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폰네소스 반도는 고대 문명의 고향, 그리스의 고향이라 불리는 곳으로
코린토스, 올림피아에 미케네, 나프플리온, 스파르타, 에피다브로스, 미스트라 등
수많은 도시 국가들이 명멸했던 곳입니다.
한때 크게 번영을 누렸던 코린토스, 올림픽의 탄생지 올림피아와
트로이 전쟁의 영웅인 아가멤논이 잠들어 있는 미케네와 나프플리온, 코린토스를 돌아보았습니다.
델피에서 올림피아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델피에서 직접 아테네로 내려갔다가 거기서 올림피아로 가는 것이 더 나았을 듯.
가까운 거리라 하여도 작은 도시 간에는 대중교통 이동이 더 어려운 유럽의 특징을 잠시 잊었으니
이 여정도 델피, 암피사, 나프팍토, 파트라, 피르고스를 거쳐 올림피아에 도착하는
복잡하고도 피곤한 일정이 되었지요.
그래도 이 계절에는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올림피아 유적지, 기둥만 남아 있는 주랑을 지나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는
헤라 신전에 왔습니다.
그러나 채화 장면을 게시한 사진은 변색되어 선명하지 않은 데다가 너무 작아서 실감 나지 않았지요.
성화 채화며 봉송은 1936년의 베를린 올림픽부터 시작된 행사로
고대 올림픽에서는 없었던 의식이라네요.
우리도 그 자리에서 폼 한 번 잡아보고
기원전 4세기에 그리스의 대 조각가였던 '페이디아스의 작업장'에 왔습니다.
그는 화재로 파괴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재건에 예술 감독을 맡을 정도도 실력 있는 장인이었답니다.
여기는 다른 유적보다 늦게 발굴되면서 상대적으로 훼손도 적었기 때문에
당시 작업장의 당초 문양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서기 65년의 고대 올림픽 기간 중 네로황제가 잠시 머물렀다는 궁전은
잡초 속에서 일부만 보입니다.
거대한 기둥 하나만 복원해 놓은 폐허는
제우스 신전이었습니다.
신화 속에서 제우스는 크레타의 왕 크노소스와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그리스의 도시 국가(폴리스)들은 이 제우스를 숭배하면서
그의 신전을 짓고 참배와 제례의식의 하나로 올림픽 경기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속에서 그의 신전은 폐허가 되었고 아직 복구가 되지 않았네요.
고대 올림피아 경기가 벌어졌던 스타디움(스타디온)까지는
상가였던 아케이드의 통로를 지나 이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기원전 5세기에 건설된 이 트랙은 폭 30m, 길이 192m의 크기로 북쪽 경사면에는 관람석이 있습니다.
최초의 올림픽 경기는 이 192m를 달리는 단거리 경주였고
이후 전차 경주와 5종 경기(원반 던지기, 창 던지기, 레슬링, 멀리 뛰기, 중 장거리 달리기)에
권투의 일종인 판크라티온들이 추가되었다지요.
1160년의 기간 동안 매 4년마다 그리스의 도시국가 시민들은 이 올림피아에 모여
제우스 신전을 참배하고 제례를 올리는 등 축제를 벌였습니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옷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고
그러면서 관객은 전부 남자였답니다.
그러나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고 올림픽을 이교도의 행사로 금지시키면서
이 행사는 중단됩니다.
그러다가 프랑스의 쿠베르탱 백작 주선으로 1500년 만인 1896년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리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스타디움의 경주 출발선에서
관람석 여행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우리도 스웨덴 젊은이들과 달리기를 하는 중입니다.
이어 유적지에서 가까운 올림피아 박물관에 왔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유명한 승리의 여신, 니케(나이키)는 원래 로도스 섬에 있던 것으로
원본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 있고 여기는 모조품만 남았습니다.
신화 속의 이야기, '가누메데스를 납치하는 제우스'에서 제우스의 득의만만한 표정에
'갓난아기, 디오니소스를 달래고 있는 헤르메스'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우스의 사자, 헤르메스가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디오니소스를
헤라의 질투에서 구하려고 님프들에게 데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제우스 신전의 박공을 장식했던 조각, 오이노마우스 왕과 펠로프스가 전차 경주에 출전하는 모습과
말의 몸을 가진 괴수 켄타우로스족과 라피타이족의 전투 장면도 보입니다.
부호인 이로드 아티코스의 아내, 레기라가 제우스에게 바쳤다는 '황소의 상'과
'헤라 신의 두상',
여자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가진 님프, 세이렌도 보입니다.
이 세이런이 노래에 담긴 치명적인 매력으로 수많은 남자들을 파멸시켰다는 신화도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에서 트로이 전쟁이 끝나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도
이 세이렌을 만나 그 유혹을 이겨내려고 부하들에게 명령, 배의 기둥에 묶이면서 그 구간을 무사히 빠져나왔다지요.
