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부안, 1

좋은 아침 2021. 4. 5. 14:25

3월 말, 전북 부안과 고창에 2박 3일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부안에서는 변산반도의 채석강을 산책한 후 '변산 마실길'의 2코스와 6코스를 걸었고 내소사에도 갔었지요.

고창은 청보리밭과 선운사 동백, 미당 시문학관의 여정.

아주 오래전에 다녀온 곳이라서 이번에는 추억 여행이 되었네요.

 

 

부안의 변산반도는

서해의 고군산군도와 위도 앞바다로 돌출한 99km의 해안선에 북쪽은 새만금, 남쪽 해안은 곰소만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명승지.

국내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국립공원입니다.

먼저 격포항에서 

 

 

부안이 자랑하는 '변산 8경' 안내판을 보며 

 

 

채석강으로 들어갑니다. 

 

 

채석강은 변산반도 격포항과 격포해수욕장 사이,

'닭이봉(200m) 아래 1.5km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일컫는 곳으로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면서 형성된

퇴적암층이 절경. 

수 만권의 책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층 단애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달 보며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彩石江)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인 이름이랍니다.

경치가 좋을 뿐만 아니라 화산활동의 지형, 지질 연구 자료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적벽강 일대와 함께

명승지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썰물 전후의 2시간,  4시간 정도라야 가까이 가서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물 빠지는 시간을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https://www.badatime.com(변산반도, 237)에서 사전 확인 필수!

채석강 입구에도 물때 시간표를 게시해 놓았네요.

 

 

오늘의 낮 간조 시간은 11:55.

곰소항에서 백합죽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시간에 맞춰 왔습니다.

 

 

얇은 책들을 포개 놓은 듯한 모습의 거대한 퇴적 암벽입니다.

 

 

 

퇴적암층 중에서도 층리가 끊어지고 이동되어 연속되지 않는 단층을 볼 수 있었지요. 

 

 

 

 

수만 년 세월의 퇴적암 앞에서는 무한으로 느껴지는 그 시간을 가늠할 수도 없었네요.

 

 

 

 

 

양쪽의 단층이 밀어붙이면서 휘어진 역단층은 마치 물결의 화석과도 같았습니다. 

 

 

더러 돌이라도 떨어지는 듯 '낙석 위험 지역'이라는 경고판과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는 출입 차단줄이 보입니다. 

 

 

바위에 붙어 있는 무수한 따개비도 재미있는 구경거리. 

 

 

깊숙한 해식동굴 안에서는

 

 

'한반도 지형'  너머로 바다가 보입니다. 

역광으로 촬영, 인생 샷 찍기!

간조 때 이 해식동굴에서 바라보는 낙조와 노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데

오늘 그 시간에는 물에 잠기면서 들어올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건너편으로 적벽강의 사자바위가 보입니다. 

 

 

적벽강은 격포 해수욕장의 북쪽에 있는 '붉은 암벽'으로 

여기 역시 중국의 적벽과 비슷하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적색 바위는 오랜 세월 지나면서 암갈색으로 변했답니다.

채석강, 적벽강들이 모두 강의 이름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지요.

 

 

격포항도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네요.

잘 가꾸어진 공원 안에는 이 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여류 문장가였던 부안의 기생, 이매창의 시가 보여 반가웠습니다. 

매창은 허균을 비롯한 당시의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시를 남겼지요. 

그의 시 '이화우'입니다.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이제 '닭이봉'으로 갑니다

채석강 절벽의 정상, 닭이봉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여서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격포항과 

 

 

격포해수욕장에 적벽강, 

 

 

변산이 보입니다.

그 이름의 변산반도는 안쪽 산악지대의 내변산, 해안가의 외변산으로 나뉩니다.

내변산의 중심은 변산의 최고봉, 의상봉(509m)을 시작으로  남서쪽의 쌍선봉과 낙조대, 월명암,

봉래구곡, 직소폭포 일대.

봉우리들은 해발 400~500m 정도로 낮지만 기묘한 바위와 나무 울창한 계곡이 아름다운데

그중에서도 낙조대의 '월명 낙조'는 '변산 8경'의 하나로 꼽힌다 했지요.

낙조대는 월명암에서 오솔길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서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있답니다. 

월명암까지는 자동차로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무 속에서 멀리 고군산군도는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변산 마실길'의 송포항입니다.

'변산 마실길'은 넓은 바다를 따라 '갯벌로 마실 간다'는 의미의 트레킹 길로 전체  66km,

모두 8개의 코스가 있습니다.

동쪽으로 정읍, 북쪽으로 동진강 하구의 김제, 남쪽으로는 곰소만에 서해를 낀 멋진 힐링 길입니다. 

 

제1코스는 새만금 홍보관에서 송포까지 5.1km, 1시간 10분 거리.

          거대한 암반을 걸으면서 구석기의 유물로 추정되는 조개 무덤을 볼 수 있고,

제2코스는 송포에서 성천까지 5.3km, 1시간 15분 거리로

          바닷가 쪽의 송림 구간은 상사화 군락지여서

          매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환상적인 만개를 볼 수 있답니다.

