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버스로 갈아타고 국경을 벗어나 밤늦게 타지크 족의 도시 탁스쿠르간 도착하였습니다.
오늘은 계속 고산지대를 달렸고 이곳도 해발 3600m의 만만치 않은 고원이라서
고산증이 나타날까 봐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요.
파키스탄보다 3시간 빠른 시차.
중국은 이 넓은 땅을 북경시간으로 단일화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연달아 이어지는 설산, 무즈타크 산(7546m)과 궁가얼 산(7719m),
그 앞의 모래산, 쿰타흐에 둘러싸인
카라쿨 호수를 보면서 도착한 카슈카르입니다.
도중 길가 유르트에 사는 타지크 족의 좌판에서 그들이 만든 수예품을 구경하다가
섬세한 조각의 구리로 만든 담배쌈지를 한 개, 60위안에 샀습니다.
바닥에는 화려한 색깔의 장식용 러그, 시르다크가 깔려 있네요.
화려한 옷을 입은 타지크 소녀와
특유의 모자와 스카프를 쓴 노부부,
그들의 집인 유르트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허락을 받아 집안을 구경하는 중입니다.
원룸 형식의 잘 정리된 내부 중앙에는 난로가 설치되어 있고 카펫이며 두툼한 이불이 쌓여 있어
이 고원의 추위에도 끄떡없을 듯했습니다.
낙타도 한 번 타 보고
다시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리다가 꺼즈에서 또 여권 검사를 받은 후
잠깐 조는 사이에 풍경이 바뀌어 포풀러가 무성한 오아시스로 들어왔습니다.
오후 4시 쯤 도착한 카슈가르의 셔먼 빈관에 짐을 풀고 오늘 일요일에 열리는 선데이 바자르를 찾았지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은 택시 기사 때문에 한참을 헤매다가
거리에서 만난 위구르 노인네와 손짓 발짓 끝에 두 손으로 머리에 뿔을 만들어 보이고서야
겨우 찾아낸 가축시장입니다.
위구르어로는 '싱치르 스창'이라 한답니다.
이 지역에서 제일 큰 시장이라지만 가축에는 별 관심이 없어 분위기만 살펴보고 일반 시장 쪽으로 돌아다녔네요.
야채와 수박, 멜론이 제철인듯 가득 쌓여 있습니다.
포장마차에서 수타면을 뽑는 사람들의 능란한 솜씨에 반해서 국수 한 그릇 사 먹고는
화덕에서 기르더난(위구르인의 주식 빵)을 구워내는 사람들의 리드미컬한 동작에 감탄하면서
길거리 이발사에
장 구경 나온 할아버지도 한 장 찍었습니다.
길거리에 위구르인 거지와 노숙자가 많이 보입니다.
실크로드 요지로 비옥했던 이 오아시스의 자존심 강한 위구르인들이
이제 열차가 실어 온 다수의 한족에 치이면서 소수 민족으로 전락, 권력과 상권을 쥔 그들에게
예속되어 사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간 향비묘의 입장료는 15위안.
화려한 타일 건물 안에 호자 가족의 무덤이 있고 그 옆으로 모스크와 잘 가꾼 정원이 있습니다.
백일홍 활짝 핀 뜰이 예뻐서 오랫동안 그 안을 걸어 다녔지요.
그렇게 아름다웠다던 향비도 죽으니 끝, 덧없는 인생입니다.
거기에서 20번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가 이드 카흐 모스크 근처에 있는 위구르족의 민속마을에 들렀습니다.
입장료 30위안.
민속마을이 아니라 그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네요.
대문이 활짝 열린 한 집을 기웃거리다가 식구들이 탤런트 장동건 주연의 우리나라 드라마를 시청하는 장면 포착!
중국의 변방, 이 서역까지 미치는 한류를 실감했습니다.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에는 전통 문양의 옷을 입을 소녀와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다시 찾은 이드 카흐 모스크는 무슬림 외에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모스크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내 옆에 몇 분의 위구르 할아버지가 앉아 있기에 인사를 나눈 다음
한 노인에게 손짓, 발짓으로 위구르 노래를 부탁했더니 쾌히 그들의 민요인 듯 한 가락 불러주셨지요.
그 멜로디가 듣기 좋기에 그를 앞세우고 근처 CD가게에 가서 위구르의 Old Song을 샀습니다.
답례로 과자 값 의미의 돈을 드리자 '나도 돈 있어' 말하는 듯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보이며
내 등을 토닥이던 할아버지.
순간, 너무 타산적이었나 싶어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8. 파키스탄과 중국의 실크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리마바드 3 (0) | 2007.04.08 |
---|---|
카리마바드 2 (0) | 2007.04.07 |
훈자 - 카리마바드 1 (0) | 2007.04.06 |
탁티바히, 카라코람 하이웨이 (0) | 2007.04.05 |
이슬라마바드와 탁실라, 페샤와르 (0) | 2007.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