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쾌청.
아침 일찍 제2산록도로를 달려 '사려니숲'으로 가는 길입니다.
비에 씻긴 녹색의 숲길은 싱그러웠고
산간 마을은 평화로웠습니다.
그 길 왼쪽에서 만난 '치유의 숲'.
간판에 끌려 차를 세우고 안내판을 들여다보니
'숲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심신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곳'이라기에
오늘의 오전 일정을 급 변경, 낯선 숲으로 들어갔지요.
전문가들이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힐링센터는 지금 코로나 19로 폐쇄되었고
사전 예약한 탐방객들에게만 오픈되는 곳이지만 입구에서 전화로 방문을 신청했더니 그대로 통과,
룰루랄라 기분 좋게 숲길을 걸었습니다.
반드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어야 하고 음식물 반입 금지.
금연, 금주에 애완동물 출입금지 등 입장 제한이 까다롭습니다.
'시오름 '아래의 이 숲에서 11개의 숲길은 서로 연결되고
곳곳에 안내판과
안내 리본이 있어 길 찾기는 쉽습니다.
나무 계단이나
야자 매트가 깔린 길,
거대한 삼나무 숲길에
붉은 송이가 깔린 길까지 숲길 이름은 모두 제주어입니다.
'오고생이 숲길'은 '있는 그대로 잘 보존된 숲길'이라는 뜻이고
'엄부랑 숲길'은 '엄청나게 큰 숲길'.
'가베또롱 숲길'은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이며 '산도록 숲길'은 '시원한 숲길'이랍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 사투리이지만 토속적인 느낌도 즐겁습니다.
수령 60년이 넘는 편백과 삼나무가 울창한, 검은 숲으로 들어가니
나무 사이로 햇살이 퍼지면서 싱그러운 숲의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한가롭게 거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네요.
시오름 정상에 서면 멀리 한라산 남벽이 보입니다.
'오고생이 숲'에는
태풍에 쓰러진 나무의 7개 가지가 꿋꿋하게 서 있어 사람들에게 교훈을 준다는,
이야기 담긴 '7형제 삼나무'가 있습니다.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돌담과 숯가마 들에 남았습니다.
'치유의 숲'에서 나오니 100m 거리에 보이는 또 하나의 숲길, '추억의 숲'.
화살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어둡고 깊은 숲길은 '치유의 숲'처럼 햇빛 강한 여름에도 걷기 좋은 산책로,
이 동네 '서홍동'의 조상들이 왕래하던 한라산 옛길로 2012년에 '추억의 숲' 이름으로 공개되었지만
아직은 덜 알려진 숲길입니다.
산록도로~서홍동 숲길~한라산 둘레길의 11km 거리로 해발 450~800m의 국유림 안에 있고
주차는 1115로 노변에 해야 합니다.
출입구 - 말방아 - 옛 집터 - 사농바치(사냥꾼) 터 - 삼나무 군락지 - 편백나무 군락지 - 검은 오름 - 입구 회귀의 코스로
그 길의 끝, '검은 오름'에서는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답니다.
오가는 사람이 적어 길도 희미한 숲길에서 오늘은 왕복 40분으로 걷기를 끝냈습니다.
오후에는 제주에 오면서 늘 건너뛰었던 '비자림'에 갈 예정이어서 시간 여유가 없었거든요.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자연스러운 숲길 모습이 좋아서 다시 제주에 오는 날에는 끝까지
이 길을 걸어 볼 생각입니다.
서홍동의 이 검은 오름은 오랜 세월, 비바람 등의 자연 침식으로 상부가 내려앉고 평탄해지면서
오름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현재 제주도의 오름 목록에는 빠져 있답니다.
유네스코 지정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예약이 필수인 동명의 '선흘리', '검은 오름'하고는 별개의 오름입니다.
비자림까지 서남에서 동북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90분 정도.
1112번 비자림로에 들어서면 더 멋진 삼나무 명품길이 이어지면서
'사려니 숲'의 입구도 지나는 즐거운 드라이브입니다.
이 길이 개발논리로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교래리'에서도 한참을 달려 드디어 비자림 도착.
노란색의 '송이길'은 왕복 2.2km,
붉은색 '돌멩이길'까지는 1km가 더해져서 왕복 1시간 20분의 산책길입니다.
김포에서 출발할 때,
5~10분 간격으로 이륙하던 제주 행 비행기의 승객들이 모두 여기 모인 듯 관광객이 아주 많았습니다.
초입의 조형물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는 길.
비자나무는 상록수의 하나로 제주도와 남부 지방 일부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
잎 뻗음이 '아닐 비(非) 자'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열매는 약재로 쓰이고 나무는 고급 가구재로 쓰인다지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는 이 비자림에는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 자생하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덤불 무성한 또 하나의 거대한 곶자왈을 이루었습니다.
거목의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피톤치드 속, 기분 산뜻한 산책입니다.
'숨골'도 보입니다.
강이 없는 제주에서 지하로 흘러들어 간 빗물은 암반을 거치면서 정화, 숨골로 모여들어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물이 되었답니다.
제주에는 곳곳에 이런 숨골이 많습니다.
숨골 내부의 일정한 온도 때문에 그 입구에 서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네요.
두 그루 다른 나무가 하나의 나무처럼 붙어 성장한 '연리목'에
근처, 비자림 최고령인 826살의 나무는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새천년 비자나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달았습니다.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하는 제약이 불편하지만
붉은 화산토를 밟는 싱그러운 숲 속 걷기는
너무 짧아서 더 아쉬웠습니다.
여기서는 '김영갑'의 '다랑쉬 오름'이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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