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라호르에서 Islamabad로 이동하였습니다. 6시간 거리.
길에는 요란하게 치장한 트럭이 많이 다닙니다.
자동차 값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화려한 장식은 신이 트럭과 운전자를 보호해준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답니다.
모든 차의 뒤에 쓰여 있는 'Horn Please',
내 신경을 곤두세웠던 끊임없는 경적 소리도 운전수 사이의 신호랍니다.
노후되어 백미러, 사이드 미러나 방향 신호 장치 들이 없는 차가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라 했네요.
길은 모내기 풍경이 이어지다가 차츰차츰 녹색의 산간 지역으로 바뀝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수많은 인파로 피곤했던 라호르와 달리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는
계획된 도시답게 녹지에 아름다운 건물이 듬성듬성 서 있는 쾌적한 도시입니다.
'Daman-E-Koe View Point'에 오르니
바라본 시내에는 라왈호수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파이잘 모스크'가 보입니다.
전통적인 돔형 지붕과 미나렛에 익숙한 눈에 현대적인 양식의 모스크 모습은 이색적이었지요.
간다라 지방의 탁실라에 왔습니다.
실크로드의 교차로에 있던 이 도시는 한때 크게 번성했으나 실크로드의 몰락과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이 탁실라 유적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한번에 모두를 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중에서 시르캅은 탁실라 제2의 고대도시로
성문 안으로 너비 6m의 넓은 거리가 500m 정도 이어지고 양쪽에 건물이 늘어서 있습니다.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 후 2세기까지 이어졌던 인도 쿠샨 왕조의 불교문화유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자인 사원은 그 터만 남아 있고
돌과 진흙으로 만들어진 'Dharma Rajika'의 간다라 최대 수투파는
훼손이 심해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지요.
탁실라 박물관에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주변의 유적지에서 출토된 불상과 동전, 항아리며 보석 등의
간다라 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부처의 형태는 모두 달랐습니다.
파키스탄 지폐에도 나오는 이슬라마 칼리지는 돔형 장식이 멋진 건물로
정원이 잘 가꾸어진 풀밭에서 크리켓 경기를 하는 학생들 사이로 특이하게도 장총을 멘 군인이 보였네요.
치안이 불안한 듯합니다.
이곳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길목, 카이버 패스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이 또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풀베기를 하는 인부의 낫이 특이해서 한 장 찍고 이동,
페샤와르로 이동.
이 도시는 'North West Frontier Province'의 주도이며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곳으로
알렉산더, 칭기즈칸, 현장법사와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이곳과 연결되는 'Great Trunk Road(GTR)'를 통하여 카불로 오갔습니다.
GTR는 인도의 콜가타에서 델리, 암리차르, 파키스탄의 라호르와 라왈핀디, 페샤와르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 이르는 대제국의 도로입니다.
보수적이고 독립적인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정착한 파탄 족의 힘이 워낙 강해서
파키스탄 중앙 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그래서 치안 경찰도 파견되지 않는 곳이라 했지요.
파키스탄의 중요 부족 얼굴이 나오는 엽서에도 이 산악지역을 장악한 그 파탄 족(NWP Provin, 아래 왼쪽)의
강인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페샤와르는 이러한 지역인 간다라의 중심으로
고대 동서문화 교류에서 특히 불교문화에 끼친 영향이 많은 곳이지요.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의 동방원정 이후 일부 남아 있던 그리스인들이 전한 헬레니즘 문화와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가 접목되면서 독특한 간다라 양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래 지도는 페샤와르 박물관의 도록에서 발췌한 간다라 불교 유적지입니다.
지역의 박물관에도
여러 모습의 불상에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새긴 돌조각이 있습니다.
초기 불교에서는 석가모니의 유훈에 따라 주로 수투파, 탑에 숭배를 드리는 형태였지만
그리스, 로마의 영향으로 부처의 모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곱슬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 몸에 걸친 토가와 샌들, 머리 장식 등은 서양의 신과 닮아 있었지요.
그 와중에는 콧수염이 보이는 인도 양식의 부처도 있습니다.
이렇듯 부처의 형상은 점점 변화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전파됩니다.
올드 바자르 안에 있는, 무굴 제국 시대에 건설한 마하바트 모스크, 그 안의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을
복원하는 분의 굽은 등이 이 작업의 고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바자르에서는 장사하는 사람도, 물건을 사는 사람도 모두 남자들 뿐.
여자들의 자유로운 바깥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듯 이 지역은 남자들만의 세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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