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파키스탄과 중국의 실크로드

훈자 - 카리마바드 1

좋은 아침 2007. 4. 6. 23:00

아침 일찍 기르기트를 출발, 6시간 걸려 훈자 지방의 주도, 카리마바드 도착하였습니다.

설산, 울타르를 배경으로 발티트 성이 보입니다.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키 큰 나무가 줄어들면서 풀 몇 포기의 황량한 돌산이 전부였는데 

이 동네는 7000m급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볕 좋은 땅에 녹색이 많아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지요. 

공기가 맑고 기온도 서늘하여 우리의 가을 같은 쾌적한 동네입니다.

 

 

이름도 멋진 숙소, 'Hill Top Hotel'에서는 

Golden, Diran(7257m), Rakaposhi(7788m)의 거대한 봉우리가 눈 앞에 보이고

 

 

뒤로는 울타르 봉(7388m)이 보입니다. 

그 제1봉인 왼쪽의 뾰족한 'Lady Finger'는 여자의 갸름한 손가락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네요.

 

 

저녁, 석양에 물든 설산 풍경을 보면서 훈자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흐뭇했습니다. 

 

 

해발 2438m의 이 마을에는 

 

 

짧은 여름을 맞은 꽃들이 활짝 피었고 

 

 

이 동네의 특산인 살구도 잘 익었습니다.                             

여행자에게 길가의 살구를 따 먹으라 권하는 인심 좋은 동네였네요.                           

 

 

지붕이나 바위, 들판 여기저기에 고운 빛깔의 살구를 말리는 풍경도 예뻤습니다.

지금은 긴긴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산비탈의 계단식 밭에서 

 

 

감자를 캐며

 

 

일손을 보태던 아이들도 

 

 

낯선 이방인들을 환영해주었고요.

 

 

다음날은 호텔 매니저가 알선해준 운전기사 '알리'의 짚을 대절,

알티트 마을을 거쳐 듀이카르에 있는 '이글 네스트'에 올랐습니다.  

독수리 형상을 한 이 높은 바위에서는 훈자 지역의 여러 마을들, 

 

 

 

카리마바드며 알티트, 미나핀과 샤바르에 알리아바드, 가네쉬 마을이 보입니다.  

 

 

 

카리마바드에서 1시간 거리의 호퍼 빙하로 갑니다. 

나가르 강을 끼고 달리다가 중간에 하차, 나가르 밸리를 걸어서 마을의 끝 지점에 있는 

 

 

빙하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지역은 브루사스키어를 사용하는 시아파 무슬림 동네로

우리를 쳐다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날카로워서 선뜻 다가서기가 어려웠네요.

기사 알리도 여기에서는 길가의 살구를 따 먹지 말라 했지요.

 

양쪽의 설산에서 흘러내린 빙하는 사방에서 굴러온 돌과 흙으로 덮여 제 빛을 잃었지만

 

 

 

 

 

 

30km 길이의 그 위쪽은 여전히 흰색으로 빛났습니다.

 

 

간간히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얼음이 깨지는 소리도 들립니다. 

물이 고인 웅덩이에 큰 돌멩이를 던져 봤지만 그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요.

 

 

낯선 이방인이 신기했던지 동네 아이들이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따라나섰습니다.  

 

 

우리의 든든한 보호자였던 운전기사 알리도 기념으로 남깁니다.

 

 

혜초여행사의 현지 가이드, 하지 카림,

우리나라 안산에서 한동안 일했다는 그의 한국어 실력은 그리 신통치 않았지만

카리마바드에서 6박 7일을 보내는 동안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호기심에 그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 하였더니 쾌히 승낙, 전통음식을 준비해놓겠다 했지요.

발티드 성 뒤쪽의 지름길로 내려가는 아늑한 동네, 알티트.

 

 

포플러 나무 사이, 밭에는 감자 꽃이 보입니다. 

 

 

 

한국인이 온다고 누나의 가족에 동네 아이들까지 모두 모여 우리를 기다렸다가

살구씨 목걸이를 걸어주며 반갑게 맞아 주었지요.  

거실 한 복판에 난방을 겸하는 듯 굴뚝 달린 화덕에서 

전통모자를 쓴 그의 어머니와 아내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식탁보를 깐 바닥에 살구 주스와 요구르트, 훈자 전통 빵에 짜파티, 버터와 살구, 키친 카라이들을 차려놓고 

 

 

그의 어머니는 

 

 

예스러운 프라이팬에 살구 기름을 두르고 말린 살구씨 가루를 물에 개어

즉석에서 달콤한 '하니 미라'를 구워주셨습니다. 

 

 

 

미리 준비한 듯한 여자 아이들의 합창과 남자아이들의 춤을 구경한 다음

 

 

 흥이 많으신  하지 카림의 아버지와 아내까지 춤판에 끌어들이면서 그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았네요.

 

 

한 소녀가 쓴 모자를 보고 예쁘다했더니 직접 수를 놓은 거라며 내게 선물로 주었지요.

한 달 동안 수를 놓았다는 섬세한 십자수의 전통 모자를 그냥 받을 수 없어

하지 카림의 조언대로 수고비를 넉넉히 주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애썼던 그의 아내에게도 현금으로 답례한 다음 

모인 아이들에게도 준비했던 선물을 나눠주고 마지막으로 집 밖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자상한 눈길로 하나하나 챙겨주던 그의 어머니, 같이 어울려 분위기를 돋워주었던 그의 아버지,

두 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귀국 후 우리 숙소였던 Hill Top Hotel로 하지 카림의 집에서 찍은 사진을 전해달라 우편물을 보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그후로는 소식을 못 들었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