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청송, 신성계곡과 주왕산

좋은 아침 2021. 3. 9. 12:33

우리나라 경북 청송의

 

 

신성계곡과 주왕산은 자연, 지질,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지역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고

이어 2017년에는 유네스코에서도 인증을 받으면서  '세계지질공원'이 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인증된 공원에 대하여 4년마다 운영 현황을 조사, 점검하여 재인증 여부를 결정하는데

청송의 인증 유효기간은 2017년 5월 5일부터 2021년 5월 4일까지로 곧 재인증을 받아야 한답니다.

그곳에 3월의 주말,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가는 도중, 안동 '중앙문화의 거리'에서 

 

 

'안동 간고등어'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지요.

예전부터 알려진 안동의 3대 음식은 간고등어와 찜닭, 헛제삿밥으로

구시장 초입에는 찜닭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안동에서 사과의 고장, 청송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지역은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당도 높은 사과가 생산되는 곳입니다.

 

 

청송은 또 슬로시티랍니다.

'슬로시티'는 

'전통과 자연을 보전하면서 유유자적하는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국제문화운동으로

인구 5만 명 이하 등등의 특정한 조건을 갖춰야 가입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남 담양의 창평면과 청산도, 전북의 증도, 충남 예산의 대흥면과 전주 한옥마을들이

그 타이틀을 받았습니다.

 

 

두 개의 지질공원 중에서 먼저 '신성 계곡'으로 들어갑니다. 

 

 

여기는 1~3구간, 전체 거리 11.3km에 3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천변길.

1구간은 방호정길로 4.2km, 1시간 20분 거리,

2구간은 자암 절벽길로 2.9km, 1시간 거리이고

3구간은 백석탄길로 4.2km, 1시간 20분 거리입니다.

우리는 길안천 둑길을 따라 방호정 - 헌실 마을 - 만안 자암 단애 - 하천 과수원길 - 백석탄길 - 고와리까지 걸었습니다.

종점인 목은재 휴게소(솔고개)로 가는 길은 생략하면서

전체 11.8km 중에 10km 거리를 4시간 동안 느긋하게 돌았지요.

 

 

중간중간 표지판이 잘 되어 있는, 길안천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입니다.

 

 

이 길에서 볼 수 있는 지질학적인 명소는

'방호정 감압 곡류천, 신성리 공룡발자국, 만안 자암 단애, 백석탄 포트홀'이라는 안내가 보이네요. 

한자어가 아닌 우리말로 알기 쉽게 표기해주었으면 하는 장면이었지요.

 

 

맑은 물길의 계곡 옆, 작은 숲길을 걸어 

 

 

1억 년 전의 퇴적암 위에 세워진 조선 시대의 정자, 방호정에 왔습니다.

퇴적암은 잘게 부서진 암석 퇴적물이 흐르는 물을 따라 이동하다가

그 흐름의 속도가 느려지는 곳에 쌓이면서 딱딱하게 굳어진 암석으로

정자 아래에는 그런 퇴적암을 만들어내면서 구불구불 흘러가는 물길이 보입니다.  

 

 

거대한 퇴적암 절벽 앞의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찾았던

 

 

'공룡 발자국 화석'은 걷는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아쉽게도 확인을 못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안천의 야트막한 다섯 개 징검다리와 세 개의 잠수교는 비가 오면 잠기기 일쑤라서

아예 건널 수 없답니다.

 

 

군데군데 광산이 있었던, 검은 입구가  보이고 

 

 

이 길에는 사과 과수원도 많습니다.

농부들은  벌써부터 가지치기를 하며 봄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봄의 향기로운 꽃, 가을의 빨간 열매가 매달린 사과밭 풍경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네요.

 

 

만안 마을 앞, 길안천에 병풍처럼 펼쳐진 검붉은 낭떠러지, '만안 자암 단애'가 이어집니다. 

 

 

지금까지의 평지가 산비탈로 이어지면서 만난  '백석탄의 포트홀'은

거친 물살에 씻겨 군데군데 푹 패인 하얀 바위들이 장관이었지요.

 

 

방호정과 만안 자암 단애, 백석탄을 확인하며 신성계곡에서 나오니 일몰의 시간.

'원탕 약수 마을'로 이동하여

 

 

이 고장의 특산, 능이버섯을 넣고 약수에 삶아낸 닭백숙에

 

 

톡 쏘는 사과 막걸리 반주로 푸짐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새소리에 잠이 깬 다음날의 상쾌한 아침, 궁금해서 날씨 앱을 열어보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아주 양호'!

청정 지역이라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듯합니다.

 

 

주왕산에 오르는 날입니다.

주왕산(720.6m)은 한반도 중심 뼈대인 백두대간의 등줄기, 태백산맥이 국토 동남부로 뻗어 나온 지맥에 있습니다.

1976년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에 지정될 정도의 암봉과 깊은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은 영남 제1의 명승지. 

