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미당 서정주가 노래했던 선운사.
오래전 왔다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기'에 그냥 돌아섰던 그 선운사에
다시 왔습니다.
입구에는
고인돌과 질마재를 따라 걷는 100리 길과
선운산(334.7m) 등산 안내도,
이곳에서 동백꽃만큼이나 유명한, '꽃무릇'이며 '상사화'들의 개화 시기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소원을 담은 작은 돌탑과
미당 서정주의 시비, '선운사 동구',
'선운산 노래비'를 보면서
꽃비 내리는 길을 걸어
일주문으로 들어갑니다.
선운사는 백제 때 지어진 천년 고찰.
억불숭유 정책을 내세운 조선 시대에도 성종의 어실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으며
태종 때의 사찰 폐쇄령에도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보존된 대찰로,
금동보살좌상, 지장보살좌상, 선운사 대웅전, 참당암 대웅전, 도솔암 마애불 같은 보물과
동백나무숲, 장사송, 송악 등의 천연기념물이 있습니다.
기생식물인 천연기념물, 송악을 지나고
도솔암과 선운사가 갈라지는 길을 지났습니다.
봄의 동백과 벚꽃에 못지않게 여름에는 도솔암 가는 길가의 상사화가 좋고
가을의 단풍, 겨울 설경도 아름답다네요.
'만세루'의 서로 다른 굵기에 토막토막 쌓아 올린 알뜰한 기둥,
굽은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서까래의 자연스러움이 재미있어서 한 장 남기고
그 옆의 연등을 보면서
도착한 대웅전.
단청이 바랜 대웅전에도 휘어진 나무 기둥을 그대로 사용한 소박함이 보입니다.
대웅전 뒤에는 수령 500여 년, 높이 평균 6m의 동백나무 군락이 이어집니다.
활짝 피어난 동백꽃으로 꽃 병풍을 펼쳐 놓은 듯 장관이었지만
아, 실망스럽게도 보호 차원이라며 울타리를 쳐 놓아 동백숲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매점에서 '동백꽃 아래 차를 마시는 승려'를 그린 화가 '정 영'의 작품이 좋아서 한 장 찍고
도솔 계곡의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으로 올라가는 길.
연둣빛이 아름다운, 완만한 산길입니다.
왕위를 버린 신라 진흥왕이 머물며 수도했다는 진흥굴과
잘 생긴 '장자송'을 지나면
곧 '도솔암'.
조촐한 암자에 비해
그 위의 나한전은 화려합니다.
티베트 불교 마니차의 영향인 듯한 '윤장대'가 특이했습니다.
나한전 옆에는 높이 17m의 거대한 마애여래좌상이 보입니다.
최상부 머리 위에는 공중누각을 만들어 부처를 보호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지요.
이 마애불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상도솔암이라 부르기도 하는 내원궁은
기암 절벽 위에 조성된 기도처로
연중 기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답니다.
깊은 계곡, 울창한 숲과 우뚝 솟은 기암 등 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선운사에서 나와 풍천변의 한 음식점에서
고창의 복분자 술을 곁들여
풍천 장어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선운산에서 흘러내린 도솔천은 풍천, 인천천으로 이름이 바뀌어가며 곰소만으로 흘러갑니다.
오늘의 숙소, 고창 석정면에 있는 힐링카운티는
편백나무와 황토로 지은 건강 힐링 펜션으로 '건강과 레저,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건강테마단지' 안에 있습니다.
방장산의 편백나무 숲에 둘러싸인
이 단지 안에는
몸의 통증이 줄어든다. 근육의 힘줄을 건강하게 한다.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자세 교정에 효과가 있다. 발 냄새를 제거한다.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8개 항목의 이로운 점을 들어
황톳길을 맨발로 걷게 하는 체험길이 있고
연둣빛 새 잎이 나오는 작은 연못 주변을 산책하는 길도 있습니다.
단지 앞, 호수가 있는 '외정 공원' 둘레길도 좋습니다.
방장산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 만개를 지난 벚꽃은
꽃비가 되어 내렸습니다.
구내 '그린 스토리 한식당'에서 셰프가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면역 한정식'은
두부와 오렌지 주스, 복분자가 들어간 녹두죽의 애피타이저,
제철의 채소 샐러드, 토마토와 연어롤, 치즈와 각종 견과류에 버섯, 브로콜리, 김치.
강황가루를 넣은 노란색 밥과 조갯살이 들어 있는 미역국에
후식으로 블루베리를 띄운 플레인 요구르트까지 12가지 파워푸드가 기본.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지요.
이곳에서는 홀론 온천, 파동 욕장, 홀론 피트니스, 석정온천 & 휴스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코로나 19 무서워서 아예 생각도 못했네요.
http://www.huespapension.com/pensionspa.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