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르 피크에서 떠오른 아침 해는 그 빛을 반사하여 앞산까지 붉게 물들였습니다.
오늘도 맑은 날씨.
그러나 벌써 아침저녁으로는 싸늘합니다.
오전 9시경, 다시 알리의 차를 타고
설산 풍경을 보면서
파슈 동네로 가는 길입니다.
돌산과 암벽 사이,
드문드문 집이 들어서 있는 동네, 후세니 마을을 지나
Pasu에 왔습니다.
안내판이 보이네요.
파수 빙하를 바라보며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촬영했다는 훈자 강의 서스펜션 다리를 건넜습니다.
빙하 녹아 흐르는 강물 위에 나무판자와 쇠줄로 엉성하게 엮어 놓은 100m 거리의 엉성한 다리!
아슬아슬, 재미있었습니다.
이 강에는 굴미트와 후세니, 파수에 모두 3개의 이런 다리가 설치되어 있지만
현재 굴미트 다리는 파손이 심해서 사용할 수 없답니다.
날카로운 돌산과 회백색 강물의 황량한 풍경입니다.
거친 물살에 강폭은 점점 늘어나는 듯했습니다.
그 건너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지요.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는 지나가던 우리를 불러 따뜻한 블랙티를 만들어 주셨네요.
전통 옷에 주렁주렁 목걸이를 걸고 양 갈래로 땋은 머리에 직접 수놓은 모자를 쓴 이 분의 나이는 60대.
강한 햇빛에 거친 바람, 힘든 노동은 이 분을 80대 할머니로 보이게 했네요.
같이 늙어가는 아들은 농사철을 맞아 처자식이 있는 마을을 잠시 떠나
이곳에 혼자 사는 어머니의 일손을 돕는다 했지요.
젊은 시절, 그는 일본 K2 원정대의 요리사였다며 우리가 여기에 다시 오는 날,
맛있는 요리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시 출발했지만 중간에 길을 잃고 한동안 헤맨 일도 있습니다.
근처에서 무너진 둑을 보수하던 인부들의 안내로 운전기사 알리가 대기하는 곳으로 가다가
만난 또 다른 사고,
비탈길에서 흙이 무너져 내리는 위기를 만나 근처에 있던 젊은이들의 도움을 받았지요.
그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수크리아! 수크리아!
굽이굽이 산비탈을 돌아서 찾아온 고산 호수,
이 작은 소금호수에서는 작은 배를 타고 유람하는 기분도 좋았습니다.
조그마한 기념품 가게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 묵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소박하고 조용한 동네.
티벳의 적막했던 '사미에 사원'이 생각났지요.
뱃사공과
강변의 아이들 사진도 한 장 남기고.
다음날에는 '락카포시 빙하'에 올랐습니다.
빙하 옆, 비탈길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염소와
거친 바람을 맞으며 활짝 핀 야생화에
고도가 높아지면서 에델바이스 군락도 보입니다.
아침 7시 출발, 오르는데 7시간, 내려오는데 4시간까지 모두 11시간이 걸린 대장정이었습니다.
숙소의 주인과 알리, 두 사람 모두 가이드를 대동하라 했지만
천천히 걷다가 중간쯤에서 되돌아 올 생각으로 별 준비 없이 올랐다가 조금더 조금 더 하면서
결국 미나핀 빙하가 내려다보이는 3200m의 'View Point'까지 오르게 되었던 것이지요.
7788m의 높이의 설산 아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빙하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던 수고로움도 잊은 채
웅장하면서도 멋진 파키스탄의 자연을 제대로 만끽한 최상의 시간이었습니다.
멋진 날이었네요.
그러나 몸을 가누기도 힘든 거친 바람 속에서 오래 머물기도 어려운 데다가
어둡기 전에 내려오려고 서둘러야 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를 기다렸던 알리와 다시 만나 카리마바드로 돌아오는 저녁시간에는 비가 왔지요.
며칠 동안 든든했던 보호자 겸 운전기사 알리에게 선물을 건네며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별 준비 없이 올랐다가 긴 산행 끝에 완전히 녹초가 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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