이 땅에 있었던 7천만 년 전의 계속된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리다가 굳어진 '회류 응회암'은

겹겹이 쌓이면서 지금의 절벽과 암봉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암의 단애, 시루봉과 급수대의 주상절리, 용추 폭포와 절구 폭포, 용연 폭포며 연화굴에 주왕굴 등은

모두 회류 응회암의 지질로 대전사, 백련암 등의 사찰, 유물 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지요.

수 백 미터 높이의 거대한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어 신라 때는 석병산이라 불렀지만 

통일신라 말기에 주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답니다.

그러면서 '주왕산'에 얽힌 전설도 많습니다.

 

위풍당당 '기암(旗岩)' 아래의 대전사 보광전.

 

 

그 옆을 지나 두 개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걷습니다.

 

 

주왕산의 지질 명소인 기암의 단애, 연화굴, 용연 폭포, 절골 협곡, 용추 협곡을 소개하는 입간판과

 

 

7개의  탐방 코스 안내를 보면서

 

 

우리는 가장 일반적인 10.3km, 4시간 40분 거리의 주봉 코스를 선택,

상의 주차장에서 대전사 - 주왕산(주봉) - 칼등 고개 - 후리메기 입구 - 용연 폭포 - 절구 폭포 - 용추 폭포

- 용추 협곡 - 상의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원점 회귀 코스입니다. 

현재 절골에서 가메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보호 차원에서 일시 폐쇄 중, 

10~11월 사이 예약자에 한하여 해설사를 대동한 입산만 허용된답니다.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의 하나라는, 이름값 하는 저 거칠고 우람한 바위와

 

 

 

'청송(靑松)', 그대로 진초록의 소나무 숲이 볼 만한 산입니다.

 

 

처음 시작이 약 2.3km, 1시간 이상의 긴 오르막 계단이라서 한바탕 땀을 쏟으며 주봉 가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해발 720m의 주봉입니다. 

해발 280m인 대전사에서 걷기 시작했으니 생각보다 그리 많이 올라온 것은 아니었네요. 

 

 

여기에도 구간별 난이도 안내가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칼등 고개에서 후리메기 삼거리, 후리메기 입구까지 약 3.5km 거리를

약 1시간 50분 동안 내려간 다음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용연 폭포를 보고

다시 대전사 쪽의 3.4km 거리를 1시간 50분 정도 더 내려가야 합니다. 

 

 

후리메기 입구에서 300m 거리인 '용연 폭포',

 

 

거센 물살이 깎아 놓은 절구 모양의 '절구 폭포',

 

 

암석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용추 폭포'를 지나 

 

 

웅장한 암벽의 '용추 협곡'을 지납니다.

아주 오래 전의 가을, '주산지'의 새벽 물안개를 찾아왔던 날과

 

 

모로코 '토트라 계곡'을 걸었던 날들이 새삼 그리웠네요.

 

 

학의 이야기가 담긴 '학소대'와

 

 

주상절리가 보이는 '시루봉',

 

 

'급수대'까지 그 크기와 높이에 압도당하면서 5시간 가까이 산길을 걸어 다시 대전사로 내려와 

그 앞의 식당가에서 산채 비빔밥과 감자전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도착한 주차장.

 '사과 자판기'가 신기해서 1000원 지폐 하나 투입, 청송의 사과를 현지에서 맛보며 돌아왔습니다.

 

 

더하여

청송의 숙소에서 만났던, 이 지역 출신인 유명 화가 '남 관'을 소개합니다.

동향의 대 화가에 경도되었던 사장이 오랜 시간 수집했다는, 남 관의 자료가 전시된 모텔 안의 카페, 'Droptop'

입구에는 그에 대한 빛바랜 신문 기사가 벽지가 되어

 

 

그가 쓴, '김환기의 영전에 바치는 조사', 

 

 

그의 타계를 알리는 소식도 볼 수 있었습니다.

 

 

카페 안에는 그의 사진과 약력에

 

 

그가 작업한 문예지의 표지, 항아리 그림, 작은 스케치와 그림 사진, 도록들이 보입니다.

이 작은 산골 마을에서 남 관을 만난 뜻밖의 횡재에 마음은 한없이 설레었지요.

 

 

작년에 대구미술협회가 '남관 그림 전시회'를 준비하며 만든 도록에서는 

초기의 반추상화, '춘향의 수난'(1953년)을 시작으로 

 

 

프랑스에 장기 체류하면서 변화하는 그의 그림들,

'옛뜰의 인상'(1984년)과 같은 후기의 문자 추상화로 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1966년 7월, 프랑스에서 열린 생트비엔날레에서는 그의 작품, '태양에 비친 허물어진 고적'이

피카소 같은 거장을 물리치고 대상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1990년 별세 이후 그가 태어난 마을의 폐교 자리에 첫 삽을 떴던 '남관 미술관'이 드디어 준공되어

3월 중에 개관한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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