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날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네요.
집 앞에서 새벽 3시 50분으로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4시 30분 잠실로 가서 강릉행 관광버스 승차,
강릉항에 도착하여 6시 50분 울릉도 저동행 배를 타려던 계획은
동해에 강풍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출항이 묶였다는 여행사의 밤늦은 연락을 받으면서
3박 4일의 일정이 틀어졌지요.
일단 출발, 강릉에서 강풍주의보가 해제되기를 기다리며
당일과 다음날 한나절은 행치령 8km의 임도 트래킹과 속초 외옹치항의 해안길인 '바다향기로',
강릉 해파랑길의 솔숲을 걷고 밤에는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바글바글했던 속초중앙시장에서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순대를 먹으며 보냈습니다.
강원도의 가을 단풍 속 숲길을 걷기도 좋고 주말의 풍성한 수산 시장도 볼 만했지만
이번 우리 여행의 목적지는 울릉도.
계속 늦춰지는 승선 시간을 기다리다가 강풍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예정에서 하루 반이 지난 시간,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울릉도로 떠났습니다.
강릉항의 좁은 여객 터미널.
우리를 태운 '씨스타 11호'는 강풍의 여운이 남아 아직도 출렁이는 파도를 헤치며 달렸지요.
출발 30분 전에 멀미약을 먹고도 속이 울렁거려 앞의 내 좌석에서 뒤쪽 빈자리로 옮겨 앉아야 했네요.
400여 명을 태우는 이 작은 쾌속선은 갑판 등의 여유 공간이 없어 선실 안에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합니다.
큰 배, 카페리는 포항 후포항에서만 오간답니다.
뱃길 3시간 30분 정도 지나 두 개의 등대가 서있는 방파제 안으로 들어가
저동항의
여객선터미널 도착.
곧 도동으로 버스 이동, 숙소에 짐을 놓고 울릉도 일주 유람 버스에 탔습니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섬의 남쪽 바다를 보면서 일주에 들어섭니다.
사동항은 공항 예정지로
5년 후 완공 예정이라지만 올여름의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입으면서 더 늦어질 수 있다 했네요.
비행기로 오갈 수 있다면 울릉도 여행이 한결 편하겠지요?
해안도로 역시 태풍의 직격탄을 맞아
방파제의 커다란 각돌과 바위들이 뭍으로 날아들면서 가드레일과 낙석 피해 방지용 울타리가 많이 파손되었습니다.
길가에는 송이버섯, 영지버섯이며 사자에 노인봉 등 이런저런 이름을 붙인 바위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거북이가 새끼를 등에 업은 형상의 이 거북바위는
통(마을)을 향해서 들어가는 모양새라 해서 그 안쪽의 마을 이름은 '통구미'가 되었습니다.
통구미는 '한라산의 7부 능선을 잘라 놓은 형태'라는 울릉도 지형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동네.
평지가 거의 없어 구불구불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곳입니다.
차도와
마을,
경작지도 모두 급경사의 땅입니다.
그러니 울릉도 농부들은 밭에 레일을 설치,
경운기를 이용하여 위아래로 이동하면서 약초농사를 짓는다네요.
비파를 닮았다는 '비파산'을 지나면서 다시 바닷가로 나와
남양항에 있는
남서 일몰 전망대에 왔습니다.
전망대 입구 옆에는
고대국가 '우산국'에 대한 기록이며 흔적과
서기 512년의 신라 이사부로 시작되는 유적, 유물을 모아 두었다는 우산국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인부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고 전망대 행 모노레일도 시운전 중이었습니다.
가파른 나무데크를 걸어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오르니
탁 트인 동해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망망대해의 멋진 일몰 풍경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전망대 아래에는 득남의 전설이 담긴 남근바위가,
른쪽으로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보입니다.
해안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석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건설한
사태감 터널과 곰바위 터널, 수중 터널, 삼막 터널 등 많은 터널이 이어집니다.
남서 일몰 전망대와 남서동 고분군, 솔송 섬잣 너도밤나무 군락지를 지나 태하령 옛길을 걷는
7km, 4시간 거리의 울릉 둘레길 2 코스가 여기 남양항에서 시작됩니다.
