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압해도에 있는 송공항에서
12 사도섬 순례를 위하여 대기점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06:50, 09:30, 12:50, 15:30으로 하루 네 번.
당사도와 소악도, 매화도와 소기점도에 대기점도와 병풍도에 갔다가
거기에서 1시간 10분 후 역순으로 원점에 회귀합니다.
순례길은 일반적으로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시작하여 소악도에서 끝나지요.
송공항 출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지나면 대기점도 선착장 도착, 거기에 있는 1번을 시작으로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와 진섬, 딴섬까지 12km 거리에 있는 12개의 예배당을 돌아본 후
소악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송공항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노둣길이 물에 잠기면 건너갈 수 없기 때문에 물때(바다 타임, http://badatime.com, ‘병풍도 남측’, 562번)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
특히 12번 예배당은 간조 전후 2시간 정도만 걸을 수 있으므로 물때표를 참고, 역방향으로 걷기도 합니다.
송공항에서 대기점도까지는 1시간 거리로 실버 요금은 4,800원,
걷기를 끝낸 다음 소악도에서 송공항까지 돌아오는 시간은 20분, 4,000원.
승선권은 인터넷 예약(https://island.haewoon.co.kr/island/html/menu02/sub04.aspx)과 현지 발권의 수량이
각각 정해져 있습니다.
인터넷 예약의 경우, 출발 1시간 전에 승선권으로 교환하고 10분 전까지 탑승하랍니다. 주민증 지참 필수
배 운항은 조류와 풍속 등 해상의 기상 변화에 따라 변동이 많습니다.
신안군 증도면의 '기점 소악도'에는 병풍도와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와 딴섬까지
다섯 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습니다.
넓은 갯벌과 낮은 언덕, 야산으로 이루어진 이 섬들은 노둣길로 이어지면서
하루에 두 번,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들어와서 그 길이 사라지고 썰물이 되면 물이 빠져나가면서
다시 그 길이 나타나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많은 서해안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갯벌에 돌을 쌓아 만들었던 징검다리, 노둣길은 이제 차가 다닐 수 있게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데
병풍도에서 대기점도까지의 노둣길은 975m,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까지는 217m,
소기점도에서 소악도까지 373m, 두 개의 소악도(소악도와 진섬)를 연결하는 노둣길은 241m로 전체 길이가 1,770m.
거기에 병풍도에서 또 다른 섬, 신추도까지 210m까지 더하여 병풍도로 통하는 모든 노둣길 길이는 1,98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했네요.
2018년 전라남도가 이곳을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하면서 '섬마을 가꾸기 사업'을 진행,
'12 사도섬 순례길'이 생겼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순교한 한 전도사를 기리는 의미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 길에서는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 등 11명의 건축가와 조각가들이 각각의 개성을 담아 만든,
예수의 12 제자 이름이 붙은 12개 예배당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와 관계없이 일반인들도 휴식과 명상,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여행 코스.
부제로 달린 인생의 덕목들을 살피며
섬과 섬을 이어 걸으면서 12개의 작고 예쁜 건물을 만나는, 동화 속을 거니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지요.
마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겸 식당(061-246-1245), 편의점이 소기점도에 있고
식당에서는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낙지 비빔밥, 낙지볶음, 낙지초무침, 낙지탕탕이, 갯장어탕, 대화 구이 같은
음식을 주문하여 먹을 수 있답니다.
민박집은 대기점도에 6개, 소악도에 2개 정도.
썰물 때 연결되는 노둣길은 그 폭이 좁아서 차량 교행이 어려우니
차량은 송공항에 두고 오라는 안내가 보입니다. 송공항 주차비는 무료.
대기점도와 소악도 선착장 인근에 전기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순례길을 돌아볼 수도 있고 어디서든 반납이 가능합니다.
1일(24시간) 임대료는 1만 원. http://기점소악도.com
안좌도에서 나와 송공항에서 아침 9시 30분 페리에 탑승,
선착장을 뒤로하고
천사대교를 지나
다도해의 작은 섬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김양식장을 지나서
당사도 도착.
배는 다시 소악도와
매화도,
소기점도에 들렀다가
드디어 목적지인 대기점도 선착장에 도착하였습니다.
거기에서 처음 본 예배당은
김윤환의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
맑은 날씨, 파란 하늘 배경의 하얀 건물로 그리스 산토리니의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옆, 12개 섬 순례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을 딸랑딸랑 울리며 기분 좋게 걷기를 시작합니다.
