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 수목원은 설립자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의
'자연사랑 철학과 친자연주의를 계승하여 생명이 깃들어 있는 것이
모두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고 있는 수목원'입니다.
'가지치기를 최소화하고, 생육 촉진을 위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여서 자연 그대로 수목들이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숲, 행복한 나무와 더불어 인간도 행복한 곳'이라지요.
그 '천리포 수목원'(www.chollipo.org,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1길. 전화 041 675 9982)의 '밀러 가든'입니다.
수목원 전체 16만 평의 7개 지역 중에서 처음으로 2009년 3월 1일에 개방한 곳입니다.
연중무휴로 개관 시간은 09:00~18:00. 입장은 17:00까지.
입장료는 성인 요금 9,000원, 경로 6,000원(신분증 지참).
계절(성수기 3~11월)과 요일에 따라 입장 시간과 입장료에 차이가 있습니다.
QR 인증과 발열 체크 후 입장.
싱그러운 초록의 숲 산책은
천리포의 파도 소리와
고운 모래의 해변으로 연결되면서 그 즐거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그 숲 속에는 '데이지'와
'서양 호랑가시나무',
연분홍 '영산홍'에
꽃보다 잎이 아름다운 '삼색 개키버들', '하쿠로 니시키',
'꽃사과'며
보라색의 '알리움 기간테움' 같은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뜰에도 '만병초'와 '클레마티스'로 불리는 '큰 으아리 꽃',
보라와 노랑의 '아이리스(붓꽃)'에 변종 꽃들도 보입니다.
4월 10일부터 5월 22일까지는 '봄 축제 기간'으로
동백을 시작으로 목련과 수선화, 영산홍 같은 화려한 봄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나는 시기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좀 늦었네요.
그렇지만
봄의 짙은 자주색 새 잎, 초여름의 연한 노란색, 한여름의 짙은 초록으로 잎의 색이 변하는 '식물계의 카멜레온',
'삼색 참죽나무'도 화사했고
그 옆의 '폴스스칼렛, 서양 산사나무',
'산수국'인 줄 알았던 '설구화'에
'등대꽃나무',
파리 몽마르트 언덕의 가로수인 '마로니에', '칠엽수'와
자랑스러운 우리 꽃, '미스킴 라일락'은 지금 활짝 피어서 볼만했습니다.
'미스킴 라일락'은 키나 꽃송이는 작지만 그 어느 라일락보다도 향기가 짙은 우리나라 토종 꽃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이렇듯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수목이 자연 그대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숲, 행복한 나무들이 사는 수목원'이었지요.
곰솔 사이의 나무데크 산책길에서는
서해와
얕은 수심, 고운 모래의 천리포 해수욕장에 천리포 항,
'낭새 섬'이 보입니다.
천리포 마을 주민들이 닭의 벼슬같이 생겼다 하여 '닭섬'이라 부르는 이 섬을
민병갈은 '낭새 섬'이라 불렀답니다.
낭떠러지에 집을 짓고 살아 '낭새'라 불리던 '바다직박구리'가 이 섬에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시 그 낭새가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불렀다지요.
조수 간만의 차로 하루에 두 번, 천리포 해변에서 낭새 섬까지(약 500m) 걸어 들어가
2시간 가까이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 섬은 천리포 수목원의 관리지역으로
80년대 초부터 호랑가시나무 등 자생 상록활엽수를 심기 시작, 복원을 시험 중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구내매점에서 보았던 낭새 섬 사진은
등 쪽만 보였던 수목원에서와 달리 온전한 새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신기했지요.
'노을길'로 이어지는
그 길에는 그네에 데이지 꽃들이 활짝 핀 '어린이 정원'이 있고
그 앞은
수목원 내, 최고의 낙조 명당인 '노을 전망대'.
낭새 섬 옆,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둥근 해는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숲 속 산책길에서는 민병갈의 흉상과
동상을 만날 수 있고
그를 소개하는 안내판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남긴 설립자 민병갈 박사'
'민병갈은
미군의 청년 장교로 한국에서 반세기 넘게 살며 '천리포수목원'을 일궈놓고 이 땅에 묻힌 푸른 눈의 한국인이었다.
한국의 자연에 심취하여 1970년부터 시작한 나무 심기는
30여 년만에 척박하고 해풍이 심한 이 천리포 민둥산 16만 평을 공인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변모시켰다.
그가 이곳에 모은 목련, 호랑가시나무, 동백 류의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나무를 존엄한 생명체로 보고 인간이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나무를 위한 수목원을 가꾸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58세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입버릇처럼 ' 내 전생은 한국인'이라고 말하며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불렀다.
그는 부유한 금융인이었지만 근검절약으로 모은 전 재산을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에 남기면서
2002년 57년의 한국 사랑을 마감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남다른 나무 사랑과 자연애호를 '금탑산업훈장'으로 보답했고
국립수목원에서는 '명예의 전당'에 그의 공적을 새긴 동판 초상을 헌정했다.
