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스페인, 남프랑스, 이탈리아 북부

Camino de Santiago 5.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 아스토로가, 19.4km. 폰페라다로 이동.

좋은 아침 2017. 3. 9. 18:24

레온에서 밤 9시 30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1시간 걸려 10시 반 도착.

그 시간에는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의 알베르게, 'San Miguel'에도 빈 침대가 없었지요.

거리에서 밤마실 중이던 동네 노인네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안내해 준 민영 알베르게 'Albergue Verde'에 왔습니다. 

자전거로 산티아고에 가는 독일할아버지 4명이 선점한 8인실 방은 1인 9유로.

동네 노인들과 알베르게 주인, 늦은 합숙을 허락해준 독일인들 모두에게 민폐가 되었습니다.

밤늦은 이동은 무리였네요.

 

 

다음날 아침 다시 출발.

우리가 머물 생각이었던 'San Mlguel' 알베르게를 지나면

 

 

부르고스에서 동상으로 만났던 '엘 시드'의

 

 

 

이름이 붙은 다리가 나옵니다.

 

 

소피아 로렌, 찰톤 헤스턴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1960년 대의 영화 '엘 시드'.  

이민족과의 전쟁, 동족 간의 갈등, 그 속에서 고뇌하는 영웅으로 분했던 찰톤 헤스턴의 강렬한 눈빛이 생각납니다. 

승리한  전장에서 죽었던 엘 시드는 스페인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다시 걷습니다. 

 

 

길가의 꽃을 보며

 

 

학이 둥지를 틀고 있는 교회 앞도 지납니다.

 

 

 

오늘은 한 친구가 감기로 순례길에 빠지면서 다른 사람들도 사기도 떨어졌네요. 

그 친구는 혼자 남아 좀 쉬었다가 오늘 우리의 걷기 목적지인 아스토로가까지 버스를 타고 갈 것입니다. 

거기 터미널까지 걸어 도착한 우리와 다시 합류 예정. 

아스토로가에서 버스를 타고 중간을 생략, 폰페라다로 가는 것이 오늘의 계획입니다. 

 

 

 

 

마을에 가까워지면서 밭을 둘러싼 돌담과 

 

 

좁은 오솔길이 영락없는 우리나라 제주도 풍경입니다.

 

 

나무 그늘 밑을 걸어서

 

 

이정표에 쓰여 있는 한글,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는 낙서에 잠시 마음 흔들리다가

오늘도 잘 걸었습니다.

 

 

아스토로가에 진입하기 직전에는 철로 위의 육교를 건너야 합니다.

 

 

오늘의 목적지, 아스토로가. 

19.4km 완주!

 

 

이 마을에도 축제가 열리는 듯 포스터가 보입니다. 

 

 

성당 앞의 순례자 동상을 지나

 

 

 

우리도 시내로 걸어갑니다. 

 

 

아스토로가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만나 거기서 폰페라다(Poferrda)로  버스 이동, 1시간.

폰페라다 신시가의 버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구시가의 공영 알베르게에 왔습니다.

 

 

건물 앞에는 스페인 국기를 든 순례자가 서 있었지요.

 

 

로비 벽에 붙어 있던 산티아고 길 지도를 보고서야 우리가 폰세라돈 코스에서 벗어난 것을 알았습니다.

애초의 목적지, 폰세라돈과 그다음의 몰라나세카까지 두 곳 모두 폰페라다 오는 길에서 조금 떨어진,

등고선이 그려져 있는 산속 마을.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힘은 좀 들겠지만 풍경이 예뻤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중교통이 없다기에 우선 폰페라다로 왔던 것인데

다시 폰세라돈과 몰라나세카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없었네요 ㅠㅠ

모레부터는 산티아고 길에서 꼭 걸어야 하는 구간인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 

그 구간의 일정만 남아 있는 빠듯한 시간! 

출발할 때 지도를 샀어야 했다고 후회하면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때문에 마음은 불편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행이란 꼭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으로 스스로를 다독거려야 했습니다.

 

 

아직 해가 남아 있기에 숙소에서 가까운 까스티요, 성채에 들어가 요새 안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매주 수요일은 입장료 무료입니다.

 

 

 

견고한 석조, 웅장한 이 까스티요의 지하 박물관에는 

이곳이 십자군 활동의 거점이었던 듯, 그 복장의 마네킹도 있습니다.

 

 

성의 전망대에서는 폰페라다의 전원 풍경이 내려다보입니다.  

 

 

           고풍스러운 동네였지요.

 

 

 

어둠이 내리면서 

 

 

돌아온 이 알베르게는 할아버지 호스피탈레노들이 운영, 봉사하는 곳.

 

 

도네이션제로 운영하는 이곳에 1인 5유로의 헌금을 했습니다. 

 

 

     건물도 깨끗하고 2개의 2층 침대가 있는 4인실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일행끼리 지낼 수 있으니 더 좋았지요.

 

 

근처 슈퍼에 가서 과일과 치즈, 와인 등 먹거리를 사다가 공동부엌에서 스파게티를 만들어 저녁을 먹고

내일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유로 정도에 네 사람의 두 끼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지요.

행복한 저녁입니다.