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결정이었지요.
웹서핑 중 한 사이트에서
왕복 항공권과 호텔, 렌터카가 포함된 파격적인 가격의 3박 4일 제주 여행을 발견했거든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결제해 버렸네요.
며칠 후, 간단히 짐 꾸리고 곧 출발.
기내 승객 모두 마스크를 쓴 침묵 속의 한 시간이었습니다.
김포와 제주 공항, 호텔에서 체온 체크.
아, 내 남은 인생에서 이런 비극은 다시 없겠지요!
공항에서 렌터카 회사로 셔틀버스 타고 이동,
차를 인수하고 곧바로 달려 습관처럼 모슬포 '옥돔 식당'에서 보말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다시 이동.
오후 3시의 호텔 체크 인에 앞서 '카멜리아 힐'에 왔습니다.
입구에 '카멜리아 힐'을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 동백꽃 한 송이가 보입니다.
어느 계절에 어디에서 어떤 꽃을 볼 수 있는지 이곳에 대한 안내와
관람 순서를 읽어 본 다음 코스에 따라 걷습니다.
카멜리아 힐은 설립자가 '30년의 열정과 사랑으로 제주의 자연을 담았다'는,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으로
가을부터 봄까지 시기를 달리해서 피는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품종과
6000여 그루를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동백 외에도 일 년 열두 달 예쁜 꽃을 볼 수 있는 이 멋진 정원에서
지금 6월에는 수국이 한창입니다.
다양한 모양과 색색의 수국을 즐기며 걷는 산책길.
동백 숲 아래에도
삼나무와 후박나무 사이에도 수국이 활짝 피어
역질에 지치고 더위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유리 온실에도 희귀한 사계절의 꽃이 보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수국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그중에서도 제일 눈길 끄는, 신기한 꽃은 바로 이 '나비 수국'!
철쭉이 많은 뜰 한편에는
향기로운 치자꽃도 피었습니다.
감성적인 연출도 많아서
작은 전구를 켜 놓은 숲길도 있고
잔디가 깔린
힐링의 공간도 있었지요.
설립자가 아내를 위하여 만들었다는 '보순 연지'에는
분홍빛 수련이 활짝 피었네요.
중간중간 여러 개의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있어 느긋하게 쉴 수도 있습니다.
12월을 시작으로 아기 동백이 개화하고 이어서 토종동백과 아시아, 태평양 동백에 유럽 동백이
4월까지 순서대로 핀답니다.
그 멋진 시기에 다시 오려 생각하며
화산석 돌담의 귤 농장 옆을 지나는 드라이브 끝에
서귀포의 색달동에 있는 '더 본 호텔'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평소라면 무려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곳.
내가 시청하는 유일한 오락 프로그램, '골목 식당'의 진행자가 운영하는 별 네 개의 호텔로
건물은 별 특징 없고 외진 곳에 있어 삭막하지만 먹고 자고 돌아다니는 일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호텔 객실 요금은 비쌌지만 비수기에 코로나 19 탓으로 2박의 요금으로 3박 4일의 모든 비용이 해결되었네요.
거기에 체인 음식점인 '본가'와 '본 앤 베이커리', '백 다방' 할인 쿠폰에
'빽 다방'의 커피 한 잔과 웰컴 브레드, '탐라 & 파스타'의 생맥주와 안주가 무료.
주변의 '다다익고 정육점 식당'의 할인 쿠폰도 있고.
호텔 스태프들은 친절하고 선물은 푸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곳곳에 호텔 안팎에 있는 음식점과 그 유명한 아침 뷔페, '탐모라' 설명에
중식 '도두 반점'과 한식 '본가'의 안내가 있고
제일 궁금했던 돈가스 집, '연돈'도 그 옆에 있습니다.
첫날 저녁은 도두 반점의 강추인 탕수육을 먹었습니다.
깔끔한 맛이 좋습니다.
욕심 내어 몸 짬뽕과 짜장면도 주문했지만 남편과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아서 반 이상을 남기면서 후퇴.
이제는 식탐을 부릴 나이는 아니라는 것을 통감했지요^^
호텔이 있는 이 마을은 한적하지만 내 방 창문으로는 멀리 중문 관광단지의 일부가 보입니다.
다음날은 새벽 세 시의 알람 소리에 깨어 곧 연돈 앞으로 직행.
가게 앞에는 어제 오후부터 설치하던 텐트가 어느새 14동이나 서 있고
우리 앞으로도 벌써 세 팀이 나와 있었네요.
준비했던 낚시 의자에 앉아 남편과 교대로 줄을 지켰습니다. ㅎㅎ
시간이 흐르면서 구불구불, 길 따라 줄은 더욱 길어졌지만 결국 1/3은 순위 밖으로 밀리면서 돌아갔습니다.
아침 10시에 출근한 직원이 35개 팀, 100명으로 오늘 손님을 마감하려고 순서대로 인원 체크,
뒤따라 셰프의 아내가 음식과 원하는 식사 시간을 주문받습니다.
100명에게 12시, 1시, 2시, 3시의 네 타임으로 나눠 음식을 서빙하기 때문에
약속한 그 시간에 늦는 사람들은 그대로 탈락, 예비로 등록한 사람에게 연락하는 듯했네요.
우리는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서 오전에는 근처의 숲을 걸을 생각에 오후 2시로 식사 예약,
그 시간에 다시 돌아와 예약했던 치즈 돈가스와 등심 돈가스를 먹었지요.
와, 바삭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살코기, 속을 꽉 채운 치즈에 신선한 기름 냄새, 전혀 느끼하지 않은 맛!
고기 잡내를 싫어하는 나도 한 개 한 개 음미하면서 먹었던, 환상의 맛이었습니다.
상차림도 깔끔했지요.
소스와 별도로 주문한 카레에 찍어 먹습니다.
'장인의 열정이 담겼다'는 이 음식은 가심비, 가성비 모두 최고이지만
그런 줄 서기는 두 번 다시 못할 일이었네요. ㅋㅋ
10시간 동안 줄 서 있다가 14시간 만에 먹은 돈가스였거든요.
비는 오고 새벽부터 설치면서 부족했던 잠 보충하느라 오후 점심 후에는 낮잠 자기.
온전히 '돈가스 먹는 일'로 보낸 하루였습니다.
연돈 앞에서 줄을 지키느라
기대했던 아침 뷔페는 남편과 교대로 먹어야 했네요.
호텔 숙박객은 9900원, 외부 방문객에게는 13000원을 받는 아침 뷔페는 다양하고 푸짐했지만
그러나 내 식성에는 딱 가격만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맛있지만 칼로리 생각을 전혀 안 할 수 없는 본 & 베이커리의 빵은 다양합니다.
빽다방처럼 아침 7시 오픈, 대부분의 빵이 오전에 매진되었습니다.
호텔 안의 편의점은 오후 11시 30분까지 영업.
각 할인 쿠폰은 체크 아웃 전일 경우, 프런트에서 추가로 더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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