저 세상에서는 이 수목원 연못의 개구리가 되기를 소망했던 그의 소박한 꿈은 만인의 교훈으로 남아서
이 세상의 초목과 생태계를 지키라는 무언을 가르침을 주고 있다.'
'나는 3백 년 뒤를 보고 수목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 미완성 사업은 내가 죽더라도 계속 이어져 내가 제2조국으로 삼은 이 나라에 값진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민병갈-
외부의 경제적인 도움 없이 온전히 사비를 들여 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이 수목원에 헌신한 그의 삶은
감동, 그 자체였지요.
그분의 값진 이 선물이 오래오래 잘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밀러 가든의 중앙, ‘민병갈 기념관’의 2층 그의 집무실에서는
그가 초기에 구입했다는 네 마지기의 논과 크고 작은 두 개의 연못이 내려다 보입니다.
그 논에서 개구리가 울거나
큰 연못과 천리포 바다로 이어지는 초록의 숲에 금빛 노을이 퍼지는 일몰의 시간을 그는 제일 좋아했다지요.
죽어 그 논의 개구리가 되고 싶다던 그는 2002년, 81세로 영면에 들어 수목원의 목련 밑,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수목원에 대한 사랑은 수련과
붓꽃에 '알리움 기간테움'들이 피어 있는 연못가며 이 땅의 여기저기에 아름다운 향기로 남았습니다.
집무실 옆 동에는 수목원의 역사와 이곳에 평생을 바친 그의 일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수목원은
자생식물을 포함, 전 세계 36개국 327 기관에서 들여온 도입종까지 15,600종류(2015년 현재)로
국내 최다 식물종을 보유한 수목원,
600여 종의 목련류로 세계 최다 수집 수목원이면서
아시아 최초로 호랑가시나무 종류를 가장 많이 수집한 수목원이랍니다.
300여 종류의 동백에
나라꽃 무궁화는 전략 수종으로 육성하면서 여름철에도 100여 일 동안 그 꽃을 볼 수 있다 했지요.
그렇게 되기까지 그의 노력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도 없었습니다.
세계 식물학계에서 민병갈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두 개의 명품나무도 있습니다.
파종 실험 중에 얻는 변종 목련, '라스베리펀'과
그가 발견한 토종 식물, '완도 호랑가시나무'가 그것.
두 개의 나무는 민병갈 이름과 함께 세계 도감에 오르면서 그의 50년 나무 인생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답니다.
입구 쪽의 '남이섬 수재원'에는
남이섬을 만든 수재, 민병도 선생과 천리포 수목원을 가꾼 임산, 민병갈 선생이
천년수를 가꾸는 형제가 되어 녹심을 나누었다는, 두 사람의 싸인이 담긴 기념비가 보입니다.
평생 수목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두 사람이 의기투합,
꽃과 나무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묘목과 종자를 나누면서 즐거워했을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미국인 'Carl Ferris Miller'가 우리나라로 귀화하면서
우리말 이름을 '민병갈'로 지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수목원 안내소에서는 '금주의 아름다운 꽃' 패널을 만들어 전시, 현재 볼 수 있는 이색적인 꽃과 나무를 소개합니다.
'희귀, 멸종 위기 식물 전시 온실' 근처의
우리 숙소, '벚나무집'에서는
거실 넓은 창으로 노란 붓꽃이 피어 있는 연못과 초록의 정원이 보입니다.
도로에서 들어오는 전용 출입문과 주차장에
반대쪽 별도의 쪽문으로는 노란색 꽃, '황목향화' 아취를 지나 수목원에 들어갈 수 있어서 편리했지요.
개량 기와집이지만 집안 구조와 장독대 등으로 옛집 분위기 물씬.
1일 관광객이 모두 빠져나간 밤과 새벽의 호젓한 산책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수목원 안에는 기와지붕과 초가 형태, 양옥의 독채인 ‘가든 하우스’A, B가,
밀러가든에서 800m 거리 밖으로 힐링 센터의 2, 3층에도 숙소가 있습니다.
숙소 이용객은 힐링 센터에서 관리하며 수목원 입장료 면제.
입실은 오후 3시, 퇴실은 오전 11시. 성수기인 4~5월, 7~8월에는 숙박요금이 달라집니다.
예약은 천리포 수목원(www.chollipo.org,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1길. 전화 041 672 9985)에서.
근처 이웃은 초가지붕 형태의 '다정큼나무집'입니다.
수목원 안에는 두 개의 카페, '나무야, 나무야'와 '소사나무'에 각종 씨앗과 묘목, 꽃을 파는 매점이 있고
입장권 매표소 뒤와 옆에는 일반 주차장이 있습니다.
매점에서 수목원 방문 기념으로 자목련 그림의 머그잔 하나 사들고
설립자에 대한 감사와 건강한 숲, 아름다운 숲 여행에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