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코로나 19의 끝없는 소음과 긴 겨울의 무채색이 지루해서
서남쪽 다도해를 찾아 나선 길입니다.
2월의 아침 8시 출발,
5시간 달려 전남 신안군의 압해도 송공항에 도착하여
오후 3시 10분 배를 타고 소악도로 들어가서 하루 민박 후
12 사도섬을 12번부터 1번까지 역으로 걷고 오후 2시 42분 배로 대기점에서 다시 송공항으로 나와
압해도의 아기동백과 안좌도의 벽화 부부며 김환기 생가를 둘러보고 퍼플 섬에서 민박,
다음날 아침 두 개의 섬 둘레길을 걷고 상경하는 2박 3일의 계획이었지요.
그렇지만 송공항에 도착,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사려할 때 들은 말은
코로나 19 때문에 소악도 민박이 금지되었다는 것.
그래서 궤도 수정, 12 사도섬 걷기는 다음날로 미루고
퍼플 섬에 전화, 빈 방이 있어 오늘 숙박이 가능하다는 박지도로 먼저 갔습니다.
섬의 내비 주소는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 소곡리 599-4 (박지 선착장).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와 논산천안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와 무안광주고속도로를 이어 달리다가
김대중대교와 압해도의 천사대교를 지나서 암태도와 팔금도를 지나면 안좌도,
거기 안좌면의 두리마을 박지 선착장으로 가야 합니다.
퍼플 섬으로 가는 천사대교에 진입하기 직전,
오른쪽 작은 공원에는
신안군 내에 1004개의 유, 무인도가 있음을 소개하는 1004 탑과
그 1004에서 음차한 천사의 날개 조형이 있습니다.
7.22㎞의 이 다리가 생기면서 신안군의 군청이 있는 압해도에서 암태도까지 예전 뱃길 1시간 거리는
자동차 10분으로 줄었다네요.
신안 중부권의 섬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가 모두 다리로 연결된 것이지요.
12월부터 1월 말까지 핀다는 아기동백은 지금 끝물.
거친 해풍에서 가로수인 동백을 보호해주는 대나무발은 섬 지방의 특별한 풍경입니다.
가는 도중의 암태도, 805번 지방도로의 기동 삼거리에 있는 '동백꽃 파마머리 부부 벽화'는
여행자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림처럼 붉은 동백꽃이 피어 있어 더 좋았지요.
이들, '천사의 보금자리에 사는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거기서 왼쪽으로 달려 중앙대교를 지나니 팔금도.
팔금도에서 신안제 1교를 넘으면 안좌면 면사무소 근처인 섬 초입의 오른쪽으로 '김환기로'가,
큰길에서 200m 안으로 들어가면 화가, 김환기의 생가가 나옵니다.
높직한 솟을대문에
한쪽에 우물이 있는 고가.
이 작은 어촌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그림 공부를 하려고 서울로 도쿄로 떠났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던 중에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회,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에서
그가 이곳 안좌면에서 태어났고 생가가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김환기는 1930년대부터 당시의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잡지와 신문에 글과 그림을 싣기 시작,
세련된 필체의 수필, 기행문을 쓰면서 문학과 미술의 영역을 공유했던 예술가였습니다.
1955년 재판되었던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표지의 그림(근대서지연구소 소장)과
1953년에 간행된 노천명의 시집, '별을 쳐다보며'의 장정(근대서지연구소 소장) 작업도 그의 작품이랍니다.
우리 국문학사에도 의미 있는 일이었네요.
초기의 반추상 작품, '가을'에서 보이던 그의 그림 세계는
화폭 전면에 번지는 효과, 점의 파동을 보여주는 서정적인 추상화로 발전하면서
일명 '그의 점화'의 완성을 알리는 작품으로 나옵니다.
아래 그림 제목은 1972년 작품인 '9-Ⅻ-72 #304'.
두 작품은 현재 부암동에 있는 '환기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김환기 '자화상'도 있습니다.
그는 시인 친구,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 끝부분을 인용한 대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파리와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도중인 1974년 61세로 영면, 뉴욕의 묘지에 묻혔습니다.
김환기 생가에서 나와 안좌도의 두리 마을로 갑니다.
송공항에서 두리까지는 차로 1시간 거리,
두리 마을로 들어서면 먼저 반월도 주차장, 거기에서 두리선착장을 거쳐 300m 정도 더 들어가면
박지도 주차장이 나옵니다.
두리마을 앞, 박지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나가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안좌도와 박지도를 연결하는 목교가 2007년에 건설되었답니다.