멀리 빨간 지붕 일색의 병풍도를 바라보며 이원석의 2번 '안드레아의 집(생각하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그 섬과 이 대기점도를 잇는 노둣길이 보입니다.
썰물 때면 저 병풍도에서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를 오가는 작은 마을버스가 있습니다.
섬에 고양이가 많이 살면서 붙은 별명, '고양이 섬'답게
탑 꼭대기와 문 앞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 예배당에는
하늘의 해와 별,
그 아래에 달이 있는 대칭적인 장식이 보입니다.
논길을 지나 숲 입구에 있는 3번, '야보고의 집(그리움의 집)'은 그 섬세함이 예뻤습니다.
김 강의 작품으로
빛이 들어오는 벽감 아래의 비천상과 작은 촛대까지
모두 오밀조밀 깜찍한 예배당입니다.
박영균의 4번, '요한의 집(생명 평화의 집)'은
대기점도의 남촌마을에 있는,
모자이크 예술이 돋보이는 예배당.
여기서는 움푹 파인 저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라도 드려야 할 것 같았네요.
'순례자의 길' 표시를 보면서
바람 많고 돌 많은 섬마을 길을 걷습니다.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소악도까지는 3km이지만 12개의 예배당을 돌아보면서 걷는 길은 모두 12km.
프랑스의 장 미셀과 스페인의 브루노, 파코까지 세 사람의 공동작인 5번, '필립의 집(행복의 집)'은
견고하면서도 이국적인 예배당으로
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북 프랑스의 몽생미셸을 생각나게 합니다.
노둣길을 걸어서 이제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로 들어갑니다.
밀물이 시작되면 물살이 세서 위험하니 길이 보인다 해도 건너지 말고 기다리라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소기점도 호수 안에 세워진 6번, '바르톨로메요의 집(감사의 집)'은
스텐 구조의 색유리로 만든, 호루라기같은 예배당이지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기 때문에 아쉬웠지요.
프랑스의 장 미셀과 얄룩의 공동작이랍니다.
7번, '토마스의 집(인연의 집)'은 김 강의 두 번째 작품으로
언덕 위 하얀색 건물 안의
아주 작은 성경책이 눈에 띄는 예배당입니다.
밖에 있는 긴 의자에서 행동식으로 준비했던 점심을 먹고 곧 출발.
오늘은 바닷바람이 거칠어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소악도로 가는 노둣길 갯벌 위의 8번, '마태오의 집(기쁨의 집)'은 김윤환의 두 번째 작품.
러시아 정교회의 황금빛 양파 지붕을 연상하게 되는 예배당으로
그 안에는 바다 쪽으로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지요.
마음이 잔잔해지는, 시간도 멈춘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소악도 둑방길에 있는, 프랑스의 장 미셀과 스페인의 파코가 합작한 예배당은
굽은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곡선과 스테인드 글라스가 돋보이는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소원의 집)'이고.
손민아의 '유다 타대오의 집(칭찬의 집)', 소악도 노둣길 삼거리에 있는 진섬의 10번 예배당에는
오래된 나무를 재활용한 듯,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의 의자가 있습니다.
꽃을 그려 넣은 십자가와
아기 천사들도 귀여웠지요.
소악도 진섬의 해변에 있는 11번, '시몬의 집(칭찬의 집)'은 강영민의 작품으로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솔숲과
순례자를 상징하는 가리비 껍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평화로웠던 시절, 저 가리비 따라 먼 길 걸었던 날들이 있었네요.
조릿대 숲길을 지나면
12번, 손민아의 두 번째 작품(지혜의 집) '가롯 유다의 집'이 보입니다.
소악도에서 모래 해변을 건너야 하는 '딴섬'에 있어서
노둣길보다 물이 빨리 들어오기 때문에 꼭 물때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예배당입니다.
한낮의 햇빛 아래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12km , 3시간 동안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걸었던 길의 끝, 순례의 마지막을 알리는 종소리 멀리
천사대교가 보입니다.
12번 예배당을 끝으로 소악도 선착장으로 이동, 다시 송공항으로 가는 오후 2시 5분 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2박 3일 계획을 1박 2일로 바꾸면서 일정이 조금 바빴지만 마음은 이 길 위에서 위안을 얻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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