제3코스는 성천에서 해넘이 공원까지 9.8km, 2시간 30분 거리로 채석강을 지나는 대표적인 코스. 

제4코스는 해넘이 공원에서 솔섬에 이르는 5.7km, 1시간 30분 거리로 노을이 아름다운 솔섬 구간이며

제5코스는 솔섬에서 갯벌체험장까지 5.4km, 1시간 20분 거리.

             해안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6코스는 갯벌체험장에서 왕포 마을까지 6.5km, 2시간 거리. 숲길 좋은 쌍계재를 넘어가는 코스이고

제7코스는 왕포 마을에서  곰소염전까지 6.5km, 1시간 40분 거리로

              여기서 전나무 숲길은 내소사까지 연결됩니다.

제8코스는 곰소 구진마을에서 줄포만 갯벌생태공원까지로 생태습지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

              9.5km, 2시간 20분 거리입니다. 

 

 

우리는 이 중에서 해안길이 아름답다는 2코스를 선택,

송포항의 배수관문을 건너 

 

 

고사포해수욕장까지 걷기 시작합니다.

 

 

그 길의 옆, 해안경비대의 철조망에는 소망을 적은 가리비 껍데기가 잔뜩 매달려 있습니다. 

 

 

                         이 길은 '변산 마실길'이면서 '서해랑길'.

              

 

활짝 핀 벚꽃 사이로 변산해수욕장과 

 

 

서해의 섬들을 바라보면서

 

 

작은 해변과

 

 

출렁다리를 지나는 길입니다. 

 

 

노란 수선화를 보는 즐거움에 

 

 

와,  이 길에 지천인 상사화 잎들!

 

 

봄의 잎이 지면 8월 말에서 9월 초에 꽃이 나오면서 잎과 꽃이 서로를 만나지 못한다 하여 붙은 이름,

상사화입니다. 

그래서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안내판에 우리나라가 원산지라는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른쪽 상단의 꽃은 상사화가 아니라 '꽃무릇'.

꽃이 먼저 피었다가 진 다음 9, 10월에 잎이 나오는 구근초로 영광의 불갑사, 고창의 선운사와

정읍의 내장사에서 많이 볼 수 있답니다.

 

 

2코스를 뒤덮은 '붉노랑 상사화'의 장관을 상상하면서 8월 말쯤에 다시 올까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해안가를 걷던 즐거움은 고사포 직전, 리조트와 펜션, 카페들이 들어선 길을 만나면서 실망으로 급반전.

번잡해진 마실길의 훼손이 안타까웠습니다. 

 

 

'옥녀가 장고를 치고 거문고 현을 타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2km, 아름다운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걷기를 끝내고

콜택시(063 581 6969)를 불러 송포의 주차장에 되돌아갑니다. 

지역 번호 063-114로 전화하면 그 동네의 콜택시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들이 일몰 촬영을 기다린다는 4코스의 끝인 솔섬 앞, '전북 학생 해양수련원'의 해변. 

 

 

안내판에는 솔섬 뒤로 시뻘건 해가 보이고 

 

 

사진에도 환상적인 일몰이 나오지만 

 

 

오늘은 구름이 잔뜩 낀 날씨!

'서해 낙조'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격포항에서 먹은 '갑오징어 비빔밥'은

국에 들어간 바지락의 풍성함과 비빔 야채, 갑오징어의 푸짐함이 돋보였던 곳.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맛보았네요.

 

 

하루 일정을 끝내고 들어온 '국립 변산 자연휴양림'의 내 방에서는 줄포만 저쪽, 고창 땅의 불빛이 보였습니다. 

내일은 내소사를 거쳐 고창으로 떠납니다.

 

덧붙여 '변산 8경'을 소개합니다. 

1. 웅연 조대 - 줄포에서 시작하여 곰소를 지나는 서해바다, 곰소만에 떠있는 어선들과

                   그 어선의 야등이 물에 어린 장관.                 

2. 직소 폭포 - 내변산에 숨어 있는 내륙의 소금강. 

3. 소사 모종 - 천년고찰 내소사의 해질 무렵, 어둠을 뚫고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

4. 월명 무애 - 월명암에서 바라보는 변산의 구름바다, 월명암에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는 경치.

                  이른 아침 떠오르는 해와 함께 봉우리마다 자욱한 안개와 구름의 바다.

5. 서해 낙조 - 서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고군산 군도와 위도 위로 붉은 해가 떨어지는 풍경.

6. 채석 범주 - 대자연의 신비와 비밀을 간직한 외변산 제일의 경관, 채석강.

7. 지포 신경 - 지포에서 출발, 쌍선봉에 오르며 돌아본 서해의 풍경.

8. 개암 고적 - 천년고찰로 백제 유민의 백제부흥운동의 본거지였던 개암사와 울금바위,

                  주류성에 남은 역사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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