기.
그러면서 곶의 끝, 끝골이라 짐작되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급경사로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팻말을 무시하고 들어갔지요.
길의 흔적은 있었으나 한동안 다니지 않은 듯, 잡목이 우거진 길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곶의 끝.
삼면이 뚫린 바다가 나왔습니다.
서쪽은 태안의 이원면, 북쪽으로 인천 옹진의 작은 섬들이 보입니다.
황금산 서쪽은 바다가 깊숙이 들어온 '가로림만'.
2007년 유조선 사고 때에 배에서 유출된 기름이 집중적으로 흘러들었던 그 가로림만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생태계가 회복되어 그 옛날의 모습을 되찾은 듯
맑은 햇빛 아래 수면이 반짝거리고 있었지요.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 오른쪽, 동쪽으로는
대산 공업단지에서 사용하는, 선박을 위한 긴 접안 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삼성 종합화학, 현대석유화학 등의 거대한 공장들이 굉음을 내며 가동 중이어서 황당!
그 낯설고 놀라운 광경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으로 숲에서 나와 다시 이어진 나무 데크와 헬기장을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산길에서는 작은 게를 만났지요.
이런 산길에 웬 게?
신기해서 길을 막고 들여다보는 내게 집게발 내 보이며 결전 태세에 돌입한 놈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바다와 산을 오가며 굳세게 살고 있는 듯해서
고 작은 녀석이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