소방차의 경종 '사이렌' 소리도, 스타벅스의 심벌도 모두 이 세이렌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기원전 18~11세기로 추정되는 도자기와
청동 투구도 많습니다.
올림피아에서 트리폴리를 거쳐 도착한 나프플리온은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주변에 미케네 유적과 에피다브로스 유적 등의 관광 명소가 1시간 내로 연결되는 교통의 중심지.
도착하면서 서둘러 찾아갔던 팔라미디 성은 폐관 1시간 전의 입장 규칙에 늦어서 못 들어갔네요.
성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활짝 핀 꽃들만 보고 왔지요.
트로이야 전쟁의 그리스 영웅, 팔라미디스 이름을 붙인 곳입니다.
그 앞바다의
부르지 섬은 사형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만년에 외부와 단절된 채 모여 살았다는 곳.
해안을 따라 걷다가 낯선 동양인에게 호기심을 보인 아이들과 사진 한 장 남기고
나프플리온에서 1시간 거리의 미케네에 왔습니다.
10시, 14시에 나프플리온에서 출발한 버스는 유적지 앞에서 회차하여 돌아갔습니다.
유적 내 작은 박물관 안에는 황금의 왕국, 미케네의 왕이었던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가 보입니다.
진품은 현재 아테네 박물관에 가 있답니다.
기원전 14~13세기에 무역으로 번성했던 미케네는
한때 지중해 일대를 장악하며 화려한 미케네 문명을 만들어냈습니다.
왕국으로 들어가는 입구, 미케네의 상징인 '사자의 문'은
위쪽에 있는 두 마리의 사자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지요.
그들은 뛰어난 석조 건축 기술로 그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아치 형태의 '아트레우스의 보물 창고'도
만들었습니다.
이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스파르타의 왕인 동생 메넬라오스가 아내 헬레네를 트로이야 왕에게 빼앗기자
총지휘관이 되어 그리스 대군을 이끌고 트로이야를 침공합니다.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었지요.
10년의 전투 끝에 트로이야를 멸망시키면서
이 전투는 호메로스의 장대한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로 기록되었지만
이 왕국도 기원전 10세기에 도리아인의 침략으로 무너졌습니다.
옛 미케네 왕국을 생각하면서 야생화가 만발한 올리브 숲길을 걸었습니다.
아버지(아가멤논)가 딸을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참혹한 신화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아가멤논은 실수로 아르테미스 여신의 사슴을 죽인 후 여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하여 딸, 일렉트라를 제물로 바쳤고
남편의 비정함에 분노한 아내, 클리템니스라는 정부와 공모하여
트로이야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아가멤논을 독살합니다.
그러자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해진 왕자 오레스테스는
8년의 도피생활 끝에 어머니와 그 정부를 죽이면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지요.
우리는 아내의 이름을 단 호텔(클리템니스라)에서 잠을 자고
아들의 이름을 가진 (오레스티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딸(일렉트라)의 이름을 붙인 가게에서 기념품을 샀습니다.
아폴론 신전을 보려고 코린토스에 왔습니다.
기원전 7세기, 지중해 연안에 많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해상무역으로 크게 번영을 누렸던 도시국가로
기원전 3세기 알렉산더 대왕 시대에는 그리스 도시국가의 동맹체였던 '코린토스 동맹'의 우두머리가 될 정도로
세력이 컸던 도시국가였습니다.
성경에는 고린도로 나옵니다.
멀리 보이는 것은 신을 속인 죄로 영원히 형벌을 받는 시지프스 왕의 신화 담긴 아크로 코린토스 산.
그 정상에는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있고
유적지 중앙에는 기둥 7개만 남은 아폴론 신전이 있습니다.
돌이 깔려 있는 레카이온 거리를 중심으로 코린토스의 유적이 흩어져 있었지요.
그 당시로는 드물게도 수세식 화장실 시설까지 있었다네요.
아고라가 있던 곳은 그 열주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피레네의 샘에는 지금도 물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강의 신, 아소보스의 딸 피레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비참하게 죽자 슬픔에 빠져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결국 피레네의 몸은 눈물로 녹아내렸고 그러면서 생긴 샘이 이 '피레네의 샘'이라지요.
시장터를 지나 찾아간
유적 박물관에는 코린토스 도자기의 특징인 검은색과 붉은색이 들어간 '코린토스의 토기'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섬세한 정성이 그대로 보입니다.
코린토스의 또 다른 볼거리는 높이 80m, 폭 24m의 코린토스 운하로
이는 남 그리스와 이오니아 해, 이탈리아 방면을 바닷길을 320km나 단축시킨 역사적인 대 공사였답니다.
이 운하로 물류의 대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상업의 발달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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