오른쪽에 학이 앉아 있는 모양의 바위 때문에 붙은 이름, 학포항'은
울릉도 개척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 이규원 검찰사가 1882년 임오년에 이 땅을 순찰하면서
바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던 '임오명각석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어지는 해변은 개척민이 처음 발을 디뎠다는 태하항 마을에는
우리 영토수호의 상징성을 확립하고자 세웠다는 전시관, '울릉 수토 역사관'과
거친 뱃길의 제물이 되었다는 어린 두 영혼을 기리는 '성하신당'이 보입니다.
여기저기에서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지요.
이전에는 300m 레일이 40도의 가파른 경사로 설치되어 있어
그 레일 위를 오르내리던 20인승 카,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을 타고 해안 절벽 위로 이동,
거기서 태하등대와 스카이워크 형태의 태하향목 전망대까지 20분 정도 걸어가서
아름다운 북면의 해안을 조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태풍으로 레일이 모두 부서지면서 운행이 중지되었습니다.
도보 이동길도 출입금지. 입구에 차단줄이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 줄을 넘어 태하 등대로 갈 생각에 4층의 지그재그로 만든 통로용 건물에 올랐습니다.
층마다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가 울릉도의 역사를 알려줍니다.
고대국가 우산국과 신라의 영토인 우리 땅에 왜구의 해적질이 점점 심해지자
태조 임금은 1417년 거주민을 일시 철수시킵니다.
이후 '공도 정책'으로 수백 년 동안 비워두었다가
1882년 당시의 고종 임금이 이규원을 검찰사로 보내 이 섬을 조사하도록 지시,
그의 보고서를 읽은 후 '개척령'을 내리면서 1883년 54명의 개척민들이 이곳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때 이규원 검찰사가 새긴 각석문은 이 땅이 당시에도 우리 영토였음을 후세에 알리는 물증이 되었지요.
조정은 1900년, 울릉도를 울도군으로 승격시키면서 대마도처럼 허술하게 일본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현재 일본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독도는 삼국사기 중 신라본기의 기록처럼
지증왕 13년(512)에 우산국을 복속시킴으로써 그 이래 울릉도와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었습니다.
1417년의 왜구를 피해 일시적으로 거주민을 철수시킬 때 만들어진 전설 그림도 있습니다.
인솔 차 찾아온 안무사 김인우는
꿈의 계시에 따라 험해진 뱃길을 가라앉히려 동남동녀 한 쌍을 제물로 남겨두고 무사히 빠져나갔지만
몇 년 후에 돌아와서 보니 그들은 백골이 되어 있었더랍니다.
사람들은 항구 안쪽에 그 영혼을 위로하는 성하신당을 세웠고 그 후로 해마다 3월이면 신당에 제사를 지낸다네요.
뜻밖의 울릉도 역사공부를 하면서
통로용 건물과 연결된 절벽의 보도를 걸어 태하 등대로 가려했지만
아, 독수리 바위 앞길은 참혹하게 파손되어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등산 전문지가 꼽은 '우리나라의 10대 비경의 하나'라는 북쪽 해안의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해안,
돛단배가 출항을 앞두고 바람을 기다렸다는 언덕, 대풍감에
서면의 태하와 북면의 현포를 오가던 '향목령 옛길',
학포에서 태하를 거쳐 향목령(300m)을 넘어 현포까지 3시간의 6km 거리,
태하 등대와 대풍감 주변의 북쪽 해안을 걸어보려던 일들이 모두 허사로 끝났습니다.
대폭 짧아진 일정으로는 남서 일몰 전망대의 기대했던 일몰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지요.
아쉬움을 달래며 고대 우산국의 도읍으로 추정된다는 북쪽의 현포항을 지나
송곳봉 아래, 코끼리 바위와
천부항에 있는, 수심 6m의 바닷속을 구경할 수 있다는 '천부 해중전망대'를 지나면서
동쪽 해안으로 들어와
천연동굴인 섬목 터널을 지나서
길가에서 보이는 하얀 색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꼭대기에 올라
연도교를 걸어서 무인도인 관음도에 들어갑니다.
길이 140m, 높이 70m, 폭 3m의 보행전용 연도교는 2012년에 건설되어
아름다운 섬, 관음도 가는 길이 쉬워졌습니다.
엘리베이터 운행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 섬에서는 멀리 저동항과
세 선녀의 이야기가 담긴 삼선암,
대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의 섬, 죽도'가 보입니다.
지금은 억새가 무성한 계절.
길 따라
안쪽으로 가면 거대한 동백숲이 펼쳐집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쑥부쟁이와
울릉 국화도 만발하였습니다.
관음도에서 내려와 삼선암 앞에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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