거기에 2015년 전라남도가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의 세 개 섬을 잇는 다리는 확장, 정비되어
2018년, 바다 위를 걸어서 섬과 섬을 오가는 이색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 마을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두 개의 섬에서 서로 바라보기만 하던 비구와 비구니의 사랑.
그들은 썰물 때마다 바다에 돌을 쌓아 노둣길을 만들면서 박지도와 반월도 두 섬을 연결해 나갔지만
그 어느 날, 갑작스러운 밀물에 휩쓸리면서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었다네요.
그들이 쌓던 길은 '중노둣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길은 썰물 때마다 희미하게 그 흔적을 보인답니다.
노둣길은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잇는 옛길로
갯벌 위에 디딤돌을 놓아 만들기 때문에 썰물이면 드러나고 밀물 때는 잠기는 길이었습니다.
언덕 위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3개의 섬을 이어주는
해상 목교인 '퍼플교' 위로 박지도까지 걸었습니다.
퍼플교는 두리마을에서 박지도까지 도보 547m 8분, 박지 마을에서 반월도까지는 915m 14분으로
모두 1462m, 22분 거리의 긴, 보라색 나무다리입니다.
다리 끝, 박지 선착장에는 섬의 지형을 본뜬 이름, 박지도의 바가지 조형에
이 다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긴긴 사연도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섬 둘레길을 따라 아름다운 다도해를 바라보며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느긋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마을 둘레를 도는 전동셔틀(이용 요금 : 3000원, 상시 예약 운영)이 있고 자전거도 대여 가능.
갯벌에서 낙지와 숭어, 전복을 잡고 양파와 도라지, 참깨며 고추 등 밭농사를 짓는 반농반어의 이 마을에는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마을 식당에 작은 호텔도 있습니다.
반월도 숙식 예약은 061-271-5600,
박지도 숙식 예약은 061-262-3003. 061 271 3330.
마을은 모두 보라색.
주민들이 두 개의 섬에서 지천으로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와 꿀풀 등에서 착상,
'보라색'으로 콘셉트를 정하여 '퍼플 섬'을 만들었다네요.
여기에 추가로 심은 라벤더와 라일락, 아스터 국화까지, 봄부터 초겨울까지 피고 지는
모든 꽃들은 보라색 일색이랍니다.
마을 지붕이며
이정표와 집 주소,
목교와 섬안의 보도, 셔틀버스,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박지도 호텔과
이 호텔의 방 이름에 이부자리며 세수수건,
마을 식당의 메뉴판, 식기까지 모두 짙고 연한 보라색, 심지어 밭을 덮은 잡초 방지용 비닐까지
보라색이었지요.
숙소에서 나와 왼쪽으로 해안산책로를 따라가면
라벤더 정원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바람의 언덕.
거기에서 시작되는 야트막한 박지산의 동백 숲길은 반대편의 박지 선착장으로 이어집니다.
밤에는 1,462m의 긴 퍼플교에 오색등이 켜지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길의 끝, 반월도 입구에는 어린 왕자가 사막여우와 나란히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멀리 두리, 박지 사이의 퍼플교 불빛이 보입니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나와 어제와는 달리 반대 방향으로 돌았습니다.
섬 둘레는 4.1km, 90분 거리입니다.
섬이 많은 이 내해에는 새벽의 거친 바람에도 파도가 없이 잔잔합니다.
일출을 뒤로하고
반월도 주차장에서 섬의 입구로 들어서니
이곳에도 박지도 쪽과 같은 매표소가 있고 신분증 지참 시 경로 무료라는 안내가 보이고
재미있는 것은 이 퍼플 섬에서는 보라색 옷이나 우산, 모자 등을 착용한 사람에게도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
게다가 그 옆에 퍼플 룩을 빌려주는 곳(2,000원)도 있고
한쪽에는 이 퍼플 섬의 대표적인 꽃, 7월에 피는 향기로운 라벤더의 대형 사진이 있습니다.
반월도로 들어가는 330m 거리의 보라색 부교, '문 브릿지'는 퍼플교와 달리 교각이 없이 해수면 위에 떠 있는 부교라서
기상이 악화되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보행 주의 안내에
다리 끝으로 반월도의 토촌마을이 보였습니다.
섬의 형태가 사방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반달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에 반월도라 부른다는 이 섬의 둘레는 6km,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 걸린다네요.
아쉽지만 반월도는 여기서 끝.
입도는 못하고 다시